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잔] 방정식
2025. 5. 17. 00:16

서동신의 ‘방정식(Equation)’은 작가가 촬영한 스냅 사진들을 물리적으로 나열한 연작이다. 서로 겹치거나 나란히 놓은 이미지들 사이의 연관성은 전혀 없다. 이를테면 작가는 여러 개의 폴더에 저장해 둔 이미지 중에서 무작위로 꺼내 조합하는 방식으로 우연성을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이미지가 지니는 조형성이나 정보성, 디자인적 요소들은 고려되지 않는다. 사진의 지시성과 재현성을 부정하고 해체한 이 작품에서는 오직 서로 다른 이미지 간의 충돌과 상호 작용만이 남는다. 이 작업을 보고 시지각이 의미를 해석하려다가 포기하는 순간, 이것은 구상일 수밖에 없는 사진의 운명을 뒤로하고 하나의 추상 이미지로 전환된다. 말 그대로 의미 없는 사진이 되는 셈이다. ‘알다’와 ‘보다’가 한 쌍이던 사진이 오직 보는 것만을 위해 존재하게 된다. 작가는 이 과정을 디지털시대 사진의 확장성에 대한 시도라고 여긴다. 파편화된 사물 이미지와 색면의 조합만이 남은 그의 디지털 추상 사진은 모호하기에 오히려 오래도록 바라볼 수밖에 없다.
송수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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