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노동자 복지 역주행… 쉼터 이용자 늘어나도 예산은 줄어
도내 설치된 이동노동자 쉼터의 이용자가 매년 늘고 있지만, 운영 예산은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식권과 건강권 보장을 목적으로 조성된 쉼터 운영이 지속 가능할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동노동자들이 지난 15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창원이동노동자 쉼터를 찾고 있다./김승권 기자/
5년째 배달 라이더로 일하는 박모(46) 씨는 “오토바이 배달은 사고 위험이 크고 스트레스도 심한데 정작 쉴 곳이 없다”며 “쉼터가 사고 위험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창원이라도 성산구엔 쉼터가 있지만 의창구엔 없다. 1시간 정도 쉬려고 30분을 이동할 순 없는 노릇이다”며 “도심 곳곳에 쉼터가 생겼으면 한다”고 했다.
대리기사로 8년째 일하고 있는 구자봉(67)씨도 “주로 저녁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쉼터에서 콜을 기다리면서 쉬고 있다”며 “안마의자와 음료 같은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동료들과 매일같이 찾는다”고 말했다.
현재 도내에는 5개 시군에서 거점쉼터 2곳, 간이쉼터 7곳 등 총 9곳의 이동노동자 쉼터를 운영 중이다. 이용 대상은 대리기사, 배달·택배 기사, 학습지 교사 등 이동이 잦은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이다. 거점쉼터엔 회의실, 안마의자, 컴퓨터, 상담실 등 다양한 편의와 복지 시설이 갖춰져 있고, 간이쉼터는 휴식 공간 위주로 조성돼 있다.
문제는 쉼터의 이용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예산은 되레 축소되거나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경남도 등에 따르면 창원 거점쉼터의 연간 이용자는 2022년 1만2257명에서 2023년 2만2011명, 2024년 3만1827명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운영 예산은 2023년 1억8000만원에서 2024년 1억9800만원으로 소폭 늘어난 뒤, 2025년 다시 1억8000만원으로 줄었다. 김해 거점쉼터도 비슷한 상황이다. 2021년 개소 이후 이용자는 2022년 7324명, 2023년 1만50명, 2024년 1만4572명으로 증가했지만, 예산은 매년 1억2000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간이쉼터의 경우 상황은 더 열악하다. 2023년 2월 개소한 마산 간이쉼터는 첫해 5098명에서 2024년 1만604명으로 이용자가 급증했지만, 예산은 첫해 2800만원에서 2024년 2400만원, 2025년엔 2100만원으로 삭감됐다. 2023년 3월 개소한 진주 간이쉼터도 1848명에서 2024년 2816명으로 늘었지만 예산은 2023년 800만원, 2024년과 2025년 각 826만원에 머물렀다.
김해 내동과 구산동 간이쉼터는 매년 이용자가 늘어 2024년 기준 각각 2만5916명, 7997명을 기록했으나, 두 쉼터의 예산은 2023년 2460만원에서 2025년 2060만원으로 줄었다. 2023년 5월 문을 연 합천 간이쉼터는 예외적으로 예산이 소폭 늘었다. 2024년 11월과 12월 각각 개소한 진해 간이 쉼터와 거제 간이쉼터도 개장 초기부터 많은 노동자가 찾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요일까지 운영을 확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인 형편이다. 전체 9곳 중 절반이 넘는 5곳은 일요일에 운영하지 않는다.
수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김해 내동·구산 간이쉼터를 보면, 지난 3월 기준 내동은 평일 일평균 93.2명, 주말 일평균 70.7명이 찾았고, 구산은 평일 일평균 28.2명, 주말 일평균 18.4명이 이용했다 업무 특성상 주말에도 노동자들이 쉼터를 꾸준히 찾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리기사는 “평일에는 편히 머물다 가도 일요일엔 결국 편의점 같은 곳을 전전하고 다녀야 한다”고 했다.
김태형 기자 t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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