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스퀘어]‘제3회 5·18 사적지 함께 걷기 축제’… “잊지 않겠다” 노란 풍선 들고 400여 명 행진
5·18 사적지 제24호인 ‘5·18 구묘지’다. 신군부의 야만적인 폭력에 맞서 싸우다 산화한 영령들의 안식처다. 1997년 국립5·18민주묘지(신묘역)가 조성되면서 많은 희생자가 이장됐고, 현재 이 구묘역에는 민주화운동을 한 뒤 사망한 인사가 다수 안장돼 있다. 묘역 들머리에는 전두환 부부의 기념비석이 부서진 채 땅에 묻혀, 참배객들이 이를 밟고 지나간다. 무인기를 띄워 찍은 파노라마사진을 구형으로 만들었다.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민중가요 ‘오월의 노래’ 중)는 오월, 그날이 다시 왔다. 휴일이었던 1980년 5월18일처럼, 마흔다섯 해가 흐른 올해도 ‘빨간날’이다. 그날, 광주의 하늘은 맑았다고 한다. 그러나 다음날과 그 이튿날은 깊은 상처와 아픈 운명을 예고하듯 비가 내렸다.
5·18 사적지 제2호인 광주역 광장에서 시험을 앞둔 학생과 선생, 네 살배기 아이를 유아차에 태운 엄마, 역사 공부를 위해 아이와 함께 온 학부모 등 참석자들이 “5·18을 잊지 않겠습니다” 등이 적힌 노란 풍선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1980년 5월20일 밤 광주역에 주둔해 있던 계엄군은 비무장 시민을 향해 발포해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빗방울이 흩날린 2025년 5월10일 오전 광주 북구 전남대 종합운동장에서 ‘제3회 5·18 사적지 함께 걷기 축제’가 열렸다. 광주시교육청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 400여 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전남대학교 정문(사적지 제1호)에서 출발해 광주역 광장(사적지 제2호), 구 시외버스터미널(사적지 제3호)까지 이어지는 ‘횃불코스’를 걸으며 당시 역사와 의미를 생각하고 민주주의, 인권, 평화의 가치를 되새겼다.
5·18 사적지 제2호인 광주역 광장과 표지석.
1980년생 동갑내기 김상민·김윤하 부부는 “느닷없는 12·3 비상계엄으로 올해 5·18의 의미가 더욱 절절하게 다가온다”며 “비가 와도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이기에 아이들과 함께 참여했다”고 말했다.
5·18 사적지 제21호 ‘5·18 최초 발포지’. 1980년 5월19일 계엄군이 비무장 시민을 향해 최초로 총을 쏜 광주 동구 중앙로 282 앞을 우산을 받쳐 쓴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계엄군 장갑차가 시위 군중에게 포위되자 시민을 향해 발포해 당시 조선대 부속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영찬이 손과 허벅지에 세 발의 총상을 입었다.
‘5·18 사적지’는 광주시가 1997년 시민들이 항거했거나 계엄군의 학살 만행이 자행된 시내 주요 건물과 광장 등 29곳을 지정한 것이다. 20205년 6월에는 광주송정역 광장이 제30호로 새로 지정될 예정이다. 사적지 표지석은 타원형이고, 중앙 위에 뚫린 구멍을 통해 빛이 들어와 세상을 비추도록 설계됐다. 표지석에는 한글과 영어로 위치·설명·번호 등이 새겨졌으며, 횃불 문양도 함께 새겨져 있다.
5·18 사적지 제11호 ‘구 광주적십자병원’은 광주 동구 천변우로 415에 있다. 도심에서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부상자 치료와 자발적 헌혈이 이어졌던 곳이다. 청각장애인 김경철씨도 이곳으로 이송됐다가, 이튿날인 5월19일 뇌출혈로 숨졌다. 듣지 못하고 말도 잘하지 못했던 김씨는 공수부대원에게 뒤통수가 깨지고 눈이 터지는 등 참혹한 폭행을 당했다. 1996년부터 서남대 병원으로 운영되다가 2014년 폐쇄됐다.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배경지 한 곳으로 5·18민주화운동 제45주년을 맞아 문을 닫은 지 11년 만인 5월3일에 일시 개방돼 5월31일까지 ‘멈춘 공간의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주제로 기념 전시회가 열린다.
한강 작가의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한다”는 말처럼, 불법적으로 자행한 비상계엄은 오월 영령들의 희생과 저항을 떠올리게 했다. ‘살아남은 자’들이 오월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어질게 살라’는 뜻인 양동시장이 5·18 사적지 제19호다. 시민군에게 주먹밥 등 음식물과 생필품 등을 제공한 대표적인 장소였다. 사적비 옆에 주먹밥을 든 손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주먹밥은 연대와 나눔을 상징하는 광주의 대표 음식이다. 5월이면 시민들이 길거리에서 주먹밥을 나누며 그날의 정신을 되새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