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염증성 장질환

20대 초반 남성 A 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복통과 설사가 잦아 병원에 갈 때마다 과민성 장증후군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약을 먹으면 잠깐 괜찮아졌지만, 증상은 계속 반복됐고, 최근에는 체중도 눈에 띄게 줄었다. 결국 큰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고 크론병 진단을 받았고, 수술 후 생물학적 제제를 투여 중이다. 또 다른 사례인 50대 남성 B 씨는 1년 전부터 설사와 혈변이 반복되어 치질이라 생각하고 항문외과를 찾았지만, 큰 병원 진료를 권유받고 검사 후 궤양성 대장염 진단을 받아 약물치료 중이다.
이처럼 염증성 장질환은 복통, 설사, 혈변, 체중 감소 등 흔한 소화기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단순한 장염이나 과민성 장증후군과는 다른 만성 염증 질환이다. 장 내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염증이 지속되면서 증상이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대한장연구학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환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남자가 여자보다 많고, 주로 10대에서 3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으나 궤양성 대장염은 50~60대에서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경남 지역의 유병률은 크론병이 인구 10만 명당 약 30명, 궤양성 대장염은 약 46.5명으로 보고된다.
염증성 장질환은 크게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나뉘며, 두 질환 모두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발병 부위가 다르다. 궤양성 대장염은 말 그대로 대장에만 염증이 생기고,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서나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항문 주위에 누공이나 치열, 농양, 장 천공 같은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가 크론병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많다.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 면역 이상, 환경적 변화, 그리고 서구화된 식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단은 쉽지 않다. 확정된 단일 검사법은 없고, 혈액검사, 대변검사, 내시경 및 조직검사, CT/MRI 등 여러 검사를 종합해 판단하게 된다. 이 때문에 진단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기도 하고, 치료 중 진단명이 바뀌기도 한다.
치료는 과거에는 단순히 증상 완화에 초점을 뒀지만, 현재는 장 점막의 치유(점막 관해)를 최종 목표로 한다. 메살라진,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등이 주로 사용되며, 증상이 조절되지 않으면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기전을 가진 신약들이 등장하며 치료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하지만, 약물로도 조절되지 않을 때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10~20년 전만 해도 염증성 장질환은 드물고 치료가 까다로운 병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일상생활이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관리할 수 있다. 증상을 가볍게 넘기지 않고, 조기에 병을 의심하며 꾸준한 치료와 관리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공성민(창원한마음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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