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공공배심원… 사장님 잡는 악성리뷰 '리뷰'하는 제도들
배달앱 리뷰 논쟁 2편
말 많은 배달앱 리뷰 규제
기업은 할 만큼 했다는 입장
적극적이던 정부 한발 물러서
해외는 허위 리뷰에 강경해
수억원 벌금 부과하는 美
中 기업 공공배심원제 도입
알고리즘이 리뷰 자체 검열
우리는 지난 1편에서 배달앱 리뷰를 둘러싼 소비자와 음식점의 갈등을 조명했습니다. 이번엔 정부와 기업이 내놓은 나름의 대책을 살펴볼 차례입니다만, 아직까진 큰 성과는 없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해외에선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요? '배달앱 리뷰 논쟁' 2편입니다.
배달앱 리뷰를 둘러싼 소비자와 음식점의 '신경전'이 날로 심해지고 있습니다. 음식점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리뷰의 역할이 몰라보게 중요해진 탓입니다. 배달앱 업체들은 입점한 가게들에 특정 리뷰를 비공개 처리할 수 있는 '블라인드' 기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별점이 낮거나 부정적인 리뷰를 발견한 음식점이 시스템을 통해 요청하면, 배달앱의 리뷰시스템이 검수해 리뷰 차단 여부를 결정합니다. 짧게는 30일, 길게는 60일까지 리뷰를 비공개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적지 않은 소비자들은 이런 블라인드 시스템에 불만을 내비칩니다. 자신의 솔직한 목소리가 검열당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음식점은 "생존을 위해 리뷰를 차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양쪽 모두 논리가 타당해 어느 한쪽 편을 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배달앱 시장이 해마다 성장하는 만큼, 리뷰를 둘러싼 갈등은 점점 더 깊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음식 배달 규모는 2020년 17조3371억원(이하 누적 거래액 기준)에서 2024년 29조2802억원으로 4년 새 68.8% 증가했습니다.
■ 관점➌ 국내 정책 = 그런데도 리뷰 시스템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때 논쟁을 해소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정부도 지금은 한발 물러난 듯한 모양새입니다.
2021년 7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소비자와 음식점 등 모든 배달앱 이용자를 촘촘하게 보호하겠다"며 정책방안 5개를 발표했습니다. 리뷰와 별점제도를 개선하는 가이드라인 법제화, 이용자 보호업무평가 대상에 배달앱 포함, 배달앱 이용자 원스톱 피해구제 추진, 악성리뷰·별점테러 피해 예방을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 배달앱 이용자 보호를 위한 별도 규율체계 마련 등입니다.
하지만 이중 제대로 지켜진 건 많지 않습니다. 가이드라인은 법제화하는 데 실패했고, 원스톱 피해구제책을 만들겠다는 구상도 별다른 진전이 없습니다.
지난해 7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시행되긴 했습니다만, 거기엔 악성리뷰·별점테러를 예방하는 내용이 전무합니다. 지난 4월 이용자 보호업무평가 대상에 배달앱을 포함한 게 그나마 유일합니다.[※참고: 이용자 보호업무 평가 대상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이용자의 권익을 얼마나 잘 보호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방통위가 매년 선정하는 기업 목록입니다.]
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더디기만 합니다. 지난해 12월 11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5개 중앙부처 등과 함께 '소상공인 생업피해 정책대응반' 회의를 열었는데, 고작해야 1차입니다. 이 자리에서 방통위는 기존에 실시하고 있는 '악성후기 처리관리와 관련한 이용사업자 보호노력'을 배달앱에도 확대 적용하기로 했지만, 매번 하는 말에 불과합니다.
'소상공인 현장 애로 접수센터'를 가동해 피해 목소리를 듣고, 경찰청은 업무방해·명예훼손 등을 낳는 악성리뷰를 엄정하게 수사할 거란 중기부의 주장도 한낱 공염불에 그치진 않을지 지켜봐야 합니다.
■ 관점➍ 해외 사례 = 그렇다면 해외에선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요? 세계 각국의 정부와 기업은 주로 배달앱 음식점을 괴롭히는 허위·가짜리뷰를 색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해당 리뷰가 실제 소비자가 작성한 것인지를 엄격히 확인하는 지침을 2022년 5월부터 발효했습니다. 리뷰의 진위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다른 소비자들이 이를 알아볼 수 있도록 배달앱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미국도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4월 28일 미국 IT매체 시넷의 보도에 따르면,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배달앱 등 온라인 플랫폼에 허위·가짜리뷰를 작성하는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리뷰 내용에 따라 최대 5만1744달러(약 7250만원)까지 벌금을 매길 수 있습니다.
해외 기업들의 흐름도 비슷합니다. 중국 최대 배달앱 '메이퇀'은 2023년 '공공 배심원제'라는 독특한 평가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용자들이 공공배심원이 돼서 별점이 낮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리뷰를 평가하는 게 핵심입니다. 논의를 통해 리뷰의 정당성을 따지고, 투표를 거쳐 리뷰를 삭제하는 것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는 도입 당시 이용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불러 모았습니다. 중국 SNS '샤오훙수'에선 공공배심원제 게시물 조회수가 총 1280만회를 기록하기도 했죠. '메이퇀'에 따르면 2023년에만 60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가 사이버 배심원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엔 인도로 넘어가 볼까요? 인도 배달앱 '조마토(Zomato)'는 '프로젝트 페어플레이'란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팸 방지 알고리즘을 적용해 허위·악성리뷰를 판별하고 제거하죠. 반복적으로 이런 리뷰를 다는 사용자의 계정은 삭제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방법들도 완벽한 건 아닙니다. 알고리즘 프로그램이나 제3자 소비자에게 어디까지 권한을 줘야 하는지를 두고 또다른 논란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불특정 다수에게 리뷰의 검증을 맡기는 건 위험할 수 있다"면서 "정당한 리뷰인데도 공공배심원이 재미 삼아 삭제에 투표한다면 본래 취지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현대인에게 배달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서비스가 됐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함께 커진 리뷰의 영향력은 어느새 소비자와 음식점 모두에게 적지 않은 불편을 끼치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솔직한 목소리는 검열의 대상이 됐고, 음식점은 별점 하나에 울고 웃는 구조 속에 놓여 있습니다. 과연 배달앱 리뷰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아직은 그 길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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