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창작뮤지컬 좌충우돌 제작기 ‘더 퍼스트 그레잇 쇼’

한국 최초의 창작 뮤지컬은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1966년 고전소설 ‘배비장전’을 원작으로 한 ‘살짜기 옵서예’가 한국 최초의 창작 뮤지컬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이를 무대에 올린 예그린악단은 한국 최초 뮤지컬 극단으로 역사에 남았다. 첫 창작 뮤지컬은 사실상 정부 작품이다. 체제 선전을 위한 가무극이 발달했던 북한에 자극받아 당시 중앙정보부가 예그린악단 창설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예그린악단은 몇번의 손바뀜을 거쳐 현재의 서울시뮤지컬단이 됐다.
서울시뮤지컬단이 자신들의 모태가 된 예그린악단을 모티브로 한 코미디 뮤지컬을 선보여 관심을 모은다. 오는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엠(M)씨어터에 막을 올리는 ‘더 퍼스트 그레잇 쇼’(6월15일까지)다. 뮤지컬이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시대에 급조된 뮤지컬단의 좌충우돌 뮤지컬 제작기를 그린다.
북한에 맞설 웅장한 공연을 만들어야 하는 중앙정보부 문화예술혁명분과 유덕한 실장(박성훈∙이창용)과 유 실장의 간택으로 얼떨결에 연출가가 된 배우 지망생 김영웅(이승재∙조형균)이 주인공이다. 실제로 ‘살짜기 옵서예’의 연출을 맡았던 고 임영웅 연출가에 대한 헌사의 의미도 담겼다. 뮤지컬의 의미도 몰랐던 상황에서 국가의 명령으로 뮤지컬을 만드는 사람들은 얼마나 황망했을까? 중책을 맡은 유 실장은 오페라 가수부터 트로트 가수까지 전국의 난다 긴다 하는 예인들을 총동원하고, 이 과정에서 온갖 돌발상황이 발생한다.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난 김동연 공동 연출가는 “배우들과 연습하면서도 ‘과연 웃길까?’ 하는 고민을 계속하며 소통하고 있다”며 “뮤지컬 자체가 쇼로 시작된 만큼, 관객들을 즐겁게 하는 전통적인 뮤지컬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예술감독을 맡은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장은 “정치적인 차원에서 출발했던 첫 창작 뮤지컬을 소재로 하지만, 정치적인 내용보다는 뮤지컬 자체를 즐기는 쪽의 안무와 연출을 통해 관객들을 만족시키겠다”고 밝혔다. 2023년 창작 개발을 시작한 이후 2024년 낭독 공연을 거쳐 올해 본공연까지 2년에 걸쳐 완성도를 높여왔다.
예그린악단을 모티브로 했지만 실제 있었던 일을 소재로 삼지는 않았다. 자칫 선배들 업적을 희화화할 우려가 있어서다. 박해림 극작가는 “당시 시대상을 가져오긴 했지만, 무대를 만들어나가는 ‘그레이트’(위대)한 순간과 의미를 담으려 했다”며 “처음 내가 뮤지컬을 접했을 때 어떻게 받아들였고 어떤 고민을 했는지 떠올리며 집필했다”고 말했다.
음악은 익숙함을 추구했다. 컨트리, 솔, 알앤비(R&B), 디스코 등 다양한 장르를 활용한 넘버들이 관객의 귀를 즐겁게 할 예정이다. 최종윤 작곡가는 “명작들의 넘버들을 레퍼런스 삼아 곡 작업을 진행했다”며 “코믹한 터치가 많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굉장히 많은 명곡들이 숨어있다. 그것을 찾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며 “힘든 현실 속에서 관객들이 편하게 웃고 갈 수 있는 작품을 보여드리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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