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성 꽃다래농장 대표] “절박함에 시작한 농업, 삶의 전부”
5월 농협중앙회 '새농민상' 수상
농사 있어서 중요한 건 '적정가격'

"살기 위한 절박감으로 농사를 시작했어요.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성장한 결과 지금은 농업이 삶이 됐습니다."
인천 남동구 SK엔크린 선수촌주유소 옆길로 난 길을 쭉 따라 올라가다 보면, 김정성(67·사진) 꽃다래농장 대표의 일터가 나온다. 약 2310㎡(700평) 규모의 딸기 하우스부터, 샤인머스캣과 충랑이 자라는 400평의 포도밭, 250~300평가량 되는 토마토 재배지까지.
도로 맞은편에 아파트와 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십수 년의 시간 동안 그는 이곳에서 농부로서 삶을 이어왔다. 매일 오전 5시에 농장으로 나와 해가 지고, 깜깜해질 때쯤 집으로 향하는 그는 성실함이 인이 박인 도심 속 농사꾼이다.
최근 그는 농협중앙회가 수여하는 '새농민상'을 아내 김명숙(61)씨와 함께 수상했다. 1965년부터 농가소득 증진과 지역농업 발전에 이바지한 농업인에게 주어지는 이 상은 그에게 단순한 '훈장'이 아닌 세월의 무게다.
김 대표는 "예전엔 이런 거 받으라고 하면 '나는 안 받아요' 했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 많으니 말이다"라며 "근데 이렇게 받게 되니 우리가 농사를 지으면서, 해 온 것들을 보고 인정해 줬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이 크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30대 중반, 개인으로서 오롯이 농사를 시작한 시점이다. 구월동은 염전, 남촌동 일대는 모두 논밭이던 시절 얼갈이, 상추, 열무 등 엽채류를 키워 팔았다. 그는 "중부지방 특성상 겨울철엔 입채소류 밖에 심을 수 없었는데, 이걸 해가 지곤 도저히 수지가 맞지 않았다. 매일 적자였다"라고 회상했다.
그래서 토마토 농사도 시작했다. 기계를 갖추고, 직접 딴 토마토를 가공해 즙을 만들어 두레생협 등에 납품도 했다. 당시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HACCP) 강화로 기준이 강화되며, 고가의 설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 가공을 중단했지만 최고품질 토마토 생산 농가로 이름을 날린 그의 농장이다.
현재 주력 상품은 딸기다. 국산 품종인 '설향'을 선뵈고 있다. 판로는 직거래가 대부분이다. 한 번 농장과 인연을 맺은 이들이 꾸준히 농장을 찾고, 길가에 좌판을 열어 소비자와 직접 만나고 있다. 그는 "논산, 강경 지역의 딸기 농장을 유심히 보고 배웠다"며 "처음에 돈이 없어서 옛날식인 토경으로 했는데, 망해도 보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차차 시설을 갖춰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딸기 농사를 하며 가장 크게 체감하는 건 기후 변화다. 김 대표는 "농부들은 하우스 문 열고 들어서면 냄새, 습도, 온도로 작황 상태를 감지하는데, 날이 갈수록 기후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다"며 "올해는 수확이 평년보다 한 달 늦었다. 비가 너무 잦았고 햇빛이 부족해서 생육이 안 된 결과"라고 전했다.
그가 농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적정 가격'이라고 했다. 그는 "농산물값이 너무 싸도 안 되고, 너무 비싸도 안 된다. 생산자도 출하 잘 돼야 하고, 소비자도 부담 없이 사야 한다"며 "근데 그 중간값이라는 걸 우리가 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농사가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 때문에 단기적인 농업 정책보다 실질적인 시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김 대표는 "자연재해로부터 그나마 손실을 보전해 주는 농산물재해보험은 기준이 까다로워 못 받는 경우가 많다"며 "제일 필요한 정책인 만큼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대표는 남인천농협에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163번째로 조합에 가입했던 걸 기억할 만큼 오래 인연을 이어왔다"며 "조합장님도 직원들도 너무 열심히 하기 때문에 계속 발전하는 것 같다. 이 기회를 빌려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박해윤 기자 yu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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