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에 의한 평화) 시대의 종언?

박인국 전 주유엔대사, 최종현학술원 초대원장 2025. 5. 19.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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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계 특이점 왔지만
‘美 패권의 終焉’ 선언은 일러
이번 관세 협상 중간 타결 보라
첨단 과학, 기축통화도 마찬가지
주가, 국채, 달러 가치 흔들렸지만
‘셀 아메리카’도 이제 진정 기미
우리에겐 위기와 도약 갈림길
오롯이 새 정부의 몫이다
5월 16일 워싱턴 미국 농무부 건물에 성조기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AP 연합뉴스

지난 6일 타계한 미국의 대표적 석학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는 그의 저서 ‘Is the American Century Over’에서 영국이 20세기 초반까지 영국에 의한 평화(Pax Britannica)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해군력이 제2, 제3위 국가의 해군력을 합한 것보다 크게 유지되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나이 교수는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국방비가 2위부터 10위국가의 국방비 합보다 압도적으로 우세하기 때문에 중국의 거센 도전에도 상당 기간 ‘미국에 의한 평화’ 시대는 종식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유 핵무기도 5044기 대 500기로 미국이 현격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군사력을 전 세계에 투사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최근 15년간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중국이 급속도로 증가시키고 있는 해군력과 극초음속 미사일이나 스텔스 기능 전투기(청뚜J-20) 같은 첨단 무기 개발과 놀랄만한 실전 배치 속도는 동북아 지역 안보에 심각한 도전이다.

미국 내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 2기 집권 후 첫 100일 동안 쏟아진 ‘매가(MAGA)’ 혁명 실현 방안이 국제, 국내 이슈를 막론하고 철저한 자국 이익 우선주의에 매몰되어 있어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미국에 의한 평화) 시대의 종언이 온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코노미스트지가 지난 100년 미국 역사에서 대통령 취임 후 첫 100일간 이렇게 세상을 뒤엎어 놓은 적이 없다고 평가한 점에서도 트럼프2.0의 위력을 실감한다. 이러한 트럼프 ’100일 혁명’의 소용돌이 가운데 팍스 아메리카나의 향배를 가늠할 미중 관계 특이점을 주목해 보고자 한다..

첫째, 미·중의 치킨 게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5월 11일 스위스에서 중간 타결한 미·중 관세 협상이 이를 잘 보여준다. 1930년 스무트-홀리법이 50%가 넘는 고율 관세와 보복 관세 때문에 대공황으로 연결된 역사적 실수를 어느 쪽도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무역 불균형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제2, 제3 플라자 합의 추진이나 미국입장이 충분히 반영된 무역협정체결(USMCA등), 또는 100년물 미국채 매입 요청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할 것이다.

둘째, 무소불위의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발효일인 4월 9일 중국을 제외한 모든 협상 대상국에 상호 관세 적용을 90일 유예한다는 일종의 휴전을 선언했는데, 미국채 투매라는 뜻밖의 난적과 맞닥뜨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주가, 국채, 그리고 달러 가치가 동시에 하락하는 소위 ’트리플 약세’가 발생했는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주식, 채권과 달러를 팔고 해외 자산으로 눈을 돌리는 상황을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행히 미·중 관세 협상 중간 타결 이후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셋째, 첨단 과학과 기축통화 문제에서 중국의 도전을 발본색원한다는 미국의 방침은 확고하다. 이것은 딥시크 등 중국의 자체 첨단 기술 혁신에 대한 미국의 충격을 반영한다고 하겠다. 기축통화 문제를 보면, 중국이 전 세계 수출입액의 12.5%, 미국이 전 세계 수출입액의 11%를 점하고 있는 데 반해, 거래 통화 비율은 중국 위안화가 1.7%, 미국 달러는 39.3%를 차지하는 극심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중국의 불만이다. 그러나 IMF 특별 인출권(SDR) 내 위안화 비율이 달러화에 비해 상당한 거리가 있고, 국제결제은행(BIS)에서도 90%가 달러로 거래되고 있어 달러화 이외 대안 부재의 벽을 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최근 미국의 활발한 스테이블코인 결제수단 활용에 대응하여 중국이 위안화를 디지털화폐(CBDC) 시대의 기축통화로 활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있다.

넷째, 벌써부터 내년 상하원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2.0에 레임덕이 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탈환할 확률을 80%로 전망하였다. 중간선거에서는 집권당이 불리한 데다 현재 하원은 219 대 216석으로 공화당이 근소한 3석 우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3선 추진 가능성에 대해서는 본디 법무장관이 이미 불가능함을 시사한 바 있다.

위에서 살펴본 여러 측면에서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의 종언을 선언하기는 이르다고 하겠다. 3년여 전 워싱턴 DC에서 필자가 주관한 국제회의에서 조셉 나이 교수는 ‘중국의 도전과 역사의 교훈’ 제하의 만찬연설을 통해 중국이 군사력 성장에 힘입어 무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미국은 ‘관리된 경쟁’이나 ‘협력적 경쟁’에 초점을 두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전후 80년을 이어온 미 패권의 시대가 나이 교수가 제안한 대로 미·중의 ‘협력적 경쟁’ 시대로 이어질지, 아니면 미국이 매가 혁명의 깃발 아래 휩싸이든지, 어떤 경우든 우리가 그저 팔짱 끼고 바라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매가의 대두와 한국의 대선이 맞물려 있다. 밑동이 흔들릴 수도 있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롯이 내달 초 출범하는 신행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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