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꽃 사이로 흐른 시의 위로…의성시낭송가협회, 조문국사적지 ‘시낭송회’ 성료
산불 피해 입은 주민 향한 문학적 위로
가을에는 ‘의성의 사계’ 낭송극 계획

분홍빛 작약꽃이 사방으로 번진 고분군 위, 그 풍경을 가만히 가르며 시 한 구절이 흘렀다.
바람과 꽃 사이, 마이크를 손에 든 낭송가는 별다른 장치 없이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경북 의성군 금성면 대리리, 조문국사적지의 한낮.
봄이 정점을 찍은 지난 18일 오후, 이곳에서 '작약꽃 시낭송회'가 열렸다.
시와 꽃, 사람과 상처가 한데 모여 뜻밖의 위로를 만들어낸 자리였다.
지난 18일 오후, 경북 의성군 금성면 대리리 조문국사적지에서는 '작약꽃 시낭송회'가 열렸다. 시와 꽃, 사람들의 이야기가 만나 뜻밖의 위로를 전하는 순간이었다.
의성시낭송가협회(회장 장효식)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산불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로하고, 봄꽃을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문학의 따뜻함을 전하고자 마련됐다.


백상애 낭송가의 사회로 시작된 낭송회에는 윤서연, 이행욱, 조병숙, 장효식, 이양희, 강점희, 이창하, 김경희 등 총 9명의 낭송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도종환의 '차라리 당신을 잊고자 할 때', 송수권의 '여승', 김용택의 '사람들은 왜 모를까' 등 현대시 20여 편을 각자의 개성이 담긴 목소리로 낭송했다.

장효식 회장은 "산불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 문학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낭송회를 개최했다"며, "이곳에서 시와 꽃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순간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2006년 창립된 의성시낭송가협회는 대구·경북 지역을 대표하는 시 낭송 단체로서, '시는 무대 위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믿음으로 20년 동안 지역의 공공기관, 학교, 복지시설, 거리 등 다양한 장소에서 시를 낭송하며 문학의 아름다움을 전파해왔다.
낭송가들은 언제나 진심을 담아 시를 낭송하며 청중과 교감하고자 노력한다. 이번 조문국사적지 시낭송회 역시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편, 협회는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오는 가을 '의성의 사계'를 주제로 한 특별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의성의 아름다운 사계절 풍경과 그 속에 담긴 정서를 모티브로 하여, 각 계절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현대시와 고전 문학 작품을 낭송극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의성 출신의 역사적 문인인 박서생, 장한상, 신원록과 더불어 구한말 여성 시인 오효원의 작품을 재조명할 계획이다.
오효원은 시인이자 서예가, 차인(茶人), 교육자로 활동하며 조선 말기 한국, 중국, 일본을 넘나들며 활약한 개화기 여성 지식인이다. 그녀는 474편의 한시를 수록한 '소파시집'을 남겼으며, 협회는 그녀의 작품을 현대적인 낭송 형식으로 재구성하여 지역 문학의 깊이와 다양성을 알릴 계획이다.
시낭송회가 열린 조문국사적지는 삼한시대 조문국의 왕릉과 고분군이 있는 유서 깊은 곳으로, 2020년 국가유산으로 지정됐다. 유적지 주변에는 아름다운 꽃밭이 조성되어 있어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현재 오는 5월 말까지 작약꽃이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