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익는 계절] 매실이 익는 시간 매실주 3종 | 전원생활

길다래 기자 2025. 5.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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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까지 새콤달콤해지는 한 잔

이 기사는 전원의 꿈 일구는 생활정보지 월간 ‘전원생활’ 5월호 기사입니다.

매화꽃이 지고 나면 매실의 시간이 온다. 매실에는 구연산과 사과산 같은 유기산 성분이 풍부해 소화불량, 식욕부진에 효과가 있고, 피로 해소나 에너지 충전에도 도움을 준다. 제철 매실에 설탕을 혼합해 매실청이나 효소를 담가 차나 양념으로 활용하고, 소화가 안될 때 가정 내 상비약처럼 쓰기도 한다. 시판 담금주를 활용해 집에서 매실주를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쓰임이 많고 두루 사랑받는 매실로 담근 ‘진짜 매실주’는 어떤 맛과 향을 뿜어낼까? 매실의 변신이 얼마나 무궁무진할지, 매실주 3종을 탐험해본다.

초여름 밤의 낭만 닮은 매화깊은밤
낭만적인 이름의 ‘매화깊은밤’은 충남 서천군 한산면 ㈜백제명가주조에서 선보인 살균 약주다. 이원직 대표가 오랫동안 집안에서 전해 내려오던 방식으로 한산소곡주를 빚어오다, 2012년 백제명가주조를 설립했다. 이후 2대 이정아 대표가 합류하며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술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서천 매실을 사용한 매실 약주인 매화깊은밤을 선보였다.

매화깊은밤에는 이름과는 달리 매화꽃은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서천산 매실이 100일 동안 상큼한 맛과 향기로 피어난다. 매화깊은밤은 한산면에서 재배한 쌀과 입국과 누룩 그리고 매실을 이용해 이양주(밑술에 한 번 덧술 하는 양조법) 방식으로 빚는다. 약주의 풍미에 매실 특유의 고소함과 청량함을 더하기 위해 애썼다.

백제명가주조의 이정아 대표와 남편 김지영 씨.

이정아 대표는 “달이 비치는 짙은 밤, 매화꽃 핀 나무 아래에서 잔잔한 바람을 맞는 듯한 술이에요.”라고 말한다. 알코올 도수가 8%인 매화깊은밤은 그냥 마셔도 목 넘김이 부드럽다. 가급적 차게 즐기기를 추천하고 얼음을 약간 더하면 산뜻함이 배가된다. 안주로는 담백한 수육이나 매콤한 갈비찜, 고소한 해물전 등이 잘 어울린다.

백제명가주조는 매화깊은밤의 시리즈로 ‘보리수헤는밤(8%)’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보리수는 앵두과의 과실로, 5월이 매실이라면 6월은 보리수의 계절이라고 전한다. 홍국(붉은누룩)을 넣어 독특한 풍미를 경험할 수 있다.

원숙한 황매실의 풍미 매실원주
서울과 전남 광양 두 곳에 제조 시설을 둔 ㈜더한주류의 ‘매실원주’는 한상헌 대표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가양주에서 비롯됐다. ‘제대로 된 매실주를 빚겠다’는 목표로, 한 대표는 고향 광양의 매실밭에서 수확한 황매실에 천연 꿀을 더해 맛을 완성했다. 

일반적으로 매실주는 5~6월에 나는 청매실을 원료로 사용하지만, 매실원주는 7월경 수확해 보다 원숙한 맛을 내는 황매실을 고집한다. 청매실은 과육이 단단해 운반이 용이하지만 향이 다소 약한 반면, 황매실은 쉽게 물러지고 상처가 나기 쉬워 유통은 까다롭지만, 깊고 풍부한 향과 진한 풍미를 지닌다.

더한주류는 생산 설비에 과감하게 투자해 살균·포장 등 여러 공정을 자동화했다. 생산 효율이 높고 위생적인 면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매실은 자체 당분만으로 발효가 어려운 과일이에요. 그래서 발효 방식이 아닌 침출 방식으로 원액을 만들고, 1년간 숙성한 뒤 천연 꿀을 넣어 풍미를 더합니다.”

더한주류는 특허받은 기술로 황매실을 급속 냉동한 후 침출해, 황매실의 깊은 맛과 향을 고스란히 살려낸다. 매실원주는 매실 본연의 향과 맛을 지향하는 술로, 샷으로 간편하게 또는 온더록스로 얼음을 띄워 은은하게 즐길 수 있다. 탄산수와 섞어 매실 하이볼로 즐겨도 좋다. 육류, 해산물 등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며, 특히 식전주로 입맛을 돋우기에도 제격이다. 이 외에도 더한주류는 프리미엄 라인인 ‘원매(15%, 20%)’, 그리고 매실주 원액을 증류한 ‘서울의밤(25%)’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백 년의 시간이 빚은 매실막걸리 
전북 진안에 자리한 ㈜성수주조장은 1925년 설립되어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한 전통 양조장이다. 2022년 진양우 대표가 이 양조장을 인수하면서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성수막걸리(9%)를 기본으로 2023년에는 딸기막걸리(6%)를, 2024년에는 매실막걸리(9%)를 제품군에 추가했다.

성수주조장은 100% 우리 농산물로만 술을 빚는다. 그런 이유로 딸기막걸리와 성수막걸리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의 ‘술 품질인증(나형)’을 획득하기도 했다. 매실막걸리는 진안에서 재배한 ‘신동진’ 햅쌀과 무농약 황매실을 원료로 한다. 감미료나 향료, 색소를 일절 넣지 않고 전통 양조 방식을 고수한다.

100년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 성수주조장의 진양우 대표.

진 대표는 “막걸리 특유의 산미와 황매실의 은은한 단맛이 어우러지고, 마신 뒤에도 혀끝에 여운이 남습니다.”라고 말했다. 매실막걸리는 삼양주(밑술에 두 번 덧술 하는 양조법) 방식으로 빚는다. 발효에 20일, 숙성에 15일을 더해 완성된다. 특히, 성수주조장만의 황매실 가공법이 핵심이다. 황매실은 발효 과정에서 단맛이 줄어들기 쉬운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수확한 원물을 1년 이상 항아리에서 숙성하고, 원액을 끓이고 식히는 과정을 반복해 당도를 15브릭스(brix) 이상으로 끌어 올렸다. 덕분에 감미료 없이도 황매실 고유의 풍부한 단맛을 담아낼 수 있었다.

“고운 매실 색을 음미할 수 있도록 유리잔에 드시기를 추천해요. 신선한 회나 가벼운 스낵류와 잘 어울리고요.”

주당이라면 성수주조장의 기본 막걸리의 고도수 버전인 ‘존버1925막걸리(14%)’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양조장 체험관광상품도 운영 중이어서 진안 여행길에 함께 둘러봐도 좋겠다.

글 길다래 기자(전통주 소믈리에) | 사진 전승 기자, 각 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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