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즉위 “지금은 사랑을 위한 때” 분쟁종식 촉구
‘포프모빌’ 타고 성 베드로 광장에
교황 상징 팔리움-어부의 반지 착용
“인류의 화합에 누룩되는 교회로”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의 즉위 미사가 18일 오전(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공식 거행됐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 등 세계 각국 주요 인사를 포함해 약 25만 명이 모여든 가운데, 교황은 “지금은 사랑을 위한 때”라며 세계 평화와 분쟁 종식을 촉구했다.
레오 14세는 성 베드로 대성당에 도착한 뒤 중앙 제대 아래의 성 베드로 무덤에 경배를 올리며 미사를 시작했다. 추기경들을 따라 성 베드로 광장에 마련된 야외 제단에 올라 ‘팔리움’을 착용했다. 팔리움은 어깨에 걸치는 흰색 양털 띠로, 붉은 십자 문양은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다섯 상처를 뜻한다. 이어 교황의 사도적 임무를 상징하는 ‘어부의 반지’도 착용했다. 예수가 베드로에게 “내가 너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 레오 14세는 결연한 표정으로 의식을 치르고 두 손 모아 기도한 뒤 환한 미소를 지었다.
교황은 이날 미사 강론에서 “그리스도인이 인류의 화합을 위한 누룩이 되는 교회를 세우자”며 “불화와 증오, 폭력, 편견 등으로 인한 두려움, 지구 자원을 착취하고 가장 가난한 이들을 소외시키는 경제 논리가 만든 상처를 우리는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에 애도를 표하며 “아무런 공로 없이 선출됐지만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형제로서 여러분에게 다가가겠다”고 했다.
교황은 또 “모두 함께 걸어야 한다. 작은 울타리 안에 갇혀 있지 말고, 세상에 대한 우월감을 느끼지도 말자”며 “모든 민족의 사회·종교적 문화 가치를 존중하며 서로 사랑하자”고 당부했다. 미사 마지막 삼종 기도에서도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희생자들, 가난한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날 즉위 미사에는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과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동생인 에드워드 왕자 등이 참석했다. 레오 14세의 주요 사목지였던 페루에선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왔다. 미사 직전 밴스 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끄는 교황 즉위 경축 사절단이 미사에 참석했다. 염수정 추기경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무국장 송영민 신부도 참석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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