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벽보 입 찢고, 김문수 현수막 불붙이고…‘극단 정치’에 전염된 유권자들

변문우 기자 2025. 5. 1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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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벽보 훼손으로 ‘185명’ 경찰 수사…‘2년 징역’ ‘400만원 벌금형’까지 가능
“이재명 XXX” 정치인·선거운동원 향한 폭언·폭행 속출…후보 ‘테러 위협’도 가중
정치 양극화 심화가 원인? “역대급 분노의 선거…‘통합’ 메시지로 유권자 달래야”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왼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 벽보가 경기 파주에서 훼손된 모습. 오른쪽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현수막이 절반가량 완전히 찢겨 바닥에 떨어진 모습. ⓒ연합뉴스·뉴스1

6·3 대선을 2주가량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나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등 각 정당 후보의 이름과 얼굴 사진 등이 담긴 현수막이나 벽보를 훼손하는 범죄가 속출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보수·진보 진영 간 '정치 양극화' 기류가 유권자들에게 전염되면서 이 같은 선거사범 폭증은 물론, 후보 테러 위협까지 격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대선 후보들의 현수막이나 벽보를 훼손하는 행위는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은 19일 대통령선거 선거사범 단속 결과, 대선 후보 현수막과 벽보 훼손 건으로 185명을 수사 중이며 이 중 1명은 구속된 상태라고 밝혔다. 해당 행위는 공직선거법상 유권자의 후보자 선택권을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로 규정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앞서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는 지난 17일 오후 4시30분쯤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에 설치된 이재명 후보의 선거 벽보가 훼손됐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파주경찰서에서도 같은 날 오전 3시5분쯤 파주시 목동동 산내마을 인근에 설치돼있던 선거 벽보가 훼손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벽보에선 이 후보의 눈과 코가 뚫려있고 입 부분이 찢어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의 현수막을 훼손한 사례도 있다. 지난 15일 경남 산청경찰서는 이 후보 현수막을 훼손한 혐의로 50대 남성을 입건했다. 해당 남성은 "이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훼손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오전 6시경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도로에 주차돼 있던 이 후보 선거 표지 교부 차량(선거운동 차량)에 부착된 이 후보 벽보 2장을 찢은 20대 2명도 경찰에 붙잡혔다.

김문수 후보 역시 현수막 훼손을 피하지 못했다. 김 후보의 고향인 경북 영천에선 지난 14일 오전 완산동 옛 국민은행 오거리와 북안면에서 선거 현수막이 각각 찢어진 상태로 발견됐다. 또 부산경찰서는 16일 오전 부산진구 부전동에서 김 후보 현수막에 라이터로 불을 붙인 40대 남성 용의자를 검거해 경찰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일부 지역에선 모든 후보의 포스터를 타깃으로 벽보를 훼손하는 범죄도 발생했다.

시의원과 선거운동원이 폭행당한 사례까지 나왔다. 임성배 민주당 부산 북구의회 의원은 지난 16일 거리에서 유세를 하던 중 70대 남성에게 폭행을 당했다. 당시 선거운동원들이 "이재명은 개XX"라며 폭언하던 남성을 제지하자 남성은 "고발하라"며 맞받아친 후 임 의원을 도로 쪽으로 밀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남성은 "전과 4범을 왜 홍보하느냐"고 소리치며 임 의원의 뺨을 여러 차례 치는 등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5월15일 전남 목포시 평화광장 원형상가 앞에서 유세를 하는 가운데, 경찰 경호 관계자가 유세차 아래에서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특수 쌍안경을 이용해 근처 건물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후보에 대한 직접적 테러 위협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실제 민주당은 최근 저격용 소총 밀반입 등 이 후보를 노린 테러 위협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며 연일 우려의 성명을 내고 있다. 경찰 측에서도 민주당의 경호 강화 요구를 반영해 주요 정당 대선 후보들을 대상으로 '을호' 수준의 경호를 진행하고 있다. 첨단장비는 물론 저격용 총기 관측 장비까지 투입해 대선 후보들을 지키고 있다.

정치권에선 결국 '정치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유권자들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정치권은 지난해 22대 국회가 출범한 이후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국면을 연이어 맞으며 진영 간 대화와 타협 대신 격렬하게 갈등을 빚고 있는 모습이다. 사소한 건에 대해서도 양측이 고발장을 남발하면서 일각에선 '정치 실종'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결국 유권자들의 분노를 잠재울 방법은 근본적으로 정치인들에게 달린 셈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통화에서 "이번 대선은 역대급 '분노의 선거'"라며 "보수나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은 절망감과 패배감 속에서 보이지 않는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패색이 짙은 만큼 소극적 방식으로 벽보 훼손이나 테러 위협을 통해 표출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선 후보들을 향해 "이런 상황에서 겉으로라도 계속 '통합'이나 '포용' 메시지를 내서 유권자들을 달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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