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에어버스 과점에 도전…'항공기 굴기' 위한 中의 긴 여정
<21>중국, 하늘을 향해 날다-글로벌 과점체제에 도전하는 긴 여정

중국의 첫 국산 여객기인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의 C919가 2024년 초 싱가포르 에어쇼에서 첫 선을 보였다. 이 항공기는 에어버스 A320과 보잉 787의 경쟁자로 자리매김하며 주목을 받았다. 수십 년간 자체 여객기 개발을 시도해온 중국에게 C919는 이러한 오랜 노력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첨단 기술 산업 전반에 걸친 발전 양상은 분야별로 차이가 있다. 배터리 산업처럼 세계 선도 위치를 확고히 다진 분야도 있는 반면, 첨단 반도체처럼 서방--지리적 개념 보다는 특정 가치와 동맹으로 정의되는--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오랜 시간 고된 싸움을 벌여온 분야도 있다. 그러나 C919가 하늘을 날게 되면서, 중국은 또 하나의 첨단 산업 영역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듯 보인다. 그럼에도, 이번 칼럼에서 살펴보겠지만 이 성과는 분명 인상적이어도 아직 부분적인 성공에 불과하며, COMAC이 서방의 양대 항공기 제조사의 과점 체제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중국 항공 산업의 역사를 살펴보자. 1949년 국공내전이 끝나고 중국 공산당이 집권한 이후, 중국의 항공 산업은 소련의 항공 모델을 본보기로 삼아 발전해 왔다. 항공기 제조, 공항망, 민간 항공사 등 모든 분야가 인민해방군(PLA)의 통제 아래 놓여 있었다. 그 구조는 위계적으로 배치된 지역국들과 모든 결정이 최상위에서 내려지는 매우 경직되고 군대 같은 체계를 특징으로 했다.
이러한 체계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은 것이 덩샤오핑의 개혁 정책이었다. 1995년에서 2000년 사이, 중국 항공 산업은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기업화 과정을 거쳤다. 이는 국영기업 수의 급감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의 대규모 감원과도 맞물려 있었다. 이 시기에는 홍콩의 영국 반환,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 중대한 지정학적 사건들도 일어났다. 이런 모든 변화들은 중국 항공 산업에도 새로운 환경을 조성했다. 기존에 PLA 산하에서 항공 산업 전반을 운영하던 중국민용항공총국(CAC)은 감독기관으로 전환돼야 했다. 이는 군과의 분리를 포함한 복합적이고 중대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CAC 산하의 지역국들은 운영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고, 재정적으로도 독립적인 책임을 지게 됐다. 짧은 기간 내에 이들은 자신들만의 항공사를 설립하기 시작했고, 1993년까지 중국 내 항공사는 41개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들 항공사들 대부분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엔 너무 작았기 때문에 항공사로서 수익을 내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중국 정부는 일부 항공사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했지만, 결국 산업 구조조정 추진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었다. 이 과정에서 소규모 항공사들이 합병됐고,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3대 국영 항공사--에어차이나, 중국동방항공, 중국남방항공--가 탄생했다. 이는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형 항공사를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규제기관으로 전환된 CAC가 해안 지역이나 티베트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일부 공항에 대해서는 소유권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2000년 이후 외국인 투자가 유입되기 시작했고, 외국 항공사들과의 협력도 활발해졌다. 2010년 이후에는 중국 항공 시장이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급속히 팽창했고, 연간 여객 수는 1억 명을 넘어섰다. 에어버스, 보잉, 시코르스키와 같은 서방의 주요 항공기 제조사들에게 중국은 핵심 성장 시장으로 부상했다.
중국 항공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예상만큼 폭발적인 성장은 아니었다. 이는 항공 산업과 동시에 고속철도 산업이 급속히 발전했기 때문이다. 항공 여행은 철도에 비해 평균 여섯 배 가까이 비쌌고, 항공 산업은 막대한 인프라 투자와 조종사 수급, 운항 중인 항공기 정비 등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항공 산업 분야에서 중국만큼 유망한 시장은 없었다. 에어버스는 톈진에 조립 공장을 세웠고, 보잉은 중국 공급업체들로부터 부품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기술 이전 문제가 제기됐다. 이를 중대한 리스크로 여긴 이들이 있었지만, 많은 기업들은 이를 이 거대하고 성장하는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입장료로 여겼다. 예컨대 에어버스는 기존에 영국에만 집중됐던 탄소 복합소재 개발을 중국에서도 진행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 시기에 중국 최초의 자국산 여객기를 만든 COMAC이 등장한다. COMAC은 2008년 상하이에 설립된 컨소시엄 형태의 기업으로, 중국 항공 산업의 거대 기업인 AVIC(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뿐 아니라 철강, 알루미늄, 화학 분야의 주요 국영기업들도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처음부터 COMAC은 국가적 전략 프로젝트로 지정됐고, 중국 대형 국유 기업들, 주요 은행들,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COMAC은 중국 주요 항공사들로부터 수백 대 규모의 항공기 주문을 빠르게 확보했다. 자국 내 항공 수요만으로도 수천 대의 항공기가 필요하다는 전망 하에, COMAC은 미국의 보잉과 같은 위치를 중국 내에서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COMAC의 ARJ21(현재는 C909로 알려짐) 지역 항공기는 중국 내 지역 수요에 최적화된 설계를 보여준다. 특히 중국 서부 지역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해 개발됐으며, 외국 항공기보다 우수한 이륙 성능을 제공해 중국 서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활주로가 짧고 높은 고도의 공항에서 운항이 유리하다. 하지만 ARJ21의 국내 성공은 외국 공급업체로 구성된 생태계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제트 엔진이나 항공전자 시스템 등 주요 서방 항공 부품 제조사들이 핵심 시스템을 공급하며 그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편, 중국 국영 항공·방산기업인 AVIC은 보잉과 에어버스의 부품 공급업체로도 참여하게 되었으나, 그 역할은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 낮은 시스템 부문에 국한돼 있었다.
그렇다면 이미 여러 산업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중국이 왜 자체 항공기 개발에 이토록 큰 관심을 가지는 것일까? 자국산 제트기를 보유한다는 것은 일종의 국가적 위상과 성취를 상징하는 것일 수 있다. 중국 내에서 강한 자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단순한 항공기 개발 이상으로, 광범위한 기술 혁신을 이끄는 동력으로 간주했을 가능성이 높다. 항공기 산업에서 개발되는 기술들은 종종 다른 산업 분야로 확산되며, 이른바 '기술 파급 효과(technological spill-over)'를 통해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자국산 항공기를 개발하는 데 있어 핵심이 된 요소 중 하나는 성공적인 기술 이전이었다. 이 과정은 맞바꾸는(off-set) 방식으로 작동했다. 중국에 항공기를 판매하고 싶다면, 중국 내 시장에 부품 생산 시설을 투자하라는 조건이 붙은 것이다. 합작사(JV)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됐다. 외국 파트너는 지식재산권(IP), 설계, 경영 노하우, 핵심 장비를 제공하고, 중국 파트너는 토지, 생산시설, 인력을 제공하는 형태였다. 중국 측 파트너는 일반적으로 합작 기업에서 지분을 더 많이 보유했고, 실전 경험을 통해 생산 공정과 품질 관리 기술을 빠르게 흡수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체 연구개발(R&D)로도 점차 나아갔다. 기술을 확보하는 또 다른 방식은 해외에서의 전략적 인수였다. AVIC은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서방 국가들에서 여러 건의 중요한 인수합병을 단행했다. 하지만 항공기 산업에서 기술 이전은 신중을 기해야 하는 영역이다. 중국산 항공기의 성공은 국제 안전 인증을 확보하는 데 달려 있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외국 제조업체에서 이전된 기술을 불법적인 복제로 판단할 경우, 해당 항공기의 인증 유효성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다.
중국은 COMAC을 보잉과 에어버스에 맞설 수 있는 항공기 제조사로 키우고자 하는 야심을 품고 있지만, 그 목표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해외 시장에서 자국산 항공기를 판매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다. 중국 정부가 외교적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임에도 말이다. 중국에 대한 부채 의존도가 높은 개발도상국들에게 COMAC 항공기를 구매할 경우 보조금 성격의 금융 지원까지 포함된 종합적인 금융 패키지가 제안된다고도 알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항공기의 해외 시장 진출 성과는 제한적이다. 현재까지 라오스, 브루나이 등 소수의 국가들만 COMAC 항공기를 주문한 상태다.
중국의 민간 항공기 제조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 정부의 강력한 지원, 부품 제조 부문에서 일정 수준의 성과,자국 항공사들의 주문을 통한 탄탄한 내수 기반이란 우호적인 환경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평가는 긍정과 부정이 공존한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두 종류의 여객기는 아직까지도 핵심 부품의 상당 부분을 외국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시스템 통합 측면에서도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어 왔다. 많은 첨단 산업에서 최종 조립 단계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작업으로 간주되지만, 항공 산업만큼은 예외다. 수천 개에 달하는 서로 다른 부품과 시스템을 다양한 공급업체로부터 조달해 하나의 완성된 항공기 안에서 완벽히, 안정적으로, 또 무엇보다 안전하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은 극도로 복잡한 작업이다. 게다가 항공기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품 중 일부는 아직 중국이 기술적으로 완전히 자립하지 못한 분야이기도 하다. 이런 기술 격차는 주로 재료공학 분야와 관련이 있다. 예컨대, 항공기 엔진 내 고성능 터빈 블레이드의 제조나, 동체 제작에 필요한 고급 알루미늄 합금 생산 등은 여전히 중국이 기술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영역이다.
항공 산업은 그 자체의 시장 구조적 특성 때문에 고유한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 고속철도나 풍력 터빈 산업의 경우, 중국철도공사나 국가전력망공사와 같은 대형 국영 기업이 사실상 단일 수요자로 존재하면서, 국내 시장을 빠르게 형성하고 공급업체들이 대규모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반면, 전기차 산업은 완전히 다른 시장 구조 덕분에 중국의 신생 기업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수백만 명에 이르는 개인 소비자들과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구매 결정을 내리며, 이는 중국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항공기 시장은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산업이다. 심지어 중국의 국영 항공사들조차도 글로벌 경쟁 환경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 항공기 시장은 당연히 안전성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연료 효율성, 운용 비용, 중고 판매 가치 등 수익성을 좌우하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해서도 매우 높은 기준을 갖고 있다. 해외 경쟁 제품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국산 항공기를 국산이라는 도입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외 시장에 수출하려면 이보다 더 많은 요소들이 필요하다. 단순한 제품 성능을 넘어, 전 세계 곳곳에 파일럿 훈련 센터, 정비 및 수리 시설, 예비 부품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이처럼 보잉이나 에어버스와 같은 글로벌 제조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항공기 자체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막대한 자원이 필요한 글로벌 운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며, 이는 매우 어렵고 비용도 엄청나다.
더욱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 항공기 제조사들이 받는 국가 보조금 규모, 중국 항공사들이 외국 공급업체에 대해 행하는 차별적 관행 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 왔다. 이런 문제들은 중국산 항공기가 충분히 매력적인 경쟁 제품이 될 경우, 특히 최근 들어 재정적 수단으로서 관세가 더 자주 활용되는 상황에서, 언젠가는 관세 부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산 제트기의 미래는 흥미롭게 지켜볼 대상이 될 것이다. 제품의 품질과 성능만큼이나 전문적인 사후 서비스와 엄격한 규제 체계가 중요한 시장에서, 국가의 산업적 야망의 한계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 지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 칼럼에서 표현된 견해와 의견은 전적으로 필자 개인의 것이며 소속회사의 것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필자와는 Twitter에서 @LithiumResearch를 팔로우하거나 hitechcolumn@gmail.com으로 연락할 수 있습니다.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S&P글로벌 수석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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