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이냐 출국이냐…기로에 선 미등록 이주노동자
노동부, 체불금품확인원 미발급
출입국도 구금해제 요구 무응답

"못 받은 임금을 달라고 했을 뿐인데 여기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어요."
▶ 관련기사 : 인천일보 2025년 5월14일자 1면 [구제받지 못하는 '미등록자'] 해마다 300억 이상 임금체불…미등록은 신고도 못해 등
지난 16일 오전 화성시 마도면 화성외국인보호소 5번 면회실. 유리창 너머 수화기를 든 비타빗 솔로몬(39)씨는 씁쓸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솔로몬씨 생일을 하루 앞두고 모두를위한이주인권문화센터 고기복 대표는 면회실을 찾았다. 샴푸와 세탁세제, 면도기 등 생필품은 전달했지만 챙겨온 케이크는 보호소 방침에 따라 건네지 못했다.
지난달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노동청에 갔다가 수원출입국외국인청에 구금된 솔로몬씨는 지난 2일 화성외국인보호소로 옮겨져 지내고 있다.
보호소 생활에 대해 그는 "큰 테이블 2개와 화장실·샤워실이 있는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12명이 함께 지낸다"며 "국적이 다른 외국인들과 있다보니 냄새나 소음, 언어 등에 적응이 필요하지만 견디고 있다"고 했다.
덤덤하게 말을 이어가던 솔로몬씨는 필리핀에 있는 가족들 이야기가 나오자 "돈을 못 보낸지 오래됐다"며 고개를 떨궜다. 매달 월급 180만원 가량을 보내던 생활은 끊어진 지 6개월이 넘었다. 그는 "보호소에서 20분당 1만원인 전화카드를 어렵게 구입해 아내와 통화했지만 가족들이 오히려 나를 걱정한다는 말만 듣다 끊었다"고 했다.
10년간 다닌 석재공장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표정이 굳어졌다. 솔로몬씨는 "사장은 거짓말쟁이"라며 "돈을 훔쳤다고 누명을 씌웠고 실수하면 욕설을 하기 일쑤였다"고 했다. 그럼에도 10년간 일한 건 순전히 "가족들 때문"이라고 했다.
그를 돕는 이주인권단체는 체불임금 문제 해결에 나서야하는 고용노동부 등 관련 기관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한다.
진정 조사 중인 솔로몬씨에겐 임금체불 사실을 노동부가 확인해주는 문서인 '체불금품확인원'이 아직까지 발급되지 않고 있다. 이 체불금품확인원이 있어야 출입국 구금 해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단체는 출입국에 구금 해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답변은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구금 상태에선 진정이 원활하지 않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소송 시 각 출입국·외국인청 판단에 따라 보호일시해제를 해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황이 이어지면 그는 결국 '구금 장기화'와 '강제 출국', 두 가지 선택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는 실제로 많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전형적인 형태다.
고기복 대표는 "사장이 임금체불을 부인하고 있기에 솔로몬씨가 법정에서 직접 입증해야 유리하겠지만 구금 상태에선 그조차 어렵다"며 "출입국에 구금 해제를 요구해도 묵묵부답이고, 노동부는 노동자 권리를 법무부는 인권을 보장해야 할 기관인데 현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특정 외국인의 보호 여부와 보호일시해제 가능성 등에 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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