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현장] '우리는 김연경의 시대에 살았다' 배구 여제의 성대했던 마지막 여정 "기다려왔다...시원섭섭해"

강의택 기자 2025. 5. 19. 07:2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은퇴식 이후 팬들에게 인사하는 김연경. 사진┃KYK 인비테이셔널 제공

[STN뉴스=삼산] 강의택 기자 = 김연경(37)이 정들었던 배구 코트를 떠났다.

배구여제 김연경이 선수로서 코트에 서는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었던 'KYK 인비테이셔널 2025'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지난해 열린 초대 대회에서는 11명의 여자 배구 스타들이 참가했는데 이번에는 무려 17명이 김연경의 부름에 응해 한국 땅을 밟았다.

이름값도 엄청났다. 김연경의 절친으로 유명한 에다 에르뎀과 조던 라슨을 포함해 나탈리아 페레이라, 켈시 로빈슨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16일 미디어데이를 시작으로 17일에는 세계올스타팀과 대한민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과 맞붙었고, 18일에는 세계올스타팀 선수들이 월드팀과 스타팀으로 나뉘어져 올스타전이 진행됐다.

18일 오후 인천 부평구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KYK 인비테이셔널 2025 여자배구 세계 올스타전 팀 스타와 팀 월드의 경기에서 선수들이 김연경을 헹가래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본 대회 전 미디어데이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김연경을 비롯한 해외 스타들이 치열한 입담 대결을 펼치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김연경은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라 너무 좋다. 다음 인생으로 가는 것이 설렌다"며 "후회되는 것은 없다. 은퇴식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이제는 그만하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본인이 가장 어렵게 왔다고 자부할 수 있는 선수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나탈리아가 김연경에게 장난 섞인 경고를 날리며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탈리아는 "브라질에서 오는 것이 쉽지 않았다. 30시간을 비행해서 왔다. 사실 아직도 시차 적응이 안 됐지만 열심히 하겠다"며 김연경에게 "어렵게 왔으니까 쉽게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탈리아의 답변을 듣던 김연경은 한 가지 사실을 제보했다. 치아카 오그보구가 대회에 참석하기 힘들다고 알려왔다는 것이다.

이에 오그보구는 "앞서 김연경이 말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 앞선 일정을 조정해야 했기에 시간이 걸린 것 뿐이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사실 초청 문자를 받았을 때 사기인 줄 알았다. 가짜 계정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정말 기뻤다. 이 자리에 참석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16일 오후 인천 부평구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KYK 인비테이셔널 2025' 미디어데이에서 김연경(뒷줄 왼쪽네번째), 마르첼로 아본단자(앞줄 오른쪽) 감독과 여자배구 세계올스타팀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본격적으로 대회가 시작되자 해외 스타들은 클래스를 입증했다. 첫째 날 세계 올스타팀은 대한민국 여자배구 대표팀을 상대로 한 수 높은 클래스를 보여주며 최종 스코어 80-59로 승리했다.

세계 올스타팀은 이노우에 코토에의 엄청난 수비 능력과 더불어 로빈슨과 나탈리아를 주축으로 한 엄청난 공격력으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고 대표팀을 압도했다.

대표팀 역시도 패하기는 했지만 6월과 8월에 열리는 국제 대회를 앞두고 엄청난 수준의 선수들을 상대하며 좋은 경험을 쌓은 것은 긍정적이었다.

'특별 과외'를 받기도 했다. 경기 후 김연경은 화려한 세리머니가 아닌 대표팀 선수들을 모아 조언을 줬다. 후배들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이 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김연경은 대표팀 후배들에게 평가전 주선부터 특급 과외까지 본인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줬다. 배구 여제 다운 의미 있는 마무리였다.

경기 종료 후 대표팀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김연경. 삼산=사진┃강의택 기자

대회 둘째 날 세계 올스타전은 경기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김연경의 깜짝 감독 데뷔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1세트부터 감독으로 팀 지휘에 나선 김연경은 작전판을 활용해 의욕적인 모습으로 지시에 나섰다. 작전 타임에는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주문하며 팀을 이끌었다.

선수로 코트에서의 뛸 때의 열정과 같았다. 실점 상황에서는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격려했고, 득점 상황에서는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김연경은 스승이자 월드팀의 지휘봉을 잡은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과 유쾌한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선수로서도 펄펄 날았다. 김연경은 2세트에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며 강력한 스파이크로 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리드를 안겼다.

김연경은 이어진 3세트와 4세트에도 각각 감독과 선수로 경기에 임했고 최종 승리까지 따내며 성공적으로 감독 데뷔전을 마쳤다.

특히 김연경은 승리까지 단 한 포인트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특유의 강력한 스파이크로 득점하며 본인이 직접 마침표를 찍었다.

18일 오후 인천 부평구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KYK 인비테이셔널 2025 여자배구 세계 올스타전 팀 스타와 팀 월드의 경기, 팀 스타 감독 김연경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식적으로 모든 경기가 종료된 이후에는 김연경의 은퇴식이 진행됐다. 헌정 영상 시청과 함께 세계 올스타팀 선수 전원이 장미꽃을 전달하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김연경은 "선수로서 정말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에 많이 기다렸다. 시원섭섭한 것 같다.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이제는 운동을 쉬고 싶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가 있다 보니 쉬는 게 쉬는 것이 아니었다. 운동과 대회 준비를 병행하면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쉬지 못했다. 이제 푹 쉬면서 다음을 잘 준비해보겠다"고 말했다.

안산에서 태어난 한 소녀는 수많은 고통을 견뎌내며 세계로 뻗어나갔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였다. 그리고 이제는 길었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제2의 인생을 위해 정들었던 코트를 떠난다.

대한민국 배구 역사에 있어 전무후무한 선수였다. 우리는 김연경의 시대에 살았다.

은퇴식에서 헌정 영상을 보고 있는 김연경. 사진┃KYK 인비테이셔널 제공

STN뉴스=강의택 기자

sports@stnsports.co.kr

▶STN 뉴스 공식 모바일 구독

▶STN 뉴스 공식 유튜브 구독

▶STN 뉴스 공식 네이버 구독

▶STN 뉴스 공식 카카오톡 구독

Copyright © 에스티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