"故 오요안나 괴롭힘 행위는 인정, 근로자는 아냐" 고용부 결정이 불러올 변화는? [ST이슈]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가 세상을 떠난 지 약 8개월이 흘렀다. 향년 28세.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여부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3개월 간의 특별근로감독 결과 "괴롭힘으로 볼만한 행위가 있었다"고 밝혔고, MBC는 이를 무겁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직장 내 괴롭힘 보호조항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두고 유족 측이 강하게 규탄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서울서부지청 합동으로 특별근로감독팀을 구성해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다. 이번 특별근로감독에서는 MBC 조직문화 전반에 걸쳐 직장 내 괴롭힘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법 위반이 있는지도 조사가 진행됐다.
특별근로감독 결과 고용노동부는 故 오요안나가 지난 2021년 입사 후 선배들로부터 업무상 수시로 지도와 조언을 받아왔지만, 사회 통념에 비춰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행위가 반복돼 왔다고 밝혔다.
앞서 고인이 생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게 되자, 한 기상캐스터는 "네가 '유퀴즈'에 나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냐"고 비난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는 특히 고인이 사회 초년생이었으며 업무상 필요를 넘어 개인적 감정에서 비롯된 불필요한 발언들이 여러 차례 이어져 왔다고 덧붙였다. 또한 고인이 지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유서에 구체적 내용을 기재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해당 행위들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으로 봤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기상캐스터 업무처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오요안나를 근로기준법상 MBC 소속 근로자로 인정하기 어려워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인 근거로 계약된 업무 이외의 다른 직원들이 수행하는 통상적인 업무를 하지 않았다는 점, 일부 캐스터는 외부 기획사나 엔터테인먼트사와 계약하여 개인 영리활동을 했다는 점, 구체적 지휘·감독이 없이 자율적 업무 수행을 한 점, 정해진 출퇴근시간이 없었던 점, 별도의 휴가 절차가 없이 상호조율로 업무 대체 후 휴가 실시하고, 방송 출연 의상비를 직접 부담한 점을 들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그동안 괴롭힘 대상이 근로자가 아닌 경우 괴롭힘 여부도 판단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 특별감독은 고인 외 타 기상캐스터들의 괴롭힘 의혹도 제기돼 조직 전반을 보며 고인에 대한 괴롭힘 유무도 판단했다"며 "다만 고인과 관련한 사건에 대해서는 과태료 및 형사 처벌 등 근로기준법 상의 처분은 내리지 못하므로 MBC가 내부 규정에 따라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MBC는 이같은 고용노동부의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MBC는 19일 공식입장을 통해 "故 오요안나 씨의 명복을 빈다. 유족분들께도 머리 숙여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문화방송은 오늘 발표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인다.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조직문화 개선, 노동관계법 준수를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올려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관련자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고용노동부와 MBC의 입장 발표에 故 오요안나 유족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故 오요안나 모친 장연미 씨는 이날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요안나는 MBC가 시키는 대로 일했는데, 고용노동부는 노동자가 아니라고 한다"며 "제대로 조사를 한 것이 맞나. 이렇게 유족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결정을 할 수 있냐. 너무나 억울하고 원통하다"고 오열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또한 성명문을 내고 "고용노동부는 이번 특별근로감독 결과가 방송 노동의 현실과 법원의 판례에 부합하는지 재검토해야 한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과 산업안전에 대한 실질적 보호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MBC는 이번 특별근로감독을 책임 소재의 면피용으로 활용할 것이 아니라 고용구조 개선과 무늬만 프리랜서에 대한 처우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가 결정하고, MBC는 이를 받아들이고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故 오요안나를 잃은 슬픔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로 보기 어려워 직장 내 괴롭힘 보호조항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몰고 올 나비효과도 문제다. 현 사건이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만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유족은 지난해 12월 괴롭힘 가해자 A씨를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괴롭힘 가해 의혹을 받는 4명의 동료 기상캐스터들은 현재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MBC는 논란이 불거진 이후에도 영상 댓글창을 막은 채 이들을 계속해서 날씨 방송에 출연시켰다. 이런 가운데 MBC가 가해자들에게 과연 어떠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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