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빈틈을 메우는 증여의 철학…"선물이 사회를 지탱한다"

임순현 2025. 5. 1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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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 표지 [다다서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증여는 시장경제의 '빈틈'에 존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니, 시장경제라는 체제 속에 존재하는 무수한 '빈틈' 자체가 바로 증여인 것입니다."

일본의 철학자 지카우치 유타는 신간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다다서재)에서 아무런 대가 없이 타인에게 선물을 주는 행위, 즉 '증여'가 허술한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해 왔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증여를 단순히 물건을 주고받는 행위로 한정하지 않고, 교환의 논리와는 다른 차원에서 작동하는 인간적 행위라고 다시 정의한다. 돈을 받고 시계를 남에게 주는 행위에는 아무런 인간적 가치를 부여할 수 없지만, 대가 없이 시계를 주는 행위에는 시장 가치에는 담기지 않는 '잉여'가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와 같은 '선물을 주는 행위', 즉 증여가 허술한 자본주의의 빈틈을 메우고 체제를 유지하는 힘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대다수의 사람이 누리는 평온한 일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진 수많은 사람의 증여 덕분에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화재와 범죄, 정전과 일용품의 품절까지 크고 작은 혼란이 찾아왔을 때 바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하는 '이름 없는 영웅들'의 증여에 의해 사회와 체제가 유지되고, 인간 개개인의 안전을 보장받는다고 설명한다.

사회에서 증여가 멈추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개인이 자신이 받은 증여를 깨닫고 스스로 증여의 전달자가 돼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산타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뒤 비로소 깨닫게 되는 부모님의 사랑, 누군가와 헤어진 뒤에야 자신이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았는지 느끼게 되는 순간이 바로 증여의 본질을 깨닫는 계기가 된다. 저자는 이를 '사랑의 공유'라고 부르고, 내가 받은 사랑을 증여받지 못한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증여의 순환'이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김영현 옮김. 280쪽.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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