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4시께 광주광역시 동구 계림동에 있는 광주고등학교에서 광주시청, 시교육청, 전남도청, 광주 4개 구청, 제주특별자치도청 등 공직자와 그 가족들, 광주고 학생, 시민 등 총 2천500여명이 민주평화대행진을 시작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박준호 기자 bjh@namdonews.com
"광주시민으로서, 광주학생으로서 5·18이라는 숭고한 정신을 기억하고 후세대에 잘 물려주기 위해 왔습니다."
17일 오후 4시께 광주 동구 계림동 광주고등학교에서 만난 장성재(17)광주고등학교 학생회장과 오채훈(17)부학생회장은 "광주에서 나고 자란 학생·시민이라면 당연히 5·18행진에 참여해야할 의무가 있다"며 "민주주의를 굳건히 지키기 위한 오월영령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광주시민이자 학생으로서 이 숭고한 역사를 기억하고 계승하기 위해 반드시 참여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17일 오후 4시께 광주고등학교 학생들이 민주평화대행진을 시작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박준호 기자 bjh@namdonews.com
이날 오후, 5·18민주화운동 제45주년을 맞아 전남대학교, 광주역, 북동성당, 광주고등학교, 조선대학교 등 지역 5곳에서는 '민주평화대행진'이 진행됐다. 1980년 5월, 광주시민들이 벌였던 민주대행진을 재현하기 위한 행사였다.
광주고등학교에서는 오월길맞이 풍물단과 시민악단 소속 단원 100여 명을 비롯해 광주시청, 시교육청, 전남도청, 광주 4개 구청, 제주특별자치도청 등 공직자와 그 가족들, 광주고 학생, 시민 등 총 2천500여 명이 함께 행진에 참여했다. 이들은 한미쇼핑 사거리에서 금남로 4가 교차로까지 대열을 맞춰 행진했다.
17일 오후 5시께 광주고등학교에서 금남로4가역 교차로까지 행진을 한 오월길맞이 단원들이 공연을 보이고 있는 모습. /박준호 기자 bjh@namdonews.com
행진이 시작되자 많은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흥겨운 풍물소리에 맞춰 몸을 들썩이며 얼굴엔 웃음을 머금었다. 일부는 휴대전화를 꺼내 영상과 사진을 촬영했고, 또 다른 시민들은 리듬에 이끌려 행진 대열에 자발적으로 합류하기도 했다.
두 살배기 딸과 함께 행진에 참여한 서명환(45) 광주 남구청 건축과 공공시설팀장은 "딸이 아직 5·18을 알지 못하지만, 앞으로 이 역사를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나왔다"며, "무엇보다 딸이 이 정신을 계승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참여했다"고 전했다.
17일 오후 4시께 전남대학교에서도 5·18 제45주년을 기념해 민주대행진이 펼쳐지고 있는 모습.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비슷한 시각 전남대학교에서도 5·18 제45주년을 기념해 민주대행진이 이어졌다. 이는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에 항의해 전남대 학생들이 항쟁을 시작했던 역사적 행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전남대 정문 앞에서 출발한 이번 대행진에는 전남대 학생 150여 명을 비롯해 교수회,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시민 등 약 400명이 참여했다. 약 3.4㎞의 행진 구간은 전남대 5·18광장에서 시작해 광주역 광장, 북동성당, 금남로 등 5·18 사적지를 거쳐 금남로로 향했다.
출정식에서 참가자들은 '5·18 정신을 되새기며, 지역과 함께 미래로'라고 적힌 현수막을 앞세우고 힘차게 행진을 시작했다. 현장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물론, 최근 민주주의 집회에서 불린 '다시 만난 세계'도 울려 퍼지며 의미를 더했다.
17일 오후 4시께 전남대학교에서 시작된 민주대행진 참가자들이 광주 북구 신안동을 지나고 있는 모습.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참가자들의 세대는 달랐지만, 5월 항쟁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공유했다.
전남대 90학번 김모씨는 "후배들과 유대감을 나누고 싶어 참여했다"고 전했으며 전남대 경영학부에 재학중인 정동녕(20)씨도 "직접 걷고 보니 5·18이 더욱 실감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재관 전남대 교수평의회 회장은 "민주화를 실현하겠다는 열망이 담긴 이번 행진을 통해 내란을 청산하고, 민주사에 남을 사회 대개혁이 실현됐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박준호·임지섭 기자 bjh@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