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금', 화려하게 빛나지만 '금값' 받기엔 부족한 순도

아이즈 ize 정유미(칼럼니스트) 2025. 5. 1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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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정유미(칼럼니스트)

사진제공=넷플릭스 

올해 '중증외상센터'를 시작으로 '폭싹 속았수다'까지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강세를 보이는 넷플릭스가 모처럼 K사극 시리즈를 선보인다. 지난해 전쟁 액션 사극 '전, 란'을 오리지널 영화로 공개한 바 있으나 드라마는 좀비 사극 '킹덤' 이후 오랜만이다. 한국 사극에 대한 해외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에 힘입어 퓨전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로 뻗어나가는 K사극 열풍에 합류한 드라마 '탄금'은 미스터리 멜로 스릴러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든다. 

'탄금'은 장다혜 작가의 소설 '탄금: 금을 삼키다'를 원작으로 한다. 1980년대 초 프랑스에서 실제로 일어난 어린이 실종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인연으로 얽힌 세 젊은이의 비극적 운명을 몰입도 있게 그렸다. 어린 시절 실종되었다가 십 년 만에 돌아온 거상의 외동아들 홍랑, 씨받이가 낳은 거상의 딸 재이, 홍랑이 납치된 후 양자가 된 무진의 엇갈린 사랑과 욕망에 휘둘리는 인물들의 사연을 서스펜스 스릴러로 풀어낸 시대극으로 소설 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드라마로 만나는 '탄금'은 시청자들이 눈을 뗄 수 없는 강력한 '한 방'을 지닌 작품이다. 원작 소설을 아직 읽지 않았다면 과거의 기억을 잃고 돌아온 홍랑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그의 정체를 의심하고 긴장하면서 볼 수밖에 없다. 소설을 읽었다면 원작자가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참신하고 충격적인 비밀'을 지닌 인물이라고 소개한 홍랑의 정체가 만천하에 드러나는 장면이 드라마에서 과연 어떻게 그려졌는지 궁금해서 지켜볼 것이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비밀을 품은 주인공뿐 아니라 시대의 금기와 제약에 갇힌 인물들의 갈등은 '탄금'의 재미로 작용한다. 홍랑의 계획에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작용하는 사랑, 주인공들이 난관을 헤쳐 나가는 데 걸림돌이 되는 신분, 자신들의 욕망에 휩싸여 이들을 억압하는 권세가 무리들의 악행이 후반으로 갈수록 낱낱이 드러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달한다. 

'탄금'의 연출을 맡은 김홍선 감독은 범죄 수사 드라마 시리즈 '보이스'와 오컬트 드라마 '손 더 게스트'에서 보여준 장기를 이번 신작에서도 유감없이 보여 준다. 홍랑이 활을 쏘고 칼을 휘두르는 액션 장면들은 감각적이고 유려하게 연출했고, 어린이 실종 사건에 연루된 설인과 홍랑이 쫓는 화공, 한평대군(김재욱) 등 악의 세력 묘사는 긴장감과 공포를 한껏 조성한다. 김홍선 감독의 작품답게 음악도 뛰어나다. 

문제는 연출의 장기가 극의 완성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스터리 멜로 사극이라는 틀 안에서 로맨스, 액션, 공포, 서스펜스,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가 자연스럽게 엮이지 않고 뒤죽박죽 뒤섞인 듯한 이질감을 준다. 또한 드라마에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떨어져 큰 아쉬움을 안긴다. 사극 연기가 어려운 점을 감안하더라도 감상을 방해할 정도라면 캐스팅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에 연기한 배역과 엇비슷한 분위기의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출연 역시 작품에도, 배우들의 필모그래피에도 득이 되지 못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여러 아쉬움을 남긴 '탄금'의 수확이라면 이재욱과 김재욱 두 배우의 열연을 꼽겠다. 이재욱은  한층 깊어진 연기와 진중한 이미지로 극을 이끌면서 판타지 사극 '환혼: 빛과 그림자'에 이어서 또 한 편의 대표작을 남겼다. 폭넓은 감정 연기와 액션을 너끈히 소화하는 이재욱의 스타성과 기량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는 확신을 준다. 앞서 언급한 김홍선 감독의 두 드라마로 인생 캐릭터를 남긴 김재욱은 '탄금'에서 광기 어린 예술가이자 화가 한평대군으로 분해 또 한 번 강렬한 캐릭터를 완성했다. 배우 고유의 개성이 강한 배우임에도 작품마다 캐릭터에 녹아드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다. 김재욱의 다음 작품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탄금'은 한국 사극 드라마의 현재와 고민을 엿보게 한다. 촬영, 미술, 의상, 조명 등 걸출한 실력을 갖춘 제작진 덕분에 한국 사극 드라마의 감각적인 영상미는 이미 최고 수준에 달했다. 다만 글로벌 시청자와 젊은 시청자를 공략하기 위해 '퓨전'이라는 이름으로 시도하는 복합장르가 금을 얻기 위한 간편한 수단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려해봤으면 한다. '탄금'은 금을 삼키는 형벌에서 따온 제목이다. 한국적인 문화가 전 세계의 관심을 얻는 지금이라고 해도 전 세계의 온갖 콘텐츠를 섭렵하는 시청자들은 어떤 연출이 훌륭한지, 누가 연기를 잘하는지 귀신 같이 알아본다. 정통이든 퓨전이든 잘 만든 작품이 어디서든 '금값 대우'를 받는다. 화제성은 결코 오래 가지 못한다.

정유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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