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자료도 불가"… 재심 필요한 핵심 수사기록 열람 거부하는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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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폭력 사건 규명을 위한 핵심 물증인 수사기록의 당사자 열람을 서울중앙지검이 불허한 데 이어 법원도 판례를 근거로 이 처분을 용인했다.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원곡의 최정규 변호사는 "재심은 한 번 기각되면 같은 이유로 다시 청구하지 못해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과 법원은 '누구든지 공익적 목적으로 소송기록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취지에 부합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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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재판서 법원 제출 안됐다는 이유
"정보공개·열람등사 대상 모두 아냐"
다른 사건 담당 검찰청은 불허→허가

국가 폭력 사건 규명을 위한 핵심 물증인 수사기록의 당사자 열람을 서울중앙지검이 불허한 데 이어 법원도 판례를 근거로 이 처분을 용인했다. 반면 다른 검찰청에선 수사기록 열람을 허용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기관 의지에 따라 재심 기회가 좌우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전은진 판사는 신상봉씨 유족이 신청한 '검사 열람등사 불허결정 취소' 건을 최근 기각했다. 재판부는 "소송기록이란 법원에 제출된 자료를 의미하는데, 이 기록은 제출된 바 없으므로 열람·등사 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일교포 출신으로 한국에 거주하고 있던 신씨는 1976~1983년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에 포섭돼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1985년 체포됐다. 신씨의 검거 사실은 그해 12월 당시 치안본부가 "납북귀환어부 등 8개망 간첩 11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1986년 7월 대법원은 신씨에게 총 징역 10년 6개월과 자격정지 10년 6개월을 확정했다.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신씨는 1995년까지 형을 살다가 그해 8월 가석방됐다. 6·25 전쟁에 재일학도의용군으로 참전해 북한과 맞서 싸운 공이 인정돼 받은 국가유공자 자격도 박탈당했다.
신씨가 2011년 사망한 후 유족들은 재심 절차에 나섰다. 불법 구금이 의심되는 정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씨의 과거 항소이유서엔 구속영장이 발부된 시점이 연행 약 한 달 뒤인 1985년 5월 28일이라고 적혀 있었다. 또 신씨도 생전 식구들에게 "물고문과 구타에 못 이겨 허위로 자백했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의혹을 입증할 직접 증거를 갖고 있는 검찰은 유족의 열람등사 신청을 제한적으로 허가했다. 특히 불법 구금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검거보고서에 대해선 "공개 시 국가 안전보장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고, 해당 기록은 법원에 제출되지 않은 수사기관의 내부문서로 등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불허했다.
이에 신씨 측은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자 검찰은 이번엔 "판결이 확정돼 종결된 사건은 정보공개법이 아닌 형사소송법상 열람등사에 관한 규정이 우선 적용된다"고 또 거부했다.
검찰이 관련 기록을 공개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한 신씨 측은 법원의 문을 두드렸지만 검찰 결정에 문제가 없다는 게 이번 1심 법원의 판단이었다. 법원과 검찰 해석대로라면 신씨의 불법 구금을 입증할 수사기록을 당사자 측이 확인할 방법은 없는 셈이라 재심 청구 자체가 가로막히게 된다.
과거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 허용 기준이 검찰청별로 다르다는 것도 문제다. 1970년대 납북어부 간첩 사건을 수사했던 다른 검찰청은 인지동행보고서 등에 대한 유족 측 요청에 불허 처분을 내렸다가, 재심 청구에 나서게 된 경위를 파악한 후 최근 허가로 방침을 변경했다.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원곡의 최정규 변호사는 "재심은 한 번 기각되면 같은 이유로 다시 청구하지 못해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과 법원은 '누구든지 공익적 목적으로 소송기록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취지에 부합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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