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념식에 ‘총 든 요원’, 유가족은 뒷줄에···정부 주관 행사의 주객전도
기념재단 “군인 노래 틀어…누굴 위한 5.18인가”
‘정부 역할’ 언급 빠진 이주호 ‘맹탕 기념사’도 빈축

정부 주관으로 열린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기념식을 두고 5·18단체와 광주 곳곳에서 ‘부실 기념식’ 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념식장에는 무장요원들이 배치됐고 유가족들은 정치인과 보훈단체 등에 밀려 뒤쪽에 앉는 등 각종 논란이 나오고 있다.
5·18기념재단은 18일 국가보훈부 주관으로 진행된 제45주년 5·18기념식 직후 입장문을 내고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진행된 기념식에는 2500여명이 참석했다.
기념식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 사퇴,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의 사퇴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이주호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정부 대표로 참석했다.
하지만 기념식장은 대통령이 참석할 때 보다 경비와 보안검색이 삼엄했다. 대통령경호처와 경찰은 모든 출입자에 대해 몸수색과 소지품 검사를 했다. 액체류는 직접 마셔보게 한 뒤 반입을 허용했고 가방까지 뒤져 유인물 반입도 막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손으로 작성한 유인물을 두고도 승강이가 벌어진 끝에 겨우 반입이 허용됐다. 이형숙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 기본권을 국가 정책에 반영해 달라는 취지의 유인물이 무슨 이유로 5·18기념식장 반입을 금지하려는 것이냐”고 말했다.

기념식장 내부는 더욱 험악했다. 행사장 단상 양쪽으로 무장한 대통령실경호처 공격대응팀(CAT)이 배치됐다. 5·18묘역 뒤쪽 산비탈에도 무장 요원들이 배치돼 행사장을 감시했다.
기념식에서는 5·18영령들에 대한 묵념을 할 때 군인을 위해 만들어진 ‘묵념곡’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왔다. 그동안에는 <님을 위한 행진곡> 등이 주로 쓰였다.
5·18피해자인 유가족과 유공자들의 자리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6·3대선을 앞두고 많은 정치인들이 참석했다. 5·18유가족은 정치인과 보훈부가 초청한 다른 보훈단체 등에 밀려 4번째나 5번째 줄에 앉아서 기념식을 지켜봤다.
5·18기념재단은 “5·18의 가해자는 무장한 군인들이었는데 군인을 위한 노래를 틀고 무장을 한 요원들이 무기를 들고 서 있는 기념식을 도대체 무엇 때문에 준비한 것이냐”면서 “5·18을 기념할 때에는 희생자들의 뜻을 기리고 유가족과 광주 시민을 두고 의식을 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5·18에 대한 정부 역할을 언급하지 않은 이 대행의 기념사에도 혹평이 나왔다. 5·18기념재단은 “5·18정신 헌법수록이나 지속적인 진상규명, 기념사업법 제정 등 5·18현안 해결을 위한 어떠한 내용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 대행의 기념사에는 계엄에 대한 사과도 재발 방지 약속도 없었다.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겼다는 다짐도 없었다”면서 “우리의 기대는 오늘도 여지없이 빗나겠다”고 밝혔다.
양재혁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이 대행은 기념식이 끝나자마자 묘역도 둘러보지 않고 유가족도 위로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면서 “‘성의 없는 정부 행사에 5·18피해자들을 동원했다’고 분통을 터트리는 유가족이 많았다다”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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