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계속에 아로 새겨진… 인간과 시간의 정교한 역사
라듐으로 숫자 쓰다 숨진 여성들
인간 손으로 만든 작은 장치 시계
역사·문명서 비극까지 품고 있어
인간의 야망·집념 결정체로 평가
시계의 시간/ 레베카 스트러더스/ 김희정 옮김/ 생각의힘/ 2만2000원

18세기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위해 제작된 시계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기계식 시계로 꼽힌다. 제작자는 천재 시계공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 그는 800개가 넘는 부품과 최초의 자동 태엽 감기 메커니즘, 낙하산이라는 의미의 충격 완화 장치 ‘파라슈트(pare-chute)’, 지구 중력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위치 오류를 상쇄하는 ‘투르비용(tourbillon)’ 장치, 주머니에서 꺼내지 않고 손으로 케이스를 만져 시간을 알 수 있는 ‘몽트레 아 탁트(montre a tact)’를 발명한 시계 제작의 천재였다. 하지만 오랜 제작 기간이 문제였다. 혁명과 왕정 붕괴의 혼란 속에서 시계는 완성되지 못했고, 앙투아네트는 단두대에서 처형된다. 그녀가 죽고 34년이 지난 뒤에야 시계는 완성됐다. 마리 앙투아네드의 시계는 인간의 기술적 야망과 정치의 무상함, 시간이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교훈을 주는 ‘전설적인 시계’로 후세에 기억된다.

로버트 팰컨 스콧의 회중시계는 인류의 위대한 도전을 함께한 대표적인 시계다. 남극 탐험에 도전한 스콧의 탐험대는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캠프에서 불과 약 20㎞ 떨어진 곳에서 비극적 죽음을 맞이한다. 스콧 대장의 회중시계 역시 주인이 마지막으로 일기를 쓴 1912년 3월 29일 목요일 이후 깊은 잠에 빠졌다. 저자는 “팀 전체가 얼어 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계를 사용해 잠자는 시간을 제한했다”는 언급을 확인하기 위해 시계와 함께 회수된 스콧 대장의 일지를 세심히 살폈으나 해당 기록은 찾지 못한다. 그러나 그가 대원들의 규칙적인 일과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을 발견한다. 거의 모든 활동이 자세한 시간과 함께 기록되어 있었는데 이는 그의 회중시계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매일 시계를 관리하고, 태엽을 감아주었다. 주인의 마지막 손길 이후 멈춘 이 회중시계는 그야말로 주인과 함께 잠든 것. 현재 시계를 보관하고 있는 박물관은 이 시계를 수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시계가 자유를 의미했던 때도 있었다. 19세기 미국 남부, 노예제도 아래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흑인들은 밤에 출발하고, 특정 시간에 은신처를 찾아야 했기에 시계는 필수 도구였다. 노예가 시계를 소지하는 건 금지되었지만, 그것이 곧 ‘자유인의 상징’이라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었다. 시계는 그들에게 단순한 기계가 아닌, 독립을 위한 도구이자 희망의 상징이었다.
이처럼 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기기가 아니라 인간의 시간 인식과 철학, 미학을 담아낸 ‘이동하는 인류학적 유물’이다. 더불어 시간의 지배를 받는 우리가 시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생각하게 한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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