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 Good] 빵 파는 에이블리, 문구 손대는 무신사…특화 플랫폼의 '무한 도전'
라이프 스타일 전반 사업 확장
MZ 충성 고객 등 업고 성장세
반면 종합몰 실적은 뒷걸음질
쿠팡·네이버 외엔 ‘마이너스’
롯데온·SSG는 버티컬 승부수

#1. 전국 빵순이·빵돌이 사이에서 부산 '빵지순례(빵+성지순례)' 필수 코스로 꼽히는 한 유명 디저트 카페는 최근 3주 동안 평일 영업을 중단했다. 이유는 팝업스토어 때문이다. 이곳은 2024년에도 더현대서울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스위트파크에서 연달아 팝업을 차렸다. 그런데 올해는 장소가 남달랐다. 백화점이나 '팝업 성지' 서울 성수동이 아닌 여성 패션 쇼핑몰 에이블리였다. 에이블리가 주 고객인 1020 여성이 열광하는 디저트까지 영역을 넓히기 위해 온라인 팝업을 제안한 것이다. 이에 해당 카페는 유명 쇼핑몰의 '화력(주문량)'을 감안해 가게 문을 닫았고 예상은 적중했다. 4월 15일 팝업 첫날, '모찌뿌요' 등 인기 제품은 단 1분 만에 완판됐다.

#2. 4월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2층 전시장에 길이 100m쯤 되는 대기 줄이 늘어섰다. 문구 박람회 '인벤타리오'에 입장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행사를 마련한 건 문구 업체나 협회가 아닌 무신사가 운영하는 여성 패션 플랫폼 29CM. 주 고객인 25~39세 여성 사이에서 펜과 노트, 다이어리 등이 사무·학습용을 넘어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떠오르자 프리미엄 문구 편집숍 '포인트오브뷰'와 손잡고 박람회를 기획한 것이다. 2030 남성 패션 플랫폼에서 시작해 여성 패션, 화장품까지 영역을 확장해온 무신사가 문구 영역도 넘보기 시작한 셈이다.
특정 상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버티컬 플랫폼들이 사업 영역을 넓히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패션, 식품 등 특정 영역에서 충성 고객을 확보한 뒤 화장품·생활용품은 물론 가구, 디저트 분야까지 진출하며 종합몰처럼 진화하고 있다. 반면 이런 버티컬 플랫폼의 약진과 쿠팡·네이버 쏠림이란 이중고에 맞닥뜨린 기존 종합몰들은 럭셔리나 화장품 등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상반된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이 플랫폼 간 경계가 무너지는 무한 경쟁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G마켓·11번가 넘어선 무신사

최근 버티컬 플랫폼의 약진은 수치로 입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259조4,320억 원)에서 전문몰이 차지하는 비중은 43.0%로 2017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높다. 반면 2020년 68.7%에 달했던 종합몰 비중은 지난해 57.0%까지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티몬·위메프가 무너진 데다 쿠팡·네이버 양강 체제가 굳어지면서 다른 종합몰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11번가의 지난해 매출은 5,618억 원으로 2023년(8,655억 원)과 비교해 35.1% 떨어졌다. G마켓도 전년보다 19.7% 감소한 매출 9,612억 원을 기록하며 1조 원대가 무너졌다. 반면 무신사는 사상 최대인 매출 1조2,627억 원을 거두며 두 전통 강자를 제쳤다. 화장품, 생활용품 등 비식품으로 영역을 넓힌 신선식품 배송 플랫폼 컬리도 전년보다 5.7% 늘어난 매출 2조1,956억 원을 기록했다. 에이블리(3,342억 원), 여성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카카오스타일(2,000억 원) 또한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두 곳 모두 패션 외에 화장품, 생활용품, 가구 등 라이프 스타일 전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한 상태다.
이들이 성장하는 배경은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개성과 취향을 중시하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청소용품을 사더라도 인테리어 오브제처럼 쓸 수 있는 제품을 찾는 시대"라고 했다. 이들은 온갖 제품을 다 파는 종합몰보다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브랜드를 모아놓은 전문몰을 더 찾는다. 상품을 사지 않아도 패션·인테리어 등 분야별 트렌드도 확인할 수 있고 비슷한 취향을 지닌 사람끼리 정보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트렌드에 민감한 2030 남성(무신사)' '1020 여학생(에이블리)' 등 특정 연령·성별에서 충성 고객을 확보한 버티컬 플랫폼들이 하나둘씩 카테고리를 넓혀가며 종합몰을 위협할 정도의 위치에 올라섰다.
이커머스 시장 '지각변동'

버티컬 플랫폼의 몸집 불리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플랫폼 대다수가 외부 투자금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터라 기존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가 선결 과제이기 때문이다. 기업공개(IPO)를 위해 거래 규모를 계속 키울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적자를 줄이기 위해 백화점이 강점을 지닌 명품과 패션·화장품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축소하는 롯데온(롯데) SSG닷컴(신세계) 등 기존 종합몰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온·오프라인, 업종 여부와 관계없이 유통업계 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무신사는 자체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며 유니클로 등 기존 SPA(제조·유통 일원화) 브랜드를 위협하고 있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1020을 겨냥해 미니 뷰티를 강화하는 에이블리는 생활용품점 다이소와 영역이 겹친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최근 ①버티컬 플랫폼의 영역 확장, ②오프라인 초저가 시장을 장악한 다이소의 온라인 사업(다이소몰) 강화 ③네이버의 쇼핑 사업 본격화 ④중국 이커머스의 공격적 마케팅 등이 맞물리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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