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대소변 받는 조선족 간병인... 50년 전 파독 간호사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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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 명에 이르는 국내 간병인 가운데 중국 동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80%에 이른다고 업계는 추정한다.
조선족 간병인과 파독 간호사, 동남아 이주노동자와 하와이의 조선인, 형제복지원 원생과 유럽의 집시, 배화사건의 화교와 관동대지진의 조선인, 한센병 환자와 에이즈 감염인, 여성혐오와 마녀사냥 등 저자가 '짝꿍'이라고 표현한 대칭적 사례는 시대와 지역만 다를 뿐 놀랍도록 유사한 방식으로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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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옥 '차별의 나라에서 행복한 사람들'

20만 명에 이르는 국내 간병인 가운데 중국 동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80%에 이른다고 업계는 추정한다. 중국 동포가 없다면 돌봄노동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조선족 간병인은 한 달에 하루나 이틀밖에 못 쉬고 병원에서 24시간 머물며 일하는데도 손에 쥐는 돈은 20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은 환자의 대소변과 가래를 처리하고 청소에 잔심부름까지 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것도 힘들지만 조선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노동자로서 제대로 보호받지도 못한다고 호소한다.
1970년대 독일에 간호인력으로 파견된 한국 여성들의 처지도 지금의 조선족 간병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전쟁 특수를 누린 나라 중 하나였던 독일은 빠른 경제성장에 비해 노동력이 부족했고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외국인 이주 노동자의 저렴한 노동력에 기대 해결했다. 한국인 간호사들이 그중 적잖은 비중을 차지했다. ‘간호유학’이라 포장됐지만 실제로 상당수는 돌봄 노동에 투입됐다. 파독 간호사들이 조선족 간병인보다 복지 측면에선 좀 더 혜택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들 또한 차별과 외로움 속에서 어렵게 일했다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조선족 간병인을 차별하며 우리가 이득을 챙기고 있듯, 독일도 자국인이 기피하는 노동을 외주화해 차별 이득 사회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아시아인이라는 이유’ ‘한번은 불러보았다’ 등을 통해 차별과 혐오의 정치학을 파고들었던 정회옥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펴낸 ‘차별의 나라에서 행복한 사람들’은 차별의 체계가 어떻게 유지되고 반복되는지 여섯 쌍의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조선족 간병인과 파독 간호사, 동남아 이주노동자와 하와이의 조선인, 형제복지원 원생과 유럽의 집시, 배화사건의 화교와 관동대지진의 조선인, 한센병 환자와 에이즈 감염인, 여성혐오와 마녀사냥 등 저자가 ‘짝꿍’이라고 표현한 대칭적 사례는 시대와 지역만 다를 뿐 놀랍도록 유사한 방식으로 반복된다.
1923년 일본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에 대한 유언비어가 퍼지며 일어난 조선인 대학살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1931년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여러 농민이 중국인에게 맞아 죽었다는 가짜 뉴스가 142명의 중국인 참사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가해와 피해의 역사가 이렇게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도 차별의 가해자는 종종 진실을 외면하곤 한다.
이 같은 사례들은 차별이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에 깊숙이 뿌리박힌 체계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스스로 박사학위 과정에서 중국 동포 ‘이모님’의 도움을 받았다는 저자의 고백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의 삶 한복판에 자리 잡은 차별을 인식하는 것이 거대한 구조적 폭력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고민하는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히 웅변한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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