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줍기는 스포츠다” 제주 바다 건강하게 지키는 또 다른 방법!

김찬우 기자 2025. 5. 1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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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쓰레기 줍기 월드컵 한국 결승 ‘2025 제주 스포고미 월드컵’
제주의소리·오젬코리아 주관…‘제주좀녀’ 우승, 일본 도쿄 본선 출전

"와, 노다지다."

더럽고 냄새나고 지저분하고, 심지어 부정적인 뜻을 담은 언어로도 사용되는 쓰레기. 하지만 오늘만큼은 이 쓰레기가 노다지가 됐다. 이 노다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 가득했다.

탁 트인 시야 안에 푸른빛 바다와 성산일출봉, 우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제주시 동쪽 끝 구좌읍 종달리. 이곳 스테이지 해양스포츠센터 주변 해안가에서는 해양쓰레기를 줍기 위한 이들의 구슬땀이 빛났다.

17일 [제주의소리]와 스포고미 대회 한국지부 오젬코리아는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해변에서 제2회 스포고미 월드컵에 출전할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2025 스포고미 월드컵 한국 결승전'을 개최했다.

스포고미는 스포츠(sport)와 쓰레기(ごみ, 고미)를 결합한 말로 일본 사단법인 '소셜스포츠 이니셔티브'가 2008년 "스포츠처럼 즐기며 쓰레기를 줍자"는 취지로 고안한 경기다.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스테이지 해양스포츠센터 앞에서 열린 이번 스포고미 월드컵 한국 결승전은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삼다수)와 카카오(Kakao), 국제라이온스협회354-G지구 제주느티나무클럽 등이 후원했다. 

본격적인 대회 시작에 앞서 참가자들은 안전 유의사항과 점수 집계 방법 등이 적힌 안내문을 읽으며 작전을 세우고 각오를 다졌다. 가장 많이 모은 1등은 도쿄에서 열리는 스포고미 월드컵 대회 본선 진출에 따른 체류 및 관광비를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회는 쓰레기만 많이 줍는다고 1등할 수 없다. 쓰레기마다 점수가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구석구석 잘 살펴야만 한다. 점수는 100g당 일반쓰레기는 10점, 병·캔은 12점, 플라스틱은 25점이다. 담배꽁초는 10g당 200점으로 이 가운데 크기가 가장 작지만, 점수가 제일 크다.

3인 1조로 꾸려진 각 팀은 대회가 시작되자마자 종달리 해변 일대를 샅샅이 살폈다. 평소 눈길을 잘 두지 않는 곳까지 들춰보며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시작 전 쓰레기가 없어 보인다며 봉투 하나 채우지 못하면 어떡하냐고 한 말이 무색하게 곳곳에서 쓰레기가 발견됐다.

대회를 시작하고 힘차게 파이팅을 외친지 5분여쯤 지났을까, 처음 나눠준 큰 쓰레기봉투 3장을 꽉 채워 출발점에 가져다 놓고 새로운 봉투를 받아가는 팀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서로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보며 스포츠 경기처럼 경쟁심을 갖고 쓰레기 줍기에 열심이었다. 

경기 진행 시간인 1시간 동안 정정당당하게 쓰레기를 수거한 참가자들은 대회가 끝난 뒤 쓰레기가 그동안 어디 그렇게 숨어 있었는지 정말 많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단순한 쓰레기 줍기 봉사활동이 아니라 스포츠 대회처럼 진행하니 즐거웠다는 소감도 남겼다. 

대회 우승은 평소 해양환경 정화 활동을 펼치는 이유정(37)·김정도(42)·박재완(35)의 '제주좀녀' 팀이 차지했다. 이들은 오는 10월 27일부터 31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35개국이 참여하는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게 된다. 물론 대회 및 투어 경비는 전액 지원받는다.

이날 대회는 시상식도 눈길을 끌었다. 1등 상품을 전달하기 위해 만든 피켓을 1회용 스티로폼 대신 종이상자를 재활용해 만든 것. 또 참가자들은 승패를 떠나 쓰레기를 열심히 주워 제주 바다를 아름답게 가꾸는 데 동참했다는 뿌듯함과 함께 1등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종달리 해안가에서 수거된 해양쓰레기 양은 약 300kg로 집계됐다. 환경정화 활동에 스포츠맨십이라는 선의의 경쟁이 더해진 결과다. 쓰레기 종류는 생활폐기물부터 바닷가로 떠밀려온 폐어구, 백사장 아래 묻혀 썩어가는 비닐 등 다양했다.
한 참가자가 해안가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들고 가고 있다. 그 뒤로 제주 성산 일출봉이 우뚝 서있다.  ⓒ제주의소리
해안가 쓰레기를 수거 중인 참가자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쓰레기 줍는 해녀' 이호동 해녀 이유정 씨는 "뜻깊은 행사가 열린다고 해 격려차 왔는데 우승할 줄 몰랐다"며 "주변이 깨끗해 쓰레기가 있을까 싶었지만, 역시나 많았다. 그러나 손으로 줍는 한계가 있어 나중에 다시 장비를 가져와 쓰레기를 수거할 생각"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같은 팀 김정도 씨는 "어촌마을에 사는 사람이라 해양쓰레기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 이런 행사를 통해 많은 사람이 관심 가져줄 수 있다는 것은 반길 일"이라며 "하다 보니 스포츠의 경쟁심리가 생겨 정말 열심히 했다. 체력을 다져 일본에서도 잘 해보겠다"고 대답했다.

또 팀원 박재완 씨는 "사소한 관심만 가져도 지금처럼 이런 쓰레기가 300kg 가까이 모이는 것처럼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쓰레기를 하나씩 주워간다면 우리 제주 바다가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이유정 씨는 "대한민국, 제주도 해녀 대표로 쓰레기 줍기 월드컵에 참가하게 됐는데 제주 해녀가 얼마나 강인한지, 얼마나 쓰레기를 잘 줍는지, 얼마나 제주 바다를 사랑하는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회 우승은 평소 해양환경 정화 활동을 펼치는 이유정(37)·김정도(42)·박재완(35)의 '제주좀녀' 팀이 차지했다. 이들은 오는 10월 27일부터 31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35개국이 참여하는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게 된다. 우승팀에겐 스포고미 월드컵 조직위원회가 대회 및 투어 경비를 전액 지원한다. ⓒ제주의소리
해안가에서 쓰레기를 분리 수거해온 참가자들이 무게를 측정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한편 이번 대회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제주 삼다수), 카카오(Kakao), 국제라이온스협회 354-G(제주)지구 제주느티나무클럽 등이 후원하고 직접 참여했다. 제주에서 열린 한국 결승전은 환경보호 실천을 넘어,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제주도개발공사), IT기업의 ESG 경영 실천(카카오), 국제 시민 네트워크와 연대(국제라이온스클럽), 해녀를 중심으로 바다를 지키는 비영리 청년단체(제주좀녀)도 참가해  대회 의미를 더하게 했다. 

지역과 기업, 그리고 국제 봉사단체와 제주해녀문화를 지키는 비영리단체가 함께 만드는 환경 축제이자, 지역 언론과 기업, 공공과 민간이 함께 실천하는 행사다. 기업은 ESG 경영을 실천하고, 민간단체는 환경보전을 실천하는 사례로, 환경문제 해결의 '지속 가능 모델'로 평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