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속의 여론] 고령층, 타인과 교류 많을수록 극우 성향 완화된다

2025. 5. 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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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성향은 전체의 21% 분포
극우성향 36%는 스스로를 '중도'로 인식
‘나는 정부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공감 욕구 높지만, 낮은 정치 효능감
올해 1월 19일 새벽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발부 법원인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진입해 난동을 부리고 있다. 뉴스1

최근 정치 담론에서 ‘극우’라는 단어는 낯설지 않다. 극단적 태도를 가진 이들의 생각은 뚜렷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더 이상 극소수의 변방에 머물지 않는다. 그들은 누구이며 어떤 특성을 갖고 있을까. 연세대 복지국가연구센터와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 3월 21일~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20세기 중반 이후, ‘중도의 시대’라 불리는 정치적 안정기 동안 극우주의는 상대적으로 그 영향력이 축소되었다. 그러나 2007~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극우는 다시금 정치 지형의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트럼프 집권과 2021년의 국회의사당 점거폭동, 영국의 브렉시트는 이 흐름을 상징하는 장면들이다. 이들은 대중정치의 중심부로 진입하려는 실질적 세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반이민주의 및 반페미니즘 정서, 정치엘리트에 대한 불신, 그리고 급진적 체제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결합되어 새로운 형태의 극우 성향이 출현하고 있다. 지난 1월의 서울서부지법 폭동사건도 이런 흐름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극우는 단순히 우측 끝인 ‘보수’를 의미하는게 아니다. 기득권층에 대한 불신을 기반으로, 권위적 리더십과 급진적인 수단을 통해 기존 질서를 재편하려는 정치적 정서를 의미한다. 이들은 기득권에 대한 반감을 가지면서도 외국인과 같은 외부집단에 배타적이다. 또한 불평등을 자연스럽다고 여기며, 약육강식 사고에 익숙하다. 동시에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가치도 중시한다. 한국에서는 반공주의도 중요한 속성이 된다.

시각물_21%가 극우성향 그래픽=이지원 기자

이번 조사는 극우 성향을 구체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극’과 ‘우’ 각 속성을 문항으로 구성했다. 극(far, extreme, populism) 속성에 해당하는 3개 항목과 우(right, conservative) 속성에 해당하는 4개 항목에 각각 모두 동의하는 사람을 극우성향을 가진 집단으로 분류하였다. 전자는 권위주의-정치적 안정과 경제발전을 위해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급진주의-현재의 정치·사회 체제를 과감하게 타파하기 위해서는 급진적 수단이 필요할 수 있다, 반엘리트주의·포퓰리즘-정치, 경제, 문화 분야의 기득권층은 일반시민들의 삶에 관심이 없다 등이다. 후자는 토착주의·반이민주의-외국인의 시민권 부여 및 복지혜택 요건은 지금보다 더욱 엄격해야 한다, 보수주의-전통적인 가족 구조와 도덕적 규범은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반공주의-북한과의 협력보다는 강경 대응이 필요하다, 사회다윈주의-모든 사람이 동일한 출발점을 가질 수 없으며, 각자의 능력 차이가 당연하다 등이다.

이번 조사에서 극우로 분류된 집단은 전체 응답자의 약 21%에 달했다. 반면에 ‘극’ 성향과 ‘우’ 성향에 모두 부정적 응답을 한 ‘좌’ 성향을 가진 이들의 합인 ‘극좌’는 0.2%에 지나지 않았다. 극우 성향을 가진 이들은 단일한 인구 집단이라기보다는, 여러 사회적 위치와 세대에서 나타나는 복합적인 양상을 보였다.


극우 성향, 20대 남성과 70대 이상에서 가장 높아...연령별 U자형 분포
판매·서비스직과 소득 양극단에서도 극우 성향 두드러져

남성의 극우 성향 비율은 24%, 여성은 19%다. 5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높게 분류됐다. 연령별로는 70세 이상 고령층(29%)과 20대 청년층(28%)에서 가장 높았다. 극우성향이 전통적으로 고연령층에 집중된다는 통념을 전복하는 결과다. 반면 40대(12%)는 가장 낮았다. 이렇듯 극우 성향은 연령대에서 U자형 분포를 보였다. 20대라 하더라도, 동연령대 남성(33%)과 여성(22%)의 차이가 컸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1.5배 많다는 의미다. 이런 특징은 30대에서도 확인된다. 동연령대 남성(21%)이 여성(10%) 대비 두 배 이상 많았다.

시각물_성·연령별 극우 성향 분포 그래픽=이지원 기자

극우 성향은 대졸 이상(19%)보다 고졸 이하(24%) 계층에서 다소 넓게 분포한다. 직업군별로는 판매·서비스직(33%) 종사자에서 극우 성향이 높고, 사무직·전문직(13%)은 낮다. 차이가 20%포인트에 달한다.

또한 극우 성향은 월 가구소득 수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등 양극단에서 높았다. 100만 원 미만 저소득층의 극우 성향 비율은 30%, 1,000만 원 이상 최고소득층에서는 27%로 나타났다.

극우 성향 집단 중 자신의 정치성향을 묻는 질문에 36%는 스스로를 ‘중도’로, 9%는 ‘진보’로 인식했다. 유사한 성향을 가진 이들과만 소통하는 이들의 경우 본인 이념에 대한 오인과 과장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과반인 55%는 스스로를 ‘보수’라고 답했다. 극우 성향 응답자를 제외한 나머지 일반 집단에서는 ‘보수’ 비율이 27%다. 극우 집단의 절반 가량이다. 정치적 이념을 응답자에게 묻는 질문으로 극우 성향을 판별하는 것이 위험한 이유이다.

시각물_극우집단 정치적 이념성향 그래픽=이지원 기자

탄핵 정국과 비상사태의 책임 소재를 묻는 질문에서 일반 집단의 42%는 대통령 및 여당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본 반면, 극우 집단에서는 12%에 불과했다. 반대로 민주당 및 야당에 전적으로 큰 책임이 있다는 응답은 극우 집단이 17%로, 비극우 집단(6%)보다 세 배 가까이 높았다. 이는 극우 집단이 보수 정치권에 명확히 우호적 태도를 갖고 있으며, 현 상황의 책임을 야당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 조사가 헌법재판소의 선고 전, 정치적 책임 논쟁이 절정에 달했던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시각물_극우집단 탄핵정국 책임소재 그래픽=이지원 기자

극우 성향 응답자들의 특징은 정치 효능감이 낮다는 점이다. ‘나 같은 사람은 정부가 하는 일에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다’는 진술에 대해 극우 성향 응답자의 77%가 동의했다. 일반 응답자(60%)보다 17%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또한 ‘정부는 나 같은 사람들의 생각이나 의견에 관심이 없다’는 진술문에 극우 성향 응답자의 80%가 동의하여 일반 응답자보다 9%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추가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생각에 공감하는가는 일상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질문에 극우 성향 응답자의 58%가 동의했는데, 일반 응답자(45%)에 비해 1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극우 성향 응답자들이 소통과 공감에 대한 욕구는 크지만, 자신의 목소리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감정은 정책 불신이나 냉소적 태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시각물_소통 상호작용 및 정치효능감 그래픽=이지원 기자

본 연구팀은 온라인 이용 패턴과 사회적 관계가 극우 성향에 주는 영향을 심도 있게 살펴봤다. 그 결과, 온라인 활동은 극우 성향과 뚜렷한 상관이 없었고, 사회적 관계에서는 세대와 교류 대상에 따른 차이를 보였다. 가족·친척·친구 등 가까운 관계에서는, 전반적으로 교류 인원이 많다고 해서 극우 성향이 줄어드는 명확한 경향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30대는 예외로 교류 인원이 많을수록 극우 성향의 확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었으며, 이는 관계 기반의 정서적 안정이 30대의 급진화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시각물_가까운 지인(가족, 친척, 친구)과의 교류에 따른 극우 성향 경향성 그래픽=이지원 기자

반면, 타인(가족·친척·친구 외)과의 교류에서는 70세 이상 고령층에서만 확실한 완화 효과가 확인됐다. 해당 집단에선 타인과의 대면 접촉이 늘어날수록 극우 성향 확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었으며, 이는 외부와의 단절이 고령층의 극우 경향과 연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시각물_타인과의 대면 교류에 따른 극우 성향 경향성 그래픽=이지원 기자

결론적으로 교류의 대상, 개인이 속한 세대가 어디인지에 따라 그 효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사람들과 많이 만나는 것’이 극우 성향을 완화한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다만, 30대에서는 ‘친한 사람들과의 접촉’이, 70대 이상에서는 ‘낯선 사람들과의 접촉’이 각각 극우 경향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세대별 심리적 맥락과 사회적 위치의 차이를 반영한다.

극우를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감정과 누적된 불안, 그리고 부조리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어디에서 비롯됐고, 왜 특정 세대와 계층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는지를 분석하는 것은 정치적 관심을 넘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점검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극우가 형성된 배경과 실태를 명확히 인식하고, 갈등을 키우는 환경이 아닌 사회적 신뢰와 제도적 기반을 회복하는 것이다.

최영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 부설 복지국가연구센터 소장 황지은 한국리서치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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