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숙의 ‘지금, 이 문장’ [.txt]

한겨레 2025. 5. 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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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숙 l 만화가·작가.

'풀'은 2019년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 최고의 만화'(전 10종)에 이름을 올렸다.

곧 아르헨티나의 작가 클라우디아 피녜이로와 책방에서 대담 일정이 있었다.

'엘레나는 알고 있다'는 돌봄의 문제이면서 분명 여성의 임신 중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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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숙 l 만화가·작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룬 ‘풀’, 제주 4·3 항쟁을 다룬 ‘지슬’ 등을 쓰고 그렸다. ‘풀’은 2019년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 최고의 만화’(전 10종)에 이름을 올렸다.
김금숙 작가, 작가 제공

흩날리는 벚꽃 대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황금빛 가을이 나를 맞았다. 한국과는 12시간 시차. 몸은 피곤하다고 아우성인데 밤이 되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곧 아르헨티나의 작가 클라우디아 피녜이로와 책방에서 대담 일정이 있었다. 가방에 챙겨 온 그녀의 소설책 ‘엘레나는 알고 있다’(비채)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태원, 팔레르모에 위치한 호텔 방에서 읽었다.

왜 엘레나의 딸, 리타는 성당 종탑에 목을 맨 채 죽었을까?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엘레나는 딸의 죽음이 타살이라고 확신한다. ‘엘레나는 알고 있다’는 돌봄의 문제이면서 분명 여성의 임신 중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 속의 또 다른 여성인 이사벨의 등장이 그러하다. 가톨릭 국가인 아르헨티나는 최근에 임신 중지가 합법화되었다. 그리고 현 정부는 그것을 돌이키려 한다. ‘엘레나는 알고 있다’에서 어머니는 나를 낳아준 어머니이기도 하고, 종교이면서 가부장적인 사회이기도 할 것이다.

클라우디아와의 북토크 때 백발의 할머니가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넬리 미니에르스키(96)였다. 그녀는 합법적이고 안전하며 무료인 임신 중지법을 통과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아르헨티나의 변호사다. 긴장했던 클라우디아와의 대화는 진지했고, 동시에 예리했으며 재미있었다.

‘엘레나는 알고 있다’를 펼치면 발견하는 가장 첫 문장 ‘나의 어머니에게’는 끝나지 않은 문장이요, 열린 질문을 던지고 있기에 독자와 함께 곱씹고 싶어 ‘지금, 이 문장’으로 선택했다. 북토크가 끝나고 클라우디아와 나는 서로를 안았다. 그렇게 지구 반대편에 사는 클라우디아 피녜이로와 우정과 연대를 나누었다.

엘레나는 알고 있다 l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비채(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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