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오 파동' 종지부…대법, 소비자원 '가짜' 판단 인정

10년 전 건강식품업계와 코스닥 시장을 발칵 뒤집었던 백수오 파동의 마지막 소송이 종료됐습니다. 

대법원은 전날(15일) 당시 사태의 주요 업체인 내츄럴엔도텍 투자자들이 한국소비자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소비자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투자자들은 10년 전 소비자원이 허위사실을 발표해 내츄럴엔도텍의 주가를 급락시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헀는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겁니다. 

앞서 1심과 2심 모두 투자자 패소를 결정했는데, 1심 당시 재판부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백수오 식품 32종 중 29개 제품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이상 소비자 안전을 위해 이 같은 사실을 신속하게 알릴 필요가 있었다고 보인다"며 소비자원의 당시 판단이 합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소송은 당시 백수오 파동으로 시작됐던 대규모 소송 중 마지막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내츄럴엔도텍 관계자는 "회사가 직접 원고나 피고로 얽혀 있는 소송은 이미 한참 전에 모두 종료됐다"며 "개인 자격으로 소송을 이어가는 경우가 일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집단소송격의 대규모 소송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전했습니다. 

시총 1조 → 700억 '추락'
이른바 '가짜 백수오 파동'은 2015년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백수오 제품 대부분이 가짜라고 발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검사 결과 백수오 제품에서 중국산 유사 약초인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는데, 이엽우피소는 독성 우려 때문에 식품 원료로 쓸 수 없습니다. 

당시는 백수오 성분이 갱년기 여성에게 좋다고 알려지면서 소비자 관심이 커진 때였고, 내츄럴엔도텍은 당시 백수오 원료 공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소비자원 보도자료]

소비자원의 발표에 내츄럴엔도텍이 '건강상 문제가 없다'며 맞섰고 혼란이 커졌습니다. 이후 이 업체로부터 원료를 공급받던 식품사, 그리고 관련 제품을 팔았던 유통업체들 모두 엮여 대혼란이 벌어졌습니다. 

업체 간 소송전과 소비자들의 집단소송, 여기에 내츄럴엔도텍의 투자자들도 소송전에 나섰습니다. 

이 여파로 내츄럴엔도텍은 증시에서 여러 차례 하한가를 맞았고, 거래 정지도 이뤄졌습니다. 전성기 시절 1조원대 중반으로 치솟았던 시가총액은 현재 730억원으로, 코스닥 1000위 근처의 중위권 종목으로 살아남았습니다. 

소비자원 검사법 맞나?…논란 여전
그러나, 당시 소비자원의 발표가 섣불렀다는 지적은 오랜 시간에 걸쳐 힘을 얻었습니다. 

사태 직후였던 2015년 5월, 내츄럴엔도텍은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고의로 이엽우피소를 섞어 쓴 정황이 없고, 검출된 이엽우피소 성분도 극히 미량이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2년간 독성 검사를 벌였던 식약처도 이후 백수오 관련 식품에 위해가 없다고 판명지었습니다.  

양태진 서울대학교 식물생산과학부 교수는 백수오 사태 이후 백수오와 이엽우피소의 유전체 정보 전체를 해독한 연구자입니다. 그는 "애초에 검찰 조사에서 발견된 미량의 이엽우피소 역시 위양성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양 교수는 "해당 검사법에서 비교하는 DNA 타겟 서열이 이엽우피소에도 있고 백수오에도 일부 있다"면서 "검사 당시 투입한 DNA 양이 많거나 PCR 검사의 횟수를 늘리면 위양성이 나올 수밖에 없는 기술"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7년 PCR 검사 사이클을 줄이는 방식으로 검사법을 개정했습니다. 이후 국산 백수오를 표방하는 제품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적은 없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면서 내츄럴엔도텍은 휘말렸던 각종 소송에서 줄줄이 승소했습니다.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은 2심에서 화해 권고로 종료됐고, 천호식품이 제기했던 소송에선 1심 승소로 종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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