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故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괴롭힘 맞지만 노동자 아니다"

김예리 기자 2025. 5. 1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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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인정에도 근로자성 인정 안 되며 보호 규정 적용 안돼...유족 "사업자가 사업자에게 명령하나" 분통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고 오요안나 캐스터는 MBC 보도국 과학기상팀 기상캐스터로 일하다 지난 2024년 9월15일 직장내괴롭힘을 호소하며 숨졌다. 사진=오요안나 인스타그램.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9월 숨진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사망 사건과 관련해 MBC 특별근로감독에 나선 결과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면서도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MBC 기상캐스터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노동부는 19일 오전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며 “고인에 대한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면서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기 어려워 같은 법 제76조의 2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는 2021년 5월 MBC 공개채용을 거쳐 입사해 프리랜서 계약을 적용받고 일했다. 오 캐스터는 이후 3년 4개월 만인 지난해 9월15일 직장 내 괴롭힘과 생계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숨졌다.

노동부는 “고인은 '21년 입사 후 선배들로부터 업무상 수시로 지도·조언을 받아왔으나 단순히 지도·조언의 차원을 넘어 사회 통념에 비추어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행위가 반복되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배 기상캐스터가 (고인에게) '네가 유퀴즈에 나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어?'라면서 공개적인 장소에서 비난”한 점을 예를 들었다.

그러나 노동부는 오요안나 캐스터를 비롯한 MBC 기상캐스터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고인이 겪은 일이 선배 기상캐스터에 의한 괴롭힘에 해당하지만,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노동부는 “참고인 조사, 고인의 SNS, 노트북 등 포렌식 분석 등을 토대로 기상캐스터의 업무처리 실태를 면밀히 조사한 결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기 어려워 같은법 제76조의2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5가지 사유를 들었다. 먼저 기상캐스터들이 MBC 근로자가 통상 수행하는 행정·당직·행사 업무를 하지 않았고 일부 캐스터는 외부 기획사와 전속 계약하거나, 엔터테인먼트사에 가입해 자유롭게 타 방송 출연이나 개인 영리활동을 했으며 그 수입이 전액 캐스터에 귀속된다고 했다.

노동부는 또 기상캐스터가 기상정보 확인과 원고, CG 초안 작성 등을 “구체적 지휘감독 없이 기상캐스터가 상당한 재량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다고 했다. 취업규칙이나 복무 규정을 적용 받지 않고,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으며 별도로 정한 휴가 절차도 없고 의상비도 기상캐스터가 직접 코디를 두고 지불했다고 했다.

그러나 MBC는 공개채용을 거쳐 기상캐스터를 뽑았다. 캐스터들이 다른 방송사에서 기상캐스터로 자유롭게 활동하기는 어려웠다는 뜻이다. MBC가 이들에게 행정이나 당직 업무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동자성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판단하는 주요 기준은 '사용자가 업무 내용을 정하느냐'라는 점에서, MBC가 이들에게 특정 업무를 주지 않았다는 점이 노동자성 부정 근거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기상캐스터들은 폭우 등 기상 이변이 있을 때 MBC 요청으로 일상적으로 뉴스 특보를 맡아왔다. 당직 업무가 전무했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노동부는 '별도로 정해진 휴가 절차가 없었다'고 밝혔으나, 기상캐스터들은 서로 연휴와 휴가 기간 대타자를 정해 MBC에 업무 차질이 없도록 사전 보고한 기록이 발견되기도 했다. MBC는 기상캐스터가 '구체적 지휘와 감독 없이' 일했다고 밝혔지만, MBC 정규직인 파트장 등 데스크가 기상캐스트의 원고를 검토하고, 사용할 표현과 방송 진행 순서를 지시한 기록이 확인되기도 했다.

▲MBC. ⓒ연합뉴스

노동부는 “기상캐스터가 각각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가진 프리랜서 신분임에도 당사자들 간에 선·후배 관계로 표현되는 명확한 서열과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조직문화 속에서 선·후배 간 갈등이 괴롭힘에 해당하는 행위들로 이어진 측면이 크다”고 했다.

한편 노동부는 보도·시사교양국 내 프리랜서 35명 중 25명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확인됐다고도 밝혔다. FD, AD, 취재PD, 편집PD 등이다. 노동부는 “이들은 프리랜서 신분으로 MBC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했으나, 실제 인력 운영 과정에서 메인 PD로부터 구체적·지속적으로 업무상 지휘·감독을 받고 있으며 정규직 등 근로자들과 함께 상시·지속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지난 3월18일~4월4일 MBC 전 직원 대상으로 조직문화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5.6%(252명 중 115명)가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 피해를 입은 사실이 있거나 주변 동료가 피해를 입은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고도 했다. 노동부는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개선계획서를 제출받고 그 이행 상황을 확인하는 등 적극 개선 지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 오요안나 캐스터의 유족은 노동부의 감독 결과에 대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오 캐스터의 어머니 장연미 씨는 노동부 발표에 앞서 나왔던 SBS의 <[단독] “고 오요안나, 근로자 아니지만 '괴롭힘 행위' 있어”> 보도를 두고 “앞뒤가 맞는 게 하나도 없다”며 “사업자(프리랜서)가 사업자한테 명령하고, 괴롭히고, 선배와 후배를 따지고 그렇게 했다는 얘기인가. 딸이 프리랜서라면 왜 그런 소리를 들으며, 컨펌을 받아가며 일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한편 노동부의 이번 판단은 2021년 직장 내 괴롭힘 피해 끝에 숨진 골프장 캐디 고 배아무개씨에 대해 특수고용직이라는 이유로 관련 규정 적용을 하지 않았던 사건과 유사하다. 당시 노동부는 배씨 사건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지만 캐디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가해자 징계 등)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정의 직접적인 적용은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유족들은 소송에 나섰고,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사업주인 건국대 법인에 배씨 사용자로서 주의 의무를 기울이지 않아 발생한 괴롭힘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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