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법'이 묻는 가족의 진짜 의미
2026년 1월 1일 시행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부터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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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우리 사회는 세월호 참사, 천안함 피격 사건 등 수많은 비극을 목도했다. 이 과정에서 희생된 젊은이들의 안타까운 죽음 뒤에는 또 다른 논란이 자리했다. 바로 피상속인을 부양하지 않은 상속인이 보상금, 보험금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하거나 재산 상속을 주장하는 등 일반 국민의 법 감정에 반하는 사건들이 발생하며 사회적 논란이 지속된 것이다. 현행 민법의 형식주의적 해석상, 법원은 이들의 상속권을 인정했고, 정작 고인을 실질적으로 돌본 조부모나 다른 가족들은 소외되는 결과가 반복되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러한 문제는 오랫동안 사회적 논란거리였으나, '법적 안정성'과 '법체계 검토'를 이유로 법 개정은 10년 가까이 지지부진했다. 법조계와 민법학계의 신중론에 가로막힌 것이다.
흐름을 바꾼 계기 중 하나는 한류스타 고(故) 구하라씨의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구씨가 세상을 떠나자 20년간 연락이 없던 친모가 나타나 유산 상속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이는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우리 사회에 다시금 던졌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와 법감정의 괴리는 2024년 4월 25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헌재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학대하는 등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에게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관련 민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2020헌가4 등) 상속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공인했다.
혈연 넘어 실질적 가족관계 중시
이러한 헌재 결정과 지속적인 국민적 요구에 힘입어, '구하라법'으로 불리는 민법 개정안은 2024년 8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동년 9월 20일 개정·공포되었다. 이로써 민법 제1004조의2 '상속권상실제도'가 신설되었으며, 공식 시행일은 2026년 1월 1일이다. 다만, 법 부칙에 따라 이 조항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일 이후인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에도 적용되어, 그 입법 취지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설된 민법 제1004조의2는 상속인이 될 피상속인의 직계존속 등이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피상속인 또는 그의 배우자나 직계비속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경우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등에는 피상속인의 유언에 따른 의사 또는 공동상속인 등의 청구에 의해 가정법원이 상속권 상실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여기서 심히 부당한 대우에는 유기, 학대, 심각한 모욕 등이 포함될 수 있으며, 부양의무의 중대한 위반은 장기간 정당한 이유 없이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피상속인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거나 심각한 고통을 안긴 사례들이 해당될 수 있다.
법원의 심리를 거쳐 상속권 상실 선고가 확정되면, 해당 상속인은 법적으로 상속인으로서의 자격을 잃게 된다. 이는 기존의 상속결격사유(민법 제1004조)가 주로 살인, 상해치사 등 극단적인 경우에 한정되어 자동적으로 상속자격을 박탈했던 것과 달리, 법원의 판단을 통해 보다 넓은 범위의 패륜적 행위에 대해 상속권을 제한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독일, 미국, 일본도 유사 제도 도입
일각에서는 여전히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제외한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 등 대다수 국가는 이미 유사한 제도를 도입해 운용 중이다. 이는 가족의 의미를 단순히 형식적인 혈연에만 국한하지 않고,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소중함과 유대라는 실질적 가치를 지켜온 이들에게 그 권리를 인정하려는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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