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명에 묻는다, 국회는 깨끗한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4일 경남 창원시 유세에서 “지금도 숨어서 끊임없이 내란을 획책하고 실행하는 자들을 다 찾아내서 법정에 세워야겠죠. 그리고 그 법정은 깨끗한 법정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 이 후보가 이 말을 하며 손가락을 치켜들자, 지지자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관련된 인사들과 국민의힘 세력을 ‘내란 세력’으로 부르며 척결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 후보가 줄곧 해오던 말이다. 그런데 그가 이날 ‘깨끗한 법정’을 거론한 게 귀에 들어왔다. 자기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을 겨냥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지난 6일 충북 증평군 유세에선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겨냥해 “3차 내란 시도”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에 적용한 ‘내란 프레임’을 자기에게 유죄를 선고한 대법원에 그대로 적용해 공격한 것이다.
사법부라고 성역(聖域)은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사법부를 향해 “깨끗하냐”고 손가락질할 수 있는 입장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민주당은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31차례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정부 기능에 장애를 초래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제외하면 모두 헌법재판소에서 ‘줄기각’됐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에 대해 사과한 적이 없다.
이 후보는 과거 헌법상 불체포특권 포기를 수차례 공언했다. 그런데 2023년 민주당 대표 시절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다가오자 부결 투표를 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그러더니 최근 대법원이 선거법 사건에서 유죄 취지 판결을 선고하자 민주당은 아예 이 후보의 혐의 자체를 처벌할 수 없게 선거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때 과반 의석을 얻어 입법을 마음먹은 대로 주무르고 있다. 그러나 자기 죄를 스스로 사면하고, 자기들을 재판한 법관을 향해 심판자처럼 행세하라고 유권자들이 과반 의석을 주진 않았을 것이다. 국회가 사법부를 향해 “깨끗한 법정” 운운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지 이 후보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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