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규제 합리화해 지속가능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어야”
노진호 기자 2025. 5. 17. 16:40

한국언론학회가 서울 이화여대에서 16일부터 이틀간 '2025 봄철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합니다. 학술대회 첫날인 16일 열린 세미나에서는 변화한 미디어 시장에 맞는 미디어 규제 합리화에 대한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전통미디어의 위기와 활성화 방안〉, 〈방송산업 활성을 위한 제작 지원 및 규제 완화 방향〉이란 대주제로 열린 특별 세션 세미나에선 이영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가 첫 번째 발제를 맡았습니다.
OTT 중심으로 재편 중인 국내 미디어 시장
'미디어 융합 시대에 적합한 방송 규제 개선 및 합리적 규제 완화 방향'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이영주 교수는 “미디어 시장이 전통 방송 미디어에서 OTT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넷플릭스의 MAU(월간 활성 사용자)는 2023년 1177만명에서 2025년 3월 기준 1409만명으로 늘었습니다. 시장 점유율은 40%에 이릅니다. 쿠팡플레이 역시 2023년 492만명에서 2025년 3월 748만명으로 늘었고 시정 점유율은 21%에 이릅니다.
이영주 교수는 “자유로운 산업 전략, 다양한 요금제를 바탕으로 OTT는 진화하고 있다”며 “이에 반해 방송시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구체적으로 “2024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결과에 따르면 방송광고 시장은 전년 대비 18.5%가 감소했고, 유료방송 가입자 수 감소한 데 이어 드라마 공급 수도 112개로 전년 대비 17.6%가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방송 산업은 매년 축소…드라마 공급 수도 급감
이 같은 원인의 기저에는 실효성이 낮은데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낡은 방송 규제 체계가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입니다. 이 교수는 “지상파 방송을 중심으로 설계된 방송의 공익성ㆍ공공성 의무가 상업 미디어까지 확대돼 유연성을 옥죄고 있다”며 “여기에 진입ㆍ소유 규제까지 더해져 투자 자본의 유입을 저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편성 규제는 실효성이 떨어지고, 광고 규제는 방송사업자의 수익화를 저해해 방송사업자의 자율성과 혁신 기회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이런 경직된 규제로 인해 글로벌 OTT 플랫폼의 경쟁력만 올라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광고·편성·소유에 걸친 전방위적 규제가 투자 유인 막아"
이 교수는 광고 규제 및 소유 규제 완화 등 구체적인 규제 개선 방향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방송에서는 모유 수유를 권장한다는 이유로 조제분유나 수유용품에 대한 광고가 금지돼 있습니다. 이외에도 17도 이상 주류, 1ㆍ2차 의료기관, 사설탐정, 성 관련 용품 등의 광고도 시간대와 상관없이 일괄 금지돼 있습니다. 이 교수는 “광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미디어 산업의 변화에 맞서 방송사업자 간 전략적 제휴와 M&A가 가능하도록 방송사업자에 대한 대기업의 지분 제한, 일간신문의 유료방송사의 지분 제한 등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방송법은 자산 규모가 10조원이 넘는 대기업의 경우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지분을 10% 초과해 소유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지상파 방송사를 소유한 기업이 회사의 성장을 걱정해야 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합니다. 이 교수는 “콘텐트 투자를 과감하게 할 수 있고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해 방송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규제 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두 번째 발제는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의 천혜선 연구위원이 '방송콘텐츠 제작환경 변화와 지속가능한 제작투자의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천 연구위원은 “방송 산업이 산업 내부적인 환경 변화와 도전에 직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천 연구위원은 “방송광고 시장은 2022년 대비 17.7%가 감소했다”며 “이에 반해 디지털 광고 시장은 모바일을 중심으로 재편되며 방송광고 시장의 3배 규모로 성장했다”고 했습니다.
구조적인 변화도 방송사업자의 어려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국내 드라마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방송사가 제작 투자에 참여해 IP를 공유 및 소유하던 '외주 제작' 형태와 제작사가 전액 투자해 협찬(PPL), VOD, 방영권 재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얻는 '제작사의 IP 보유' 형태입니다. 천 연구위원은 “제작사의 IP보유 모델에서 방송사는 단순 창구로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고, 방송사의 수익모델이 일회적 단순 광고 노출에 한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OTT로 촉발된 제작비 급등에 망가진 미디어 생태계
여기에 더해 제작비 인플레이션도 방송사업자에게는 치명적입니다. 현재의 드라마 평균 제작비는 344억원으로, 회당 제작비는 30.8억원입니다(유진희(2025) 제작비 폭등에 따른 국내 드라마 시장의 변화와 개선방안). 2015년 '응답하라 1988'의 회당 제작비는 약 3억원으로 총 60억원이 들었습니다. 이에 반해 최근 화제작이었던 '폭삭 속았수다'는 회당 37.5억원, 전체 총 600억원의 제작비가 들었습니다.
천 연구위원은 ”방송 매체와 OTT 간의 콘텐트 투자 경쟁이 이어졌고, 2019년을 정점으로 우수한 제작능력을 보유한 일부 방송사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블록버스터급 드라마 제작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졌다“며 ”이로 인해 제작비가 빠르게 상승했고, 방송산업 자체의 수익화 가능성 제약으로 지속가능한 투자 동인은 사라졌다“고 진단했습니다.
글로벌 OTT로 인해 촉발된 콘텐트 투자 경쟁이 고비용 구조를 만들었고, 결국 고비용 프로그램 편성을 이어갈 수 없게 하는 '딜레마'를 초래해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망가뜨린 것입니다. 광범위한 규제 합리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철 지난 심의 규정, 편성·광고 규제 바꿔 투자 동인 늘려야"
천 연구위원은 △콘텐츠 가치에 기반한 수익화가 가능한 인센티브형 제도 설계 △시대에 맞지 않는 방송 심의 규정을 구체화하고 매체나 채널특성, 장르 요소를 고려한 심의 규정 개선 △제작원별, 장르별 프로그램 의무 편성 규제 완화 △광고금지품목 규제를 완화해 광고 공급 확대 등을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았습니다.
천 연구위원은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제작 지원 강화 역시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방송사업자의 당면과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성 확보 전략을 지원하는 접근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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