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짜리 대중국 정책에서 벗어나자 [4강의 시선]

2025. 5. 17.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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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편집자주
요동치는 국제 상황에서 민감도가 높아진 한반도 주변 4개국의 외교, 안보 전략과 우리의 현명한 대응을 점검합니다.
정권마다 진폭컸던 대중전략
국익 우선, 실용주의가 기본
차기 정부, 초당적 전략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2025년 6월, 우리는 새로운 국가지도자를 맞이하게 된다. 차기 정부 출범이 임박한 지금, 대한민국은 새로운 대외 전략을 모색해야 할 중대 기로에 서 있다. 그 중에서도 지난 수십 년간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이자 지정학적 변수였던 중국과의 관계 설정은 새 정부 핵심 과제 중 하나다. 과거 정부들은 정권 성격에 따라 대중국 정책의 진폭이 컸고, 단기 현안에 매몰되거나 이념에 치우쳐 장기적 국익 확보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차기 정부는 5년짜리 대중국정책의 덫에서 벗어나 일관되고 원칙적이며 안정적인 대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첫째, 가장 중요한 원칙은 대한민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용주의적 접근이다. 이념이나 특정 가치에 매몰되기보다는 △경제적 번영 △안보적 안정 △국제적 위상 강화라는 구체적인 국익을 기준으로 정책을 판단하고 추진해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감수해야 할 비용을 면밀히 분석하고, 상호 호혜적인 협력 분야는 적극 발굴하되, 우리의 주권과 국익이 침해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원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둘째, 한국은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구조적 현실을 인정하되, 자율적 외교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미국과의 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중국과의 경제 및 안보 대화를 병행하는 이중 트랙 전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유지될 수 있는 대중 외교 전략의 기본 틀을 마련하고, 외교·안보라인의 전문성과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국회와 학계,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초당적 외교 플랫폼을 구성해 전략 수립의 연속성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셋째, 경제협력의 방향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한중 경제관계는 제조업 중심의 수직적 분업 구조에서 디지털·친환경 산업 중심의 수평적 파트너십으로 전환돼야 한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과 경쟁을 병행 관리할 수 있는 산업정책과 외교 조율이 필요하다. 이는 공급망 안정이라는 글로벌 과제에도 부합한다. 아울러, 기술 탈취나 불공정 거래 관행 등에 대한 투명한 기준을 요구하고 상호 규범 정립에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넷째, 국민 여론과 사회 인식을 반영한 '대중국 공공외교' 전략이 중요해졌다. 최근 중국에 대한 한국 국민의 인식은 악화되고 있으며, 이는 외교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따라서 문화, 청년교류, 지방정부 간 협력 등 민간 차원의 교류를 확대하고, 감정적 충돌을 완화할 수 있는 신뢰 기반을 재구축해야 한다. 나아가 디지털 플랫폼과 콘텐츠를 활용한 소프트 파워 외교도 강화하여, 중국 내 한국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형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다섯째,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적 협력도 모색해야 한다. 중국은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안보 환경에 있어 중대한 영향력을 가진 국가다. 중국과의 고위급 전략대화를 재개하고, 북핵 해결과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실질적 협력 가능성을 적극 탐색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은 한반도 안보 문제의 수동적 당사자가 아닌, 중견국으로서의 주도적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대중국 정책'의 기본 축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전문가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국익 중심 전략 수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새 정부는 이념적 구호가 아닌 실질적 전략, 감정적 대응이 아닌 미래지향적 비전을 통해 한중관계를 보다 성숙하고 안정된 협력 관계로 이끌어야 한다.

한중관계는 단순한 양국 관계를 넘어 동북아 질서와 세계 질서의 교차점에서 작동하는 구조적 관계다. 차기 정부는 이 거대한 틀을 이해하고, 신중하면서도 주도적인 전략을 바탕으로 새로운 한중관계를 설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한양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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