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아름답기를 소망합니다 [.txt]

이번 주(5월16일치) .txt(텍스트) 섹션에는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어르신’은 “남의 아버지나 어머니, 또는 그 벗이나 그 이상 되는 어른을 높여 이르는 말”(표준국어대사전 풀이 1, 2 합침)입니다. 서구권에선 ‘시니어(senior, 영어), 세뇨르(señor, 스페인어), 시뇨레(signore, 이탈리아어) 등이 비슷한 뜻의 낱말입니다. 양쪽 다 단순히 연장자나 위계상 상급자를 넘어 존칭의 뉘앙스를 품고 있지만, 유교문화의 전통과 정서가 있는 한국에서는 그 의미가 더 각별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탄생-성장-노화-죽음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비껴갈 수 없지만,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어르신’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누구나 아는지는 의문입니다. 상당한 재산을 장학금과 기부금으로 아낌없이 나눠주고 “줬으면 그만이지” “사회에 갚으라”고 한 ‘어른 김장하’ 선생과, 나이가 벼슬인 양 다른 사람(특히 자신보다 만만해 보이는 약자들)을 함부로 대하거나 협소한 경험과 노욕에 갇혀 사리분별을 잃은 사람을 ‘어르신’이란 말로 통칭할 순 없습니다.
‘나이 듦의 미학’을 보여주는 어르신들에게선 향기가 납니다. 커버스토리로 소개한 ‘시 쓰는 어르신’들이 그렇고, 타계 1주기를 맞은 신경림 시인이 유고시집에서 “흙먼지 속 복사꽃”과 ‘생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것이 그렇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삶과 그 뒤를 이은 레오14세의 삶의 궤적이 그렇습니다. 젊어서부터 그런 소양을 가꾸려 노력하지 않았는데 나이 들어 갑자기 사람이 바뀌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최근 몇 달새 우리는 ‘윤석열 내란 사태’의 격랑에 부대끼면서 특히 정치·법조계의 최고위급 인물들에게서 그런 사례를 적나라하게 보고 있습니다.
비교문학자 벤 허친슨(영국 켄트대 교수)은 ‘미드라이프 마인드’(2023, 청미)란 책에서 “인생 후반부를 품격 있게 가꾸려는 노력”의 으뜸 열쇳말로 겸손, 비워냄, 새로운 시작 등을 꼽았습니다. 그것은 “중년에 자신이 이룩한 지적 성취의 정직한 평가는 우리가 젊었을 때보다 좀 더 많이 알기는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정말 아는 게 없구나’ 하는 사실을 명확히 헤아리는 깨달음”에서 비롯한다고 했습니다. 그런 지혜와 성찰을 얻는, 지름길 없는 왕도가 여전히 책에 있다고 믿습니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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