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오요안나 근로자 아니지만 괴롭힘 인정"…MBC "관련자 조치"(종합)
"전 직원 설문조사서 괴롭힘·성희롱 피해 증언 잇따라…개선계획서 제출 요구"
![MBC 기상캐스터로 일한 고(故) 오요안나 [오요안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19/yonhap/20250519135943656nujy.jpg)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김경윤 기자 = 고용노동부가 ㈜문화방송(MBC) 기상캐스터였던 고(故) 오요안나 씨에 대해 조직 내의 괴롭힘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고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는 않는다며, 근로기준법에 있는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봤다.
노동부는 고인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서울서부지청이 MBC를 상대로 진행한 특별근로감독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19일 밝혔다.
"사회 통념상 업무상 필요치 않은 행위 반복…공개적 비난도"
노동 당국은 고인이 2021년 입사 후 선배들로부터 수시로 업무상 지도와 조언을 받아왔지만 단순히 지도·조언 차원을 넘어 사회 통념에 비춰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행위가 반복됐다고 밝혔다.
일례로 고인이 MBC를 대표해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게 되자 한 선배 기상캐스터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네가 유퀴즈에 나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어"라고 비난했다.
노동 당국은 고인이 사회 초년생인 점, 업무상 필요성을 넘어 개인적 감정에서 비롯된 불필요한 발언들이 여러 차례 이어져 온 점, 고인이 지인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유서에 구체적 내용을 기재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러한 행위가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기상캐스터의 업무처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고인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법의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 MBC와 계약된 업무(뉴스 프로그램 출연) 외 다른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행정 등 업무를 하지 않은 점 ▲ 일부 캐스터가 외부 기획사와 전속 계약을 맺고 자유롭게 개인 영리활동을 해 수입을 전액 가져간 점 등을 이유로 봤다.
▲ 주된 업무수행에 구체적 지휘 및 감독 없이 기상캐스터가 재량권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임한 점 ▲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을 적용받지 않고,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으며 정해진 휴가 절차가 없는 점 등도 이유로 꼽혔다.
노동부 관계자는 "그동안 괴롭힘 대상이 근로자가 아닌 경우 괴롭힘 여부도 판단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 특별감독은 고인 외 타 기상캐스터들의 괴롭힘 의혹도 제기돼 조직 전반을 보며 고인에 대한 괴롭힘 유무도 판단했다"며 "다만 고인과 관련한 사건에 대해서는 과태료 및 형사 처벌 등 근로기준법상의 처분은 내리지 못하니 MBC가 내부 규정에 따라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MBC는 관련자에 대한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MBC는 "오요안나 씨에 대한 괴롭힌 행위가 있었다는 고용노동부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관련자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의 유족에게도 "오요안나 씨의 안타까운 일에 대해 유족들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체 없이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MBC는 현재 노동부에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개선 계획서'를 제출하고 개선 조치를 진행 중이다.

"만연한 불합리한 조직문화…보도·시사교양국 프리랜서 FD 등은 '근로자'"
노동부에 따르면 MBC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 피해를 보거나 목격했다는 증언도 잇따랐다.
노동부는 감독 기간 중 MBC 전 직원(1천726명)을 대상으로 조직문화 전반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252명 중 115명(45.6%)이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 피해를 본 사실이 있거나 주변 동료가 피해를 본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일례로 A국에서는 업무 시급, 중요성 등을 이유로 특정 팀장급 직원이 공개적으로 폭언, 욕설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다들 그 문제를 인지했음에도 쉬쉬하고 묵인했다.
노동부는 이런 조직 전반의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개선계획서를 제출받아 이행 상황을 확인할 예정이다.
노동부는 또 보도·시사교양국 내의 프리랜서 35명에 대한 근로자성을 추가 조사한 결과 FD, AD, 취재PD, 편집PD 등 프리랜서 신분으로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한 25명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이들에 대해 현재의 근로조건보다 저하되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하도록 MBC에 시정 지시하고, 이행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밖에 방송지원직·계약직 등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과소 지급 등 총 1억8천400만원(691명)에 대한 임금 체불 및 6건의 노동관계법령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노동 당국은 이 중 4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고, 2건에 대해선 1천54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와 관련 MBC는 "일부 프리랜서들의 근로자성 판단에 대해 법적 검토를 거쳐 조속한 시일 내 합당한 조치를 시행하겠다"며 "재발 방지대책 마련과 조직문화 개선, 노동관계법 준수를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올려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노동부 차관은 "방송사에 대한 지속적인 지도·감독에도 여전히 노동관계법령 위반 사항이 적발되고 인력 운영상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며 "향후 다른 주요 방송사들도 자체 개선을 해나가도록 적극적으로 지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bookmania@yna.co.kr,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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