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88] 가우디 ‘바르셀로나’ 그때와 지금
스페인 카탈루냐의 중심 도시 바르셀로나에 가우디(Antonio Gaudi)의 건축들이 남아 있다. 초현실적이고 유기적인 형태, 철저한 수학적 계산과 구조, 그리고 화려한 장식으로 대표되는 작품들이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바르셀로나 도심을 걷고 있으면 아직도 가우디의 영혼이 떠돌아다니는 것 같다.”
35년 전 바르셀로나를 방문해서 가우디의 건축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공사가 한창이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입구와 벽체뿐으로 실내 공간이 없는 상태였고, 바닥에는 모양이 각기 다른 석재들이 일련번호가 쓰인 채 놓여 있었다.
색채 타일이 유명한 ‘카사 바트요’는 당시 주민들이 거주하던 터라, 경비원에게 담배 한 갑을 건네주고 살짝 내부 관람을 했었다. 구엘 공원에서 혼자 두어 시간을 거니는 동안에 대여섯 명 정도의 산책객들만 마주칠 뿐이었다.

근래에 상황은 달라졌다. 구엘 공원은 입장에만 한 시간 이상이 소요되었다. 동화 ‘헨젤과 그레텔’ 속에 등장하는 ‘빵과 설탕으로 만들어진 집’ 같은 입구부터 유명한 ‘뱀(Serpentine) 벤치’가 설치된 광장까지 곳곳을 메운 관광객으로 제대로 공원을 즐기기 어렵다. 근래 진행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작업은 원작의 디테일과 거리가 멀다. 스테인드글라스 문양도, 첨탑의 세라믹 타일도 허접하기 이를 데 없다. 미완성의 성당을 완공하기 위해서 서두른 흔적이 역력하다. 가우디 설계에 충실하게 완성된 입구 부분만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유가 있다.

바르셀로나의 가우디 작품들은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마치 어린이날 놀이공원에 온 느낌이다.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인증샷 지점은 예외 없이 스테인드글라스나 색채 타일로 마감된 벽면 앞이다. 가우디가 생전에 100년 후쯤 인스타그램이 이렇게 유행할 줄 어떻게 알았을까 싶다. 영화 ‘브루탈리스트’의 모티브가 된 건축가 마르셀 브로이어의 말이 실감 난다. “사람들은 건축 같은 건 알지도 못한다. 그들이 보는 건 풍경 아니면 디테일뿐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000만 ‘러너’ 잡아라...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러닝 특화 공간 오픈
- 농협, 300억 긴급 투입…면세유·주유소 할인 지원
- 운명의 대만전 나서는 류지현,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는 류현진”
- HD현대일렉트릭, 美 변압기 2공장 착공… 2억달러 투자
- 어떤 상처건 칙 뿌리면 피가 멎는 신기한 스프레이, 가정 상비 추천
- 국내 기름값 상승세 둔화... 전국 휘발유 1893.3원, 경유 1915.4원
- ‘물가 잡기’ 사활 걸었던 정부, 유가 급등에 초비상
- 생후 20개월 딸 숨지게 한 20대 친모 구속
- 태국서 트랜스젠더와 풀빌라 간 韓 남성, 새벽에 현금 털려...관광객 주의
- 롯데마트, 중소 식품기업 베트남 진출 지원...수출 상담회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