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 환영 받은 초대형 크루즈 A호, 왜 제주서 자취 감췄을까

박성우 기자 2025. 5. 1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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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 입지' 무색한 제주 크루즈 인프라...CIQ-편의-면세 등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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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제주에 정기적으로 입항하던 세계적인 크루즈 선사의 A호. 17만톤급 초대형 크루즈에 5천명이 훌쩍 넘는 승객들을 태우고 입항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기대를 모았다. 당시 대대적인 환영 행사가 벌어졌고, 언론을 통해서도 집중 조명되곤 했다.

그런데, A사의 크루즈가 어느 때부터 제주에서 자취를 감춘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해까지는 입항 기록이 남아있지만, 올해는 제주 기항을 완전히 중단했다.

공식적인 설명은 없지만 업계에서는 "항만 인프라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입출항 심사 시 지연되는 시간, 관광지와 항구 간의 접근성 문제, 특히 개별관광객에 대한 배려 부족 등 불편사항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사를 향한 이용객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결국 해당 노선은 제주를 경유하지 않고 중국에서 일본으로 직항하는 형태로 바뀌었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아시아 크루즈 시장의 중심에서 제주가 갖는 잠재력은 크다. 제주는 아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크루즈 항로의 중간 지점에 있다. '한중일 크루즈 벨트'의 허브가 될 수 있는 위치다. 

기존 강정항에 더해 제주신항만 개발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제주가 '준모항'을 넘어 아시아 대표 모항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감돈다.

하지만 세계 수준의 기항지로 도약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입출국 심사의 간소화 문제는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세관(Customs), 출입국(Immigration), 검역(Quarantine)을 통칭한 CIQ 심사 절차의 간소화는 해묵은 고민거리다.

기존의 제주항과 강정항에는 24대의 출입국 검사대가 있지만 전담 인력이 부족해 소속 절차가 지연돼 왔다. 이는 곧 관광객들의 체류 시간 감소와도 직결됐다. 제주에 머무는 시간이 적을수록 관광객들이 소비할 기회도 적어진 셈이다.

실제 제주항에서 크루즈 관광객 3000명이 하선할 시 심사에만 약 2시간이 소요됐다. 대형 크루즈선이 찾는 강정항의 경우 하선하는데 근 3시간이 지체된 것으로 전해졌다. 관광객은 물론 지역 상권에서도 볼멘소리가 꾸준했던 이유다.

가장 큰 문제였던 출입국 간소화는 출입국 자동화 설비가 설계되면서 차츰 개선될 전망이다. 자동화시스템은 올해 11월께 완공돼 이르면 연말부터 시범운영될 계획이다.

당장 일본의 사례만 하더라도 출입국 간소화를 위한 국가 차원의 결단이 있었다. 한국인 크루즈 관광객이 일본에 입국할 시 여권을 단체로 수거하고, 사본만으로 면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했다. 규제개혁에 미온적인 우리 정부와는 온도차가 있다.

또 강정항이나 제주항에 기항하는 크루즈 이용객들은 입국과 출국 시 모두 심사를 거쳐야 한다. 입국 심사를 까다롭게 하되 출국 심사는 상대적으로 간소화 하는 다른 나라와 비교되는 시스템이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경우도 항공편으로 입출국 할 때도 출국 심사가 엄격하지 않다는 점이 비교된다.

그러다보니 제주에 내리는 크루즈 관광객들은 이중심사를 받는 구조다. 크루즈 내부의 안전조치는 선사에 책임이 있기 때문에 한 차례 더 소지품을 검사하는 절차가 이뤄진다. 터미널에서 한 번, 선박 탑승 직전에 또 한 번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는 단순 번거로움을 넘어 입출국 절차 자체를 지연시키는 주된 요인이다.

제주도는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혁신단에 관련된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건의중이라는 입장이지만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찰청, 해양수산부, 법무부, 국정원 등이 얽혀 있어 개선이 쉽지만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의 편의성과 소비 확대를 위한 인프라 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다.

현재 강정항에는 크루즈 승객을 위한 버스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단체 관광객이 아닌 개별 관광객은 마을 안 길까지 걸어가야 버스를 탈 수 있는 상황이다. 서귀포시는 강정항에서 올레시장으로 이어지는 직행 노선 개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실현되진 않았다.

면세 인프라의 경우도 현재 중국인 관광객들은 강정항에 하선한 뒤 제주시내권의 면세점으로 이동하는 실정이다. 제주도는 중문관광단지 ICC제주 내 내국인면세점에 대해 한시적으로 외국인들에게도 개방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답변을 전해듣지 못했다.

크루즈 산업의 발전은 간접적 '낙수효과' 외에도 세수 확대 효과가 뒤따른다. 선박의 크기에 따라 매겨지는 선박 입항료만 해도 10만톤급을 넘어가는 크루즈의 경우 1500만원 안팎이다. 여기에 관광객 1인당 6000원의 터미널 이용료도 포함된다.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공항이용료와는 달리 항만 이용료의 경우 지방세 수입으로 잡힌다. 더 많은 승객이 제주에 체류할수록 세수 증대와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커진다는 의미다.

제주도 관계자는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아직 우리나라는 크루즈 산업이 성장해 가는 단계"라며 "정부 차원에서도 발전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긍정적인 신호들이 감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