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부 상영하면서 오케스트라가 영화음악 연주하는 콘서트
‘해리 포터’ 상영하며 음악 연주

장대비가 쏟아진 지난 16일 저녁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가족과 연인 등 관객들이 삼삼오오 공연장에 모여들었다. 복장이 독특했다. 망토와 모자, 지팡이와 뿔테안경까지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차림이 많았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6편인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를 상영하면서 오케스트라가 영화음악을 연주하는 ‘필름 콘서트’의 관객들이었다. 이달 결혼 기념일을 앞둔 동갑내기 부부 이명훈·김미선(29)씨도 일본 도쿄의 해리 포터 스튜디오에서 구입한 망토를 입고 참석했다. 이들은 “어릴 적부터 영화 ‘해리 포터’를 보면서 자랐는데 생생한 연주로 보면 근사한 추억이 될 것 같아서 복장까지 차려입었다”고 했다.
영화음악 콘서트가 진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추억의 영화에서 흘렀던 선율을 영상 없이 오케스트라 연주로 들려주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해리 포터’ 콘서트처럼 공연장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서 실제로 영화를 상영하면서, 영화음악은 오케스트라의 실연(實演)으로 들려주는 복합형 무대가 크게 늘었다. 이날 성남시향을 지휘한 대만계 지휘자 시흥 영은 관객을 ‘해리 포터’에 등장하는 기숙사 학생들에 비유한 뒤 “영화 장면에서 주인공이 등장하면 콘서트처럼 얼마든지 웃고 떠들고 야유를 보내도 좋다”며 반응을 유도했다. 그러자 관객들도 마법 학교 호그와트의 학생들처럼 환호를 보냈다.
필름 콘서트는 기존 영화에서 대사는 남겨두고 음악만 덜어낸 뒤 다시 현장에서 연주를 곁들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복제 기술의 산물인 영화와 전통적 아날로그 영역인 공연이 뒤섞이고 있는 것이다. 가상과 현실, 감상과 체험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이야말로 이 공연 방식의 묘미다. 영화 후반부 덤블도어 교수의 장례식 장면이 되자 관객들도 일제히 휴대전화 불빛을 켜면서 추모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날은 외국인 관객도 적지 않았다. 지난 3월 어학연수를 위해 독일에서 방한한 리나(27)씨는 “실제 연주로 영화를 보니 박진감과 집중력이 배가된다”고 했다.
영화 장면과 오케스트라 연주를 결합한 필름 콘서트는 국내에서 점차 확산 중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오는 10월과 내년 5월에도 영화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1~2부를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김아림 세종문화회관 팀장은 “평일과 주말에 따라서 편차는 있지만 평균 객석 점유율이 80~90%에 이를 정도로 호응이 높다”고 했다.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같은 방식으로 무대에 올리고 있는 공연 기획사 아트앤아티스트도 내년 ‘타이타닉’과 ‘아바타’ 1편 등 작품 편수를 확대할 예정이다. ‘극장은 상영(上映), 공연장은 상연(上演)’이라는 구분도 이젠 옛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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