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새 교황과 교회의 역할
레오 14세 첫 공식연설에서
세계평화 주선 의지 드러내
전쟁 활개치는 어려운 시대
평화로 이끄는 리더십 기대

콘클라베에 대해서 "교황으로 들어가면 추기경으로 나온다"는 유명한 속설(俗說)이 있다. 미리 교황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은 선출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최근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성 베드로 성당 광장에 종소리가 울렸다. 전임 프란치스코에 이은 새 교황 레오 14세가 탄생한 것이다. 레오 14세를 '다크호스'로 일컫는 언론도 있지만 그는 2년 전에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의 가장 중요한 요직인 주교부 장관으로 임명한 인물이다.
고인이 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출되는 순간부터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세계 뉴스의 머리기사를 장식할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그의 첫 번째 개혁은 재정의 투명화였다. 그는 현대 교회가 가져야 하는 덕목 중 재정 투명성이 가장 크다고 보았다. 그동안 구설에 자주 올랐던 바티칸 은행 등 재정문제의 개혁은 재정책임자인 공직자가 구속되는 등 일정 부분 결과를 냈다. 물론 어느 국가, 사회, 조직에서나 개혁은 기존의 반발 세력과 부딪혀 힘들다. 그래서 교회 내에서 진보나 보수 양쪽 모두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실망한 부분도 없지 않았다. 교황명을 처음으로 프란치스코로 정한 것은 먼저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다가가고 약한 자 편에 서야 한다는 그분의 의지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현대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했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레오 14세는 프란치스코란 엄청난 인기(?) 교황의 후임이 돼 심적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우리 사회나 조직에서도 너무 일을 잘했던 분의 후임으로 가면 여러 가지로 시달리게 된다.
그런데 이번엔 기우라고 생각한다. 교회 역사는 당시 상황에 맞는 지도자가 꼭 나타나기 마련이다.
다행히 레오 14세 연설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교회는 다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의 평화를 위해 소통과 만남을 주선하는 다리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도로부터 이어온 교회를 자부하는 가톨릭교회는 2000년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각 시대의 정황에 따라 늘 새롭게 탈바꿈했다. 교회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비록 실수와 과오는 있었지만 교회의 본질을 잃어본 적은 없었다. 변화하지 않으려고 하는 교회는 오히려 본질을 잃어가고 있는 교회이다.
교회는 항상 쇄신해야 한다(ecclesia semper reformanda). 새로운 시대는 교회에 새로운 사명을 요청한다. 교회는 시대의 징표를 잘 읽어 사목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시대에 이끌려 비위를 맞추고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임기응변적 대응은 적합하지 않다. 교회는 항상 언제 어느 때나 원리적 대처를 해야 한다. 세상을 신앙 안에서 잘 식별해 대세와 본질의 흐름을 읽어내야 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에 '옳고 거룩한' 흐름의 분별을 계속 진행하도록 권하고 있다. 현대에 찌든 저항·도피문화, 광란의 문화들은 알코올, 마약 등과 연결돼 변종종교를 만들어 사람들을 타락시키고 착취한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우리 코앞에 와 있다는 것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교회정책을 실시하며 다른 문화를 포용하고 이해하는 겸손한 모습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이란 본래 의미처럼 그가 보편적인 가톨릭 교회의 정신을 추구하기를 기원한다. 보편적이 되기 위해서는 인종, 종교를 초월해서 관용과 포용력을 지녀야 한다. 무엇보다도 평화 공존과 상호존중이 가톨릭의 정신을 구현하는 전제가 된다.
세상 곳곳에 크고 작은 전쟁이 활개를 치는 어려운 시간에 평화를 염원하는 인류의 희망과 큰 기대가 새 교황에게 옮겨졌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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