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먼로의 "해피 버스데이 투 프레지던트"

1962년 5월 19일, 인기 절정의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가 뉴욕 매디슨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후원금 모금 행사 무대에 섰다. 케네디의 만 45세 생일(5월 29일) 파티를 겸한 성대한 자리였다. 굴지의 기업인과 마리아 칼라스, 엘라 피츠제럴드, 페기 리 등 스타 예술가와 연예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런저런 행사에 툭하면 지각하던 먼로는 그날도 행사가 끝날 무렵에야 나타났다. “대통령님, 지각생(the late) 마릴린 먼로입니다”라는 사회자의 소개와 함께, 인조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타이트한 살색 오픈백 드레스 차림의 먼로가 피날레 무대에 등장했다. 그는 가쁜 숨소리가 섞인 섹시한 목소리로 생일 축하송 ‘Happy birthday to you’를 부른 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당신이 해낸 모든 일들, 당신이 이겨낸 모든 싸움들,(…)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멘트를 끝으로 무대를 떠났다. 뒤이어 대형 케이크와 함께 무대에 오른 케네디는 “이토록 달콤하면서도 건전한(wholesome way) 생일 축하 노래를 듣고 나니 당장 정계에서 은퇴할 수도 있겠다”고 농담했다. 둘의 염문-불륜설이 파다하던 때였다. 한 칼럼니스트는 “(먼로가) 4.000만 미국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통령과 사랑을 나눴다”고 썼다.
당시 먼로는 21세기 폭스사의 새 영화 ‘Something’s Got to Give(1962)'를 촬영하던 중이었다. 스캔들을 우려한 영화사 대표의 만류에도 참석한 무대였다. 먼로는 오스카상 수상 디자이너 장 루이에게 1만2,000달러를 주고 드레스를 특별 주문했고, 알려진 바 숨소리까지 연습했다고 한다.
그해 8월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지면서 그 공연은 먼로가 대중 앞에 나선 생애 마지막 행사가 됐고, 이듬해 케네디도 암살당했다.
어쩌면 그날 먼로는 무책임한 연인에게 어떤 메시지, 혹은 경고를 전하고자 했을지 모른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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