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제13회 디아스포라영화제 개막작 ‘국도 7호선’
재일동포 3세 전진융 감독 신작
한국과 일본 모두 존재하는 도로
남북 분단·재일동포들 이산 초점
경자-영호-나나… 삼대 삶 그려

지난 16일 개막해 20일까지 이어지는 인천을 대표하는 국제 영화제, ‘제13회 디아스포라영화제’의 개막작은 재일동포 3세 전진융 감독의 신작 ‘국도 7호선’이다.
한국과 일본에 모두 존재하는 도로이면서 북한으로 향하는 도로인 7번 국도에 관한 영화다. 부산에서 시작하는 7번 국도는 강원도 고성을 지나 금강산과 함흥으로 이어진다. 일본의 7번 국도는 한때 재일조선인들이 북한으로 향했던 배가 드나들었던 니가타항과 연결되는 도로다.
영화 속 주인공이자 재일동포인 영호(소지 아라이)는 일본 아키타현 7번 국도가 지나는 작은 마을에서 어머니 경자(야마모토 미치코)와 함께 살고 있다. 경자는 50년 동안 운영한 파친코 가게를 접는다. 그 기념으로 영호가 제안하는 해외 여행 대신 7번 국도를 타고 니가타 항구에서 ‘북위 38도선’ 너머를 바라보는 여정을 택한다. 경자는 그곳에서 북쪽으로 넘어가 만나지 못하는 언니 순자를 그리워한다.
경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뜬다. 영호의 딸 나나(기자키 미나)가 할머니의 부고를 접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부녀 사이는 서먹하기만 하다. 영호는 어머니 앞으로 온 오래된 북한 편지를 발견한다. 딸이 그 편지를 궁금해한다. 영호와 나나는 함께 한국의 7번 국도를 타고 남한에서 민간인이 갈 수 있는 북쪽 끝인 동해의 북위 38도선 부근까지 가보는 여정을 떠난다.

남북 분단에 관한 영화이면서 그 사이에 있는 일본, 즉 재일 동포들의 이산에 초점을 맞춰 디아스포라의 시선을 담은 영화다. 일본에서 어머니와 아들의 7번 국도 여정이 한국에서 그 다음 세대인 아버지와 딸의 7번 국도 여정으로 이어진다. 이산의 아픔은 한반도만의 일은 아니었음을, 이 영화는 일본 현대사 속 재일 동포들의 삶을 담담하게 암시한다. ‘순자 언니 파라다이스에서 만나요’라는 생전 경자가 남긴 글귀가 마음에 맴돈다.
전진융 감독은 2022년에 이어 다시 신작을 들고 올해 디아스포라영화제를 찾았다. 전 감독은 지난 16일 오후 인천 중구 하버파크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영화제 개막식에서 “재일 동포들이 많이 장사했던 파친코 사업과 한국·일본에 모두 존재하는 국도 7호선을 연결했다”며 “한국의 7번 국도와 일본의 7번 국도 가운데에 7번 국도(북한 쪽)가 이어지면 파친코의 ‘777’처럼 대박이 터진다. 가운데 ‘7’이 이어지고 사람들이 편하게 왕래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고 말했다.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미국 드라마 ‘파친코’에서 모자수 역할을 맡아 널리 알려진 배우 소지 아라이가 ‘국도 7호선’ 주연을 맡아 눈길을 끌고 있다. 소지 아라이도 재일 동포 3세다. 소지 아라이는 이번 디아스포라영화제 개막식에 꼭 참석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배우의 해외 일정 때문에 아쉽게 불발됐다고 영화제 측은 설명했다.
이 영화는 관련 주제의 장편 영화를 제작하기 위한 ‘중간 작업’(파일럿 필름)이라고 한다. 개막식 당일 쏟아진 비로 애초 인천아트플랫폼 야외 광장에서 예정했던 개막작 상영이 취소될 뻔했으나, 다행히 빗줄기가 잦아들면서 상영은 재개됐다. 비가 완전히 그치지 않아 관객이 적을 것이란 영화제 측 예상과 달리, 많은 관객이 자리를 지키는 ‘우중(雨中) 관람’의 모습을 연출했다.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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