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호의 세계명반산책] 5월에 감상하는 비발디의 사계

연초부터 5월 2일을 추가 임시공휴일로 정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무성했다. 근로자의 날인 5월 1일부터 6일간의 연휴가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설왕설래 끝에 평일로 남았지만 일부 근로자는 5월 2일에 휴가를 내고 일주일에 가까운 연휴를 보냈다. 한편 인천공항은 5월 1일부터 3일까지 출국장 개장 시간을 1시간 앞당기고, 보안 검사 인력을 3배로 증원했다. 이는 공항 혼잡도를 줄이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였다.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은 각종 기념일이 즐비하다. 그렇기에 휴일을 즐기려는 행락객이 관광지에 몰리는 시기다. 여기에 온화한 날씨가 더해져 마음까지 포근해지는 효과를 덤으로 누릴 수 있다. 5월에 어울리는 음악으로 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를 골라보았다. 성직자, 작곡가,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세 가지 영역을 넘나들었던 비발디의 아버지는 베네치아 산마르코 대성당의 바이올린 연주자였다.
평생 500곡에 이르는 기악 작품을 남겼던 비발디는 표제음악의 상징이라 불리는 사계를 작곡했다. 음악에 이야기적 요소를 부여하는 예술의 한 종류인 표제음악은 흔히 절대음악과 비교된다. 대표적 표제음악으로는 프랑스 출신 작곡가인 엑토르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을 들 수 있다. '어느 예술가의 일생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환상교향곡은 광기에 빠진 예술가가 혼수상태 속에서 경험하는 세계를 묘사한 작품이다. 이는 실연에 빠진 베를리오즈의 현실을 묘사한 자전적인 교향곡으로 알려져 있다.

사계는 애초부터 4부작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 아니었다. 바이올린 협주곡 모음집인 '화성과 창의에의 시도'를 구성하는 12개 작품 중에서 초반부 4개가 사계로 알려진 것이다. 클래시컬 뮤직의 스테디셀러에 해당하는 비발디의 사계는 다양한 버전의 음반으로 제작됐다.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형태는 소규모 현악 합주단으로 이뤄진 사계다.
프로그레시브 록 계열로는 스페인 그룹 로스 카나리오스의 'Ciclos' 앨범에 수록된 사계가 눈에 띈다. 작곡가 막스 리히터의 사계는 미니멀리즘 사운드를 도입한 획기적인 시도였다. 도이치 그라모폰 레이블에서 발표했던 이 작품은 미국·영국·독일 아이튠스 클래식 부문 다운로드 차트 1위를 기록했다. 바이올리니스트인 나이절 케네디는 사계를 연주하면서 네 가지 복장을 차례로 착용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한편 숙명 가야금 연주단은 '겨울'의 일부를 편곡해 연주했다.
오늘의 추천 음반은 암스테르담 기타 트리오가 연주하는 사계다. 네덜란드의 심장부인 암스테르담은 다채로운 문화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곳은 시민의 자전거 이동 비율이 매우 높고 아름다운 운하가 이어지는 동시에 반 고흐 박물관으로도 유명한 도시다. 2013년 가을에 암스테르담 도심 곳곳을 걸으며 마주쳤던 수상가옥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선하다. 1년 중 절반가량 눈과 비가 내리는 암스테르담의 복잡한 기후는 런던처럼 예술가의 영감을 자극한다.
요한 도레스테인, 올하 프란선, 헬레뉘스 더레이커 3인으로 이뤄진 암스테르담 기타 트리오는 1983년 비발디의 사계를 편곡한 데뷔 앨범 'Le Quattro Stagioni'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스베일링크 음악원 재학 시절에 만난 이들은 바흐, 드뷔시, 포레, 쇼팽, 스카를라티 등에 이르는 작곡가의 작품을 기타 앙상블로 재현하는 과정을 이어갔다. 현악으로 만들어진 사계에 식상한 리스너에게 암스테르담 기타 트리오의 연주는 5월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촉매제일 것이다.
[이봉호 문화평론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가조작’ 수법에 검찰도 깜짝 놀랐다…200억원 챙긴 이승기 장인 일당 - 매일경제
- 자작극·소년원 가짜뉴스에 뿔난 민주당 “끝까지 법적 책임 묻는다” - 매일경제
- “왜 우리동네 이재명 현수막 없어요?” 불만 폭주…이유는 ‘이것’ - 매일경제
- 치사율 50%!!...해산물 잘못먹으면 생기는 ‘이 병’ 올 첫 환자 나왔다 - 매일경제
- 주한미군사령관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고정된 항공모함” - 매일경제
- [단독] 비대면 주담대 폭주하자 신청 제한한 KB…고객들은 ‘부글부글’ - 매일경제
- “구름 근처는 가야 고급이지”…아파트 ‘프리미엄’ 좌우하는 스카이라운지 - 매일경제
- 이준석 “단일화 진행돼야 한다면 이준석으로…현실적으로 불가능” - 매일경제
- 홍준표 “정통 보수주의, 이회창 은퇴로 끝…국민의짐 된 줄 몰라” - 매일경제
- 12연승→49일 만의 스윕패…주춤하고 있는 독수리 군단, 연승 후유증 길어지나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