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점심 퇴근”… 월급 줄지 않는 ‘주 4.5일제’ 가능할까 [뉴스+]
李 근로시간 ‘감축’ vs 金 근무일 ‘분산’
경제계 “경쟁력 저하 초래·양극화 심화”
월급 삭감 없으려면 정부 지원 불가피
“일하는 시간이 주 5일에서 4.5일로 줄면 당연히 생산량이 떨어질 텐데, 줄어든 시간만큼 인력을 늘려야 하고 결국 기업한테는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어요. 돈을 적게 버는 분들도 불만일 걸요.”

우리나라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상위권에 속하는 만큼, 한국도 단계적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다만, 법 개정을 통해 공약이 실현되더라도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소득도 낮아진다는 점에서 정부의 재정 지원 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노동이 존중받고 모든 사람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주 4.5일제 도입을 공약했다. 주 4.5일제를 도입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장시간 노동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포괄임금제도 손질하겠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OECD 평균 이하로 노동시간을 줄여 궁극적으로는 ‘주 4일제’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다.
이 후보 추진안에는 법정 근로시간을 감축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행 주 5일(하루 8시간) 40시간인 법정 근로시간을 36시간으로 줄여 주 4일은 8시간씩 일하고 금요일 등 하루는 4시간만 일하는 구조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일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사 합의를 기반으로 한 ‘주 52시간제 근로시간 개선’ 공약을 내놨다. 앞서 당이 발표한 ‘유연근무제를 활용한 주 4.5일제 추진’ 계획을 감안하면 현행 법정 근로시간은 그대로 유지한 채 근무 일정만 조정하는 방안에 가깝다.
예를 들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8시간 기본 근무에 1시간씩 더 일하고 금요일에 4시간만 일하는 방식이다. 이를 두고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유연한 시간 배분을 통해 실질적인 워라밸 개선 효과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노동 생산성이 선진국보다 낮아 생산성 개선 없이 법정 근로시간만 줄이면 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벨기에를 제외하고 국가 차원에서 입법화해 일률적으로 법정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있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 유연근무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등 근로시간을 시간을 노사가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주 4.5일제가 시행되더라도,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임금도 감소한다는 점에서 더 큰 과제가 남는다. 앞서 지난 2023년 간호사 50명을 대상으로 주 4일제 시범사업을 진행한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이를 간호사 전체로 확대하려면 인력 충원 비용을 위해 임금을 최대 30% 삭감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민석 고용노동부 장관대행(차관)은 지난 7일 주 4.5일제와 관련해 “근로시간이 줄어드는데 임금이 똑같다면 시간당 임금이 올라 버틸 수 있는 데(기업)가 많겠느냐”며 “정부 재정 지원이 필요한데 정부가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도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주 4.5일제의 성공 여부는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임금을 보전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데 달려 있다. 전문가들은 시범사업을 통해 제도의 효과를 검증한 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세계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이나 주 4일제, 재택 원격근무 등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빠르면 5년 이내, 늦으면 10년 안에 이런 근무 형태가 구체화될 수 있다”며 “법제화 이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1주 근로시간을 40에서 36, 32시간으로 점진적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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