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부가 ‘통합돌봄 오케스트라’ 지휘봉을 휘두를 때 [건강한겨레]

한겨레 2025. 5. 17. 08:0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의료 현장에 답이 있다 17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전 국회의원)
내년부터 시행되는 통합돌봄을 앞두고 정부와 지자체가 공급자와 수요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상호협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한 방문요양보호사가 기초수급자 어르신을 돌보고 있는 모습. 김혜윤 기자unique@hani.co.kr

80대 ㄱ씨는 장기요양 3등급에 기초연금을 받는 홀몸노인이다. 아파도 병원에 가는 것이 불가능하고, 매끼 식사도 복지센터 도움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다행히 통합돌봄 시범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방문진료, 주거개선 서비스와 함께 식사 지원으로 하루하루 편안히 지내게 됐다.

대한민국 노인인구 1천만 명 시대, 10가구당 1가구는 홀몸노인이다. 2024년 국회는 2026년부터 고령사회 의료와 돌봄의 통합체계를 구축하도록 ‘의료 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취약계층의 의료돌봄 사각지대를 메우는 것에서 더 나아가, 어르신의 삶을 시설·병원이 아닌 익숙한 곳에서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 대전환’을 위해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주거 지원, 보건의료, 요양돌봄, 일상생활 지원 4대 핵심 요소를 통합하기 위한 숙제가 지금 우리 눈앞에 놓여 있다.

문제는 지자체다. 통합돌봄 체계 준비를 위한 지자체의 의지와 동력이 보이질 않는다. 여러 정책 중 후순위로 밀려 현장의 보건의료인들과 사회복지 관계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중앙정부도 의료대란, 비상계엄 등 정치적 상황에서 기능이 멈춰버렸다. 의료와 요양, 돌봄서비스는 그동안 분절적, 개별적으로 제공돼왔기에 이를 결합하는 시스템 구축과 다학제 협력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6월 대선 이후 새 정권이 신속히 움직여야 하는 이유다.

법만 마련됐다고 제도 개선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통합돌봄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 법령이 마련돼야 한다. 우선 통합돌봄의 정의와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지자체별 제공 서비스와 기반 조성의 범위, 책임 규정을 구체화해야 한다.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합하는 플랫폼 확정, 서비스 인프라 구축과 디지털헬스케어 효율화 증대를 위한 규정,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 지정, 교육 콘텐츠 개발, 지속적 모니터링, 피드백 가능한 시스템 구축 등에 대한 지침 등이 필요하다.

정책 성공을 위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예산 확보와 통합전산시스템 개발이다. 여러 기관의 데이터가 제대로 연동되고, 공유 플랫폼을 통해 개별 대상자의 의료와 복지 정보가 통합적으로 제공돼야 서비스의 중복, 단절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또 민감 정보에 대비한 보안을 강화하고 대상자의 실시간 상황 변화에 따른 정보 업데이트와 알람 서비스 등을 통해 즉각적 조치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더불어 지역사회 주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소통의 창구도 중요하다. 이런 플랫폼이 있어야 현장의 니즈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 시대의 미래 대전환은 환자와 보호자 중심의 맞춤 처방으로 시작된다. 그동안 공급자 중심의 의료와 돌봄 시스템에서 벗어나 이제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환자, 보호자들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존중하면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보건의료인, 돌봄제공자들의 업무방식 변화는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요구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공급자와 수요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상호협력이 가능한 최적의 소통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느냐에 따라 제도의 성패가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