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에 만난 불어에 빠져 통역사로…레지옹 도뇌르 감개무량"

김경윤 2025. 5. 1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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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여성 최초로 佛최고훈장 오피시에장 수훈…문화교류 행사로 한불 가교 역할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중학교 2학년 때 방송국에 갔다가 엘리베이터에서 너무나 아름다운 멜로디를 가진 언어를 듣게 됐어요. 용기 내서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에게 '웨어 어 유 프롬'(어느 나라에서 왔나요?)이라고 물었더니 '프랑스'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시작이었죠."

최정화(70)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이사장 겸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지난 15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프랑스어를 배우기로 결심한 순간을 회고했다.

그는 이날 한국 여성 가운데 처음으로 프랑스 최고 권위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오피시에(Officier·장교)장을 받았다.

인사말 하는 최정화 CICI 이사장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이사장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수훈식에서 '레지옹 도뇌르 오피시에' 훈장을 받은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5.15 [공동취재] ryousanta@yna.co.kr

최 이사장에 대해 이야기할 때 프랑스어를 빼놓을 수는 없다.

1978년 한국외국어대 불어학과를 졸업했고, 곧장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제3대학 통역대학원(ESTI)에서 공부한 뒤 한국인 최초 국제 통역사 자격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후 한불 정상회담 통역을 도맡아왔고, 수십년간 두 나라의 문화 교류 사업에 힘써왔다.

1970년대 대학을 갓 졸업한 여자가 프랑스로 어학 유학을 떠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출국 전날에도 어머니가 크게 반대하면서 비행기표를 찢으려고 했다"며 "이유는 유학을 다녀오면 결혼을 늦게 하거나 프랑스인과 결혼할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제가 39살에 디디에 벨투아즈와 결혼을 했으니 어머니의 '촉'이 참 좋으셨던 셈"이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한불 정상회담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1987년 한국에 귀국해서는 이듬해부터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통번역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통역사로서도 활발히 일해왔다.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프랑스 국가원수 가운데 처음으로 방한해 김영삼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도 통역사로 참여했다.

최 이사장은 "제게 프랑스어는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였다"며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단지 말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사고방식, 감성, 전통, 가치관을 배우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말처럼 그는 통역을 넘어 한국과 프랑스 간 문화 교류에도 공을 들여왔다.

2003년 CICI를 만들고 다양한 문화 교류 행사를 열어왔다. CICI의 한국이미지상 시상식이 대표 행사다. 황동혁, 조수미 등 한국을 알린 다양한 인물에게 이 상을 수여해왔다.

한국 콘텐츠를 발굴하는 공모전도 열고 있다. 올해는 지속가능한 K-스타일 영상·소통 콘텐츠를 공모하고 있다.

설립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을 아는 나라가 많지 않았지만, 최근 한류가 세계를 휩쓸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프랑스에서 K-팝 콘서트에 갔는데 몇만 명의 외국인들이 한국어로 노래를 따라 부르더라"며 "그들은 무대 위의 가수를 바라봤지만, 저는 한국어로 노래하는 외국인들을 한없이 바라보게 되더라.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이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은 것은 22년 만이다.

2003년에도 한국 여성 최초로 레지옹 도뇌르 슈발리에(Chevalier·기사)장을 받았고, 22년 만에 한 등급 높은 훈격의 오피시에장을 또다시 수훈했다.

"다시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게 돼 감개무량합니다. 그저 제가 좋아하는 것에 빠져 열정적으로 일하다 보니 이렇게 훈장을 받게 되네요. 앞으로도 이 열정으로 한국과 프랑스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요."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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