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소멸 막을 해법은 `창업`뿐이다

대한민국의 지방이 지금 사라져가고 있다. 고령화, 인구 유출, 산업 공동화로 인해 수많은 소도시가 '지방 소멸'의 경계선 위에 서 있다. 더 이상 관망할 시간이 없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실천 가능한 대안이 절실하다. 그 해법 중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수단이 바로 지방에서의 창업이다.
한국은행이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과 충청권은 3.4%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동남권, 호남권, 대경권은 고작 1.4%에 머물렀다. 지역 간 격차는 더 벌어졌고, 특히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지방의 경제 생태계를 붕괴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방에 사람이 남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일자리는 '창업'을 통해 만들어진다. 지자체의 각종 기업 유치 정책이 반복되어 왔지만, 모든 지방에 수도권에 있는 우수한 기업을 유치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반면 지역에 뿌리를 내린 창업은 지역 고유의 자원과 사람을 기반으로 성장하며, 지속가능한 경제 생태계의 시작점이 된다.
서울과 수도권은 창업 인프라가 밀집되어 있고, 시장 접근성도 뛰어나다. 그러나 과도한 경쟁, 높은 임대료, 인건비 부담은 창업가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대조적으로 지방은 비용이 낮고, 실험할 여백이 있으며, 지역 자원을 활용한 차별화가 가능하다. 지금은 지방 창업이 '비주류 대안'이 아니라, 주류 전략으로 자리잡아야 할 시점이다. 이런 흐름은 해외에서도 이미 증명되었다.
이탈리아 마테라(Matera)는 '버려진 도시'에서 '문화 스타트업 도시'로 전환한 사례이다. 마테라는 과거 남부 이탈리아의 가장 낙후된 도시 중 하나로, 20세기 중반까지도 동굴 집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이 많았다. 하지만 2000년대 초부터 이 지역의 역사적 건축물과 전통 문화를 활용한 창업이 시작되었다. 지역 청년들은 전통 도자기, 천연 염색 직물, 고대 농법을 현대화한 유기농 창업에 도전했고, 예술가들과 협업하여 '살아있는 유산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냈다. 마테라는 2019년 유럽 문화 수도로 선정되었고, 그 해에만 100만 명 이상이 방문했다. 창업이 과거의 유산을 자산으로 전환한 대표적 사례다.
핀란드 오울루(Oulu)는 ICT 붕괴 이후 지역 창업으로 재도약한 사례이다. 노키아의 몰락 이후 한때 대량 실직 사태를 겪었던 오울루는, 무선통신 엔지니어 출신 인력들이 지역에 머물며 창업에 나선 것이 반전의 계기가 되었다. 오울루시와 대학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헬스케어 융합 스타트업을 집중 지원했고, 그 결과 2020년대 들어 의료기기, 웨어러블 기술, AI 진단 시스템 등에서 빠르게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지금 오울루는 '핀란드의 실리콘밸리'라 불릴 정도로 활력이 넘치며, 기술 창업의 전환점이 지방도시에서도 가능함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스페인 북부의 빌바오(Bilbao)도 대표적인 예다. 한때 철강·조선업의 몰락으로 실업률이 급증하고 도시 전체가 침체에 빠졌던 빌바오는, '창업 중심의 도시 재건'이라는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빌바오 시는 초기부터 대기업 유치보다 지역 청년 창업과 문화 기반 스타트업 육성에 집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빌바오 비즈카이아 디자인센터(BIDC)'다. 버려졌던 항구 창고를 리노베이션해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로 조성한 이 공간은, 지역 디자이너, IT기술자, 장인들이 창업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성장할 수 있는 허브가 되었다. 이곳에서 탄생한 친환경 도시 가구 제작업체, 증강현실 기반 건축설계 플랫폼은 유럽 전역으로 진출하며, 다시 빌바오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주목할 점은, 창업을 통한 도시 회복이 단지 '경제 재건'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술, 건축, 기술이 결합된 창업 생태계는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재발견하게 했고, 이로 인해 도시의 자부심과 정체성이 되살아났다. 빌바오는 지금 '구겐하임 미술관'으로만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 유럽의 혁신 스타트업 도시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처럼 빌바오의 변화는 보여준다. 지방 창업은 쇠퇴한 도시조차도 되살릴 수 있는 실질적 대안이며,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발전의 해법이다.
이처럼 유럽은 이미 지방 창업을 '경제 회복'이 아닌, '미래 재설계의 기회'로 보고 있다. 쇠퇴하던 공업지대, 낙후된 농촌, 유휴 공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힘, 그 출발점은 언제나 지역에서 작은 창업이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도 작지만 새로운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전북에서 버려지는 농업 부산물을 활용한 친환경 포장재 스타트업, 경북에서 로컬 카페와 관광 콘텐츠를 결합해 도시 소비자를 불러모은 청년 창업자, 제주에서 감귤 부산물로 화장품을 만드는 청년 기업까지, 그들은 지방에서 창업하고, 사람을 모으고, 지역을 되살리고 있다.
이제는 지방 창업을 위한 전략적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방 창업자들의 정착을 위한 안정적 주거, 판로 연결, 장기 멘토링, 기술 인프라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 창업을 '국가 재건의 축'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다.
작은 창업이 도시의 흐름을 바꾸고 한 사람의 도전이 지역을 살릴 수 있다. 우리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지방을 버릴 것인가, 아니면 창업을 통해 되살릴 것인가. 정답은 분명하다. 지방 창업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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