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손주, 키워줄까요 말까요?
과도한 돌봄은 오히려 노쇠 초래하기도
"조부모 돌봄, 공식 인정하고 지원해야"
‘가정의 달’인 5월엔 평소 자주 보지 못하던 자녀, 손자‧손녀와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도 나눌 기회가 많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들이나 ‘손주가 찾아오면 반갑고, 돌아가면 더 반갑다’는 농담이 있듯이 조부모에게 손자 양육은 늘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고령화가 가속화하고 맞벌이‧한부모 가정이 늘면서 조부모가 손주를 돌보는 일이 보편화하고 있다. 이러한 세대 간 돌봄은 가족 모두에 이득이 되는 상호보완적 방식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 노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한다.
조부모가 손주를 돌보는 것은 동양에서뿐 아니라 서구권, 특히 가족을 중시하는 이탈리아 등에서도 흔하게 나타나며 이와 관련한 연구도 많다. 우선 조부모 육아의 장점은 첫째, 정서적인 기쁨과 삶의 목적 부여가 있다. 손주와의 교감을 통해 기쁨을 느끼고 우울 증상이 완화되며, 고독감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아이를 돌보면서 자연스럽게 신체 움직임과 사회적 상호작용이 증가하는데, 이는 인지기능 저하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셋째,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가계 경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저소득 가정이나 보육 시설이 부족한 지역에서 큰 도움이 된다. 넷째, 조부모는 언어와 문화, 가치관 등 가족의 전통을 전하는 매개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세대 간 유대감을 강화하고 사회적 통합에도 기여한다.
반면, 조부모 육아의 단점도 상당하다. 특히 건강상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우선 장시간 손주를 돌보는 일은 노쇠한 신체에 체력적 부담을 줄 수 있다. 퇴행성 관절질환이나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경우 건강이 악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 원하지 않는 상황에 장시간 지속적으로 육아를 하는 경우라면 오히려 스트레스, 불안, 과다한 책임으로 인한 정신적 고립감을 유발할 수 있다. 셋째, 손주를 돌보면서 조부모가 자신의 건강을 챙길 시간적 여유가 없으면 병원 방문, 운동, 친구와의 교류 등 건강 유지를 위한 활동에 제한이 올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노쇠를 초래하게 된다. 넷째, 저소득층이나 한부모 가정의 경우 자녀의 경제적 지원 없이 손주 육아를 담당하게 되면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조부모 육아에 대한 여러 연구를 봐도 조부모 돌봄의 건강 효과는 양면적이다. 독일의 ‘베를린 고령화 연구’는 적절한 수준의 손주 돌봄이 노인의 사망률을 낮추고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고 보고했다. 반면, 미국에서 진행한 ‘건강과 은퇴 연구’는 손주 돌봄을 맡은 조부모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우울감이나 신체 기능 저하를 더 많이 경험한다고 밝혔다.
조부모 육아는 장단점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먼저 정부에서 조부모의 돌봄 역할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국내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시작한 것처럼 일정 수준의 세제 혜택과 수당, 연금 가산 등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돌봄 부담의 분산과 노인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둘째, 육아를 담당하는 조부모의 번아웃을 예방하기 위한 휴식 지원, 상담서비스, 여가활동 프로그램을 확대해 정서적 고립과 신체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셋째, 조부모 돌봄도 보육 보조금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육아 관련 정책을 보다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의료시스템과 연계해 육아를 담당하는 노인의 스트레스, 피로, 고립감 등에 대한 포괄적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조부모의 육아 참여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으며 정서적·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그러나 과중한 돌봄은 노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적절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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