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88] 가우디 ‘바르셀로나’ 그때와 지금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2025. 5. 16.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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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카탈루냐의 중심 도시 바르셀로나에 가우디(Antonio Gaudi)의 건축들이 남아 있다. 초현실적이고 유기적인 형태, 철저한 수학적 계산과 구조, 그리고 화려한 장식으로 대표되는 작품들이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바르셀로나 도심을 걷고 있으면 아직도 가우디의 영혼이 떠돌아다니는 것 같다.”

35년 전 바르셀로나를 방문해서 가우디의 건축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공사가 한창이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입구와 벽체뿐으로 실내 공간이 없는 상태였고, 바닥에는 모양이 각기 다른 석재들이 일련번호가 쓰인 채 놓여 있었다.

색채 타일이 유명한 ‘카사 바트요’는 당시 주민들이 거주하던 터라, 경비원에게 담배 한 갑을 건네주고 살짝 내부 관람을 했었다. 구엘 공원에서 혼자 두어 시간을 거니는 동안에 대여섯 명 정도의 산책객들만 마주칠 뿐이었다.

카사 바트요(Casa Battlo) 내부.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인증샷 지점은 예외 없이 스테인드글라스나 색채 타일로 마감된 벽면 앞이다./박진배

근래에 상황은 달라졌다. 구엘 공원은 입장에만 한 시간 이상이 소요되었다. 동화 ‘헨젤과 그레텔’ 속에 등장하는 ‘빵과 설탕으로 만들어진 집’ 같은 입구부터 유명한 ‘뱀(Serpentine) 벤치’가 설치된 광장까지 곳곳을 메운 관광객으로 제대로 공원을 즐기기 어렵다. 근래 진행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작업은 원작의 디테일과 거리가 멀다. 스테인드글라스 문양도, 첨탑의 세라믹 타일도 허접하기 이를 데 없다. 미완성의 성당을 완공하기 위해서 서두른 흔적이 역력하다. 가우디 설계에 충실하게 완성된 입구 부분만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유가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내부. 가우디 사후(死後), 근래에 완성된 내부 공간이나 스테인드글라스, 첨탑의 세라믹타일은 미완성의 성당을 완공하기 위해서 서두른 흔적이 역력하다./박진배

바르셀로나의 가우디 작품들은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마치 어린이날 놀이공원에 온 느낌이다.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인증샷 지점은 예외 없이 스테인드글라스나 색채 타일로 마감된 벽면 앞이다. 가우디가 생전에 100년 후쯤 인스타그램이 이렇게 유행할 줄 어떻게 알았을까 싶다. 영화 ‘브루탈리스트’의 모티브가 된 건축가 마르셀 브로이어의 말이 실감 난다. “사람들은 건축 같은 건 알지도 못한다. 그들이 보는 건 풍경 아니면 디테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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