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조천 할망 / 오승철

최미화 기자 2025. 5. 1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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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애달픈 일은 일은 하고많다.

이따금 삶을 반추하노라면 어떤 일로 말미암아 아련하고 아쉽고 몹시 안타까워서 어쩔 줄 모를 때가 있다.

하여 갱지를 이용하여 필담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일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제주의 역사 제주의 풍광과 정서와 습속을 독보적으로 직조한 일향 오승철 시인! 유달리 정이 많아서 자주 안부를 물으며 제주 방문을 요청하곤 하던 그가 정말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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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 할망 / 오승철

동산에 멀구슬나무 올레처럼 쫙 벌린 가지/ 여든 살 최정혜 할망 진종일 뭘 기다리나/ 한 송이 돌단풍만 꺼져도 세상은 참 슬퍼라// 어느 길인들 한 줄기가 아니었을까/ 어느 집에선들 그 손맛 잊었을까/ 멧새 똥 떨어진 자리 봄날만 잘도 가네// 천여 평 감귤원에 작설차 향 우러나면/ 학생들도 들꽃들도 줄줄이 호명된다/ 까우욱 울음 몇 점을 놓고 가는 저 까마귀

『시조시학』(2023, 여름호)

세상에 애달픈 일은 일은 하고많다. 이 일들은 대체로 사람과 관련이 깊다. 이따금 삶을 반추하노라면 어떤 일로 말미암아 아련하고 아쉽고 몹시 안타까워서 어쩔 줄 모를 때가 있다. 5월에 2주기를 맞은 오승철 시인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애달프다는 말로는 감당할 수 없는 그리움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조천 할망」을 쓴 시인은 1957년에 출생하여 2023년 5월에 타계했다. 한창 활동할 나이였다. 1976년 전국적인 모임인 시림 동인을 같이 하면서 편지를 주고받다가 경기도 화성군 봉담면 김우영 시인 집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경상도 사투리와 제주도 토박이말이 만났기에 대화가 어려웠다. 하여 갱지를 이용하여 필담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일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그때부터 문학적 교류가 이루어지면서 반세기 가까이 시조시단에서 함께 활동했다. 그는 현대시조문학사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 창작과 더불어 후학 양성에 힘쓰면서 제주 시조문학의 부흥과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조천 할망」에서 한 송이 돌단풍만 꺼져도 세상은 참 슬퍼라, 라는 대목이 눈길을 사로잡으면서 마음을 저리게 한다. 그리고 결구 까우욱 울음 몇 점을 놓고 가는 저 까마귀, 에서 시인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또 한 편을 더 읽는다.「천제연」이다.

누가 끌고 오다 마을 곁에 숨긴 연못 3단폭포 천제연 칠선녀도 탐났는지 그때 그 별빛마저도 뵐 것 같은 낮이다. 동박새 녹색깃털 온전히 드러낸 못물 밑으로 피었어도 햇빛 한 올 쏟지 않네. 사랑은 저런 것이다 죽어도 저런 거다. 우리의 연애는 그때부터 시작됐네. 한 번도 뵌 적 없지만 돌담장인 아버지 천제연 폭포소리가 동박새 울음 같네. 이렇듯 그의 숨결 그의 가락 그의 내면 그만의 이채로운 언어가 생생히 체현되어 있다. 제주의 역사 제주의 풍광과 정서와 습속을 독보적으로 직조한 일향 오승철 시인! 유달리 정이 많아서 자주 안부를 물으며 제주 방문을 요청하곤 하던 그가 정말 그립다.

1980년 12월 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었을 때 제주에서 황급히 날아온 자축 엽서의 내용이 또렷이 기억난다. 토향 일향 만세!

그의 시조는 천추에 길이 빛나리라.

이정환(시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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