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당진의 새벽녘, 바빠진 농심

보리가 익어가고 여름 기운이 감도는 5월이다. 절기상 소만을 앞두고 있는 농촌은 이맘때가 가장 분주하다. 충남 당진의 한 농촌마을도 본격적인 모내기를 앞두고 논마다 물을 대고 거래 질을 하면서 새벽 어스름 속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어둠 속 마을은 농민들의 분주한 발소리와 기계 소리가 퍼지며 아침을 맞이한다.

이 시기가 되면 이색적인 풍경을 볼 수 있다. 논마다 물이 가득 차면 주변 집들이 물에 비쳐 마치 수면 위에 떠 있는 듯한 신비로운 모습을 연출한다. 특히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밤 풍경은 더없이 아름답다. 마을에 찾아간 날도 한밤중이라 '달빛 아래 논 사이로 떠 있는 집'들이 뚜렷이 보였다. 그중 한 집은 창문 사이로 새어 나온 불빛 때문에 유난히 눈길을 사로잡았다. 모내기 걱정에 서둘러 들일을 준비하느라 집주인이 밤잠을 설쳤나 보다.

이런 모습을 보니, '쌀 한 톨'이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농민들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예로부터 "쌀 한 톨에 농민 땀 한 방울"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벼농사는 정성과 인내를 요구하는 고된 노동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980년대 후반 이후 쌀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다행히 코로나19 이후 집밥을 선호하는 문화가 확산돼 감소세는 한풀 꺾였다. 부디 모내기 철 새벽을 깨우는 농민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기를, 그 땀방울이 우리의 밥상에서 소중히 이어지기를 바랐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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