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뉴스 보도 가이드라인부터 기사 건수 제한까지… 대안을 찾자
[연예뉴스, 저널리즘의 종말 ⑤] 종말 아닌 생존하려면
"규모가 있는 언론사가 나서서 보도 준칙 만들어야"
"언론사 자회사나 유튜브 채널에도 책임 기준 적용"
"공들여 쓰는 기사 쓸 수 있도록 기사 종량제 도입"
[미디어오늘 노지민, 윤유경, 김예리, 정민경 기자]

고 김새론 배우가 사망한 지 약 3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의 사생활을 둘러싼 유튜브발 공방이 연일 기사화되고 있다. 언론의 사생활·가십 받아쓰기 등에 고통 받다 사망한 연예인·유명인은 2019년 설리(최진리)와 구하라, 2022년 인터넷 방송인 잼미(조장미), 2023년 이선균, 2025년 김새론까지 최근 6년간 알려진 사례만 5명이다. 사망 사건 직후 '자성'의 목소리가 반짝 나온 뒤엔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현실이다.
연예 뉴스 '렉카화'는 수익을 극대화하도록 진화한 언론사 운영, 이에 최적화한 형태로 강요된 노동 환경에 각종 가이드라인과 동떨어진 연예 뉴스 관행 등이 맞물려 방치된 결과로 나타났다. 대중을 의식해 적극 대응하기 어려운 연예인·유명인이 피해자라는 점도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사이버 렉카' 입을 빌려 가십을 여론화하지만 책임은 피하는 언론의 문제를 개별 뉴스룸의 자율에만 맡겨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연예뉴스의 수익 창구화…“대중도, 기자도, 연예인은 '밑'으로 본다”
가십 재생산은 언론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특히나 연예 분야는 언론사들의 수익 창구로 분리돼 사용되고 있다. 이종임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는 “(연예뉴스를)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는 창구로만 쓰다 보니 윤리적이거나 도덕적이거나 취재윤리보다는 경쟁에서 우선순위를 점하는 데 집중한다”며 “활용에만 집중하니 이용자들도 사이버렉카에 끌려 다니고 언론사도 플랫폼 권력에 종속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현재는 '사이버 렉카'가 자신의 콘텐츠가 언론에 보도되면 공신력을 얻고, 후속 콘텐츠를 생산하면 다시 언론이 이를 기사로 쓰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식이다.
연예인들이 언론 대응을 꺼리게 되는 현실도 저급화한 보도 관행이 유지되는 주된 요소이다. 6년째 엔터 업계에 종사해 온 중소기획사 대표 A씨는 “온라인 매체 담당 기자들이 하루종일 이슈화될 걸 찾아 기사를 확인절차 없이 올린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하면, 이미 기사화됐는데 '싸우자' 밖에 안 된다”고 했다. “함구하는 게 답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유관 경력 20년차의 언론홍보대행사 대표 B씨는 “차라리 포털 댓글이 있던 때가 덜했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은 대중이 SNS 가서 직접 욕을 하니까 기자들도 살아남으려고 더 자극적으로 한다고 느낀다”며 “연예뉴스 상위 호환이 정치뉴스라 생각한다. 그래도 정치인은 연예인처럼 밑으로 보지 않는다. 대중도 기자들도 연예인은 더 밑으로 놓고 본다”고 토로했다.

연예인들이 언론 대응을 꺼리는 현실도 저급화한 보도 행태가 유지되는 요소로 거론된다. 허찬행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는 “인터넷 언론사 대부분이 주목을 끌 수 있는 소재 중 하나가 연예인에 관련된 것”이라며 “연예인들은 적극적인 대응이 (상대적으로) 없다는 측면이 상업성과 맞물렸다”고 지적했다. 강윤희 변호사(법무법인 원)는 “변호사를 고용해 대응할 수 있는 분들은 모든 미디어에 대응하겠지만, 우후죽순 기사가 퍼져나가면 정정보도 청구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연예뉴스 가이드라인 이제라도…언론사 플랫폼 '동일기준' 필요성
일부 학자들은 이제라도 연예 분야 보도에 특화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재일 경북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보도 준칙을 따로 만들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이렇게 합니다, 이런 보도를 합니다'라고 고지하고 이를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그렇다고 선정적인 클릭 수 경쟁을 안 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믿어야 한다. 교양 있는 시민들을 모아 세력화하고 공론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며 “어느 정도 공공성이 있고 규모가 있는 언론사가 나서서 먼저 시도해야 한다”고 했다.
연예뉴스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 허찬행 교수는 “없는 것보다는 낫다.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은 있지 않겠느냐”며 “확 변화할 거라는 건 회의적이지만 기준을 지키고 노력하는 실천이 필요하다”며 “공공의 영역에서 기준을 어느 정도 마련해 (언론계가) 활용할 수 있게끔 하고, 플랫폼에 대해서도 일종의 책임을 이행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상당수 언론사가 '메인 채널'과 유튜브 등 타 플랫폼을 분리하는 현실에 대해선 '동일 기준' 적용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온다. 김재상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공적 책임을 외주화하거나 회피하고 있는” 행태를 지적하는 한편 “특히 유튜브 콘텐츠는 자극적인 표현이나 자의적인 편집이 이루어지더라도 책임 소재가 흐려지는 경향이 있다. 자회사나 유튜브 채널에도 동일한 혹은 그에 맞는 책임 기준을 적용하고, 편집 책임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수익 논리에 편승한 보도 행태에 대해 비판적 검토와 사회적 감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자율 규제 감독, 피해구제 법체계 논의에서 '기사 종량제' 제안까지
언론계 자율 규제 이행 여부 등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종임 교수는 매년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언론매체를 상대로 진행되는 실태조사를 언급하며, 관할 지방자치단체 등이 보도 윤리에 관한 자율 규제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지 살펴보는 방안을 제안했다. 다만 “사이버렉카 콘텐츠를 만드는 곳도 있지만 민주적 언론사도 있다. 등록의 방식을 강하게 규제하는 것도 방법은 아니다”라면서 “(수용자 시민이 참여하는) 모니터링단을 운영한다든지, 그 안에서 의견을 들어본다든지 하는 상호작용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윤희 변호사(법무법인 원 엔터팀)는 연예 뉴스 등 선정적 보도 문제를 '처벌 만능주의'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봤다. 다만 변화한 미디어 환경을 고려해 이전과는 다른 법체계를 통한 피해구제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를 입법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다만 이것들이 사라지면 법적으로 피해가 더 커지는 부분도 있다”며 “혐오발언이나, 미디어환경이 변화하면서 더 문제가 되는 유형들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격권 침해가 이뤄지는 유형에 대해 별도로 법을 연구해 관련 유형 들을 처벌하는 조항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다.

궁극적으로는 다량의 기사로 포털에서 수익을 내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앞서 포털 정책의 변화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때마다 풍선효과가 지적됐다. 예컨대 악성 댓글 문제를 막기 위해 연예뉴스 댓글창을 폐지하자 연예인 관련 뉴스가 생활이나 사회 등 다른 섹션에서 생산되는 현상이 이어졌다. 선정적인 저품질 기사의 경우 조회 수 수익을 낮추는 'NG팩터'가 도입된 뒤에는, 오히려 '박리다매'식 뉴스 생산이 이뤄졌다. 기성 매체의 온라인 전담 부서를 넘어, 일부 연예 매체는 '조회수용 기사'를 생산하는 재택 계약직까지 운영하고 있다.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는 포털에서의 '기사 종량제' 도입을 주장했다. 현재 '네이버·카카오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 규정'은 매체 유형별 최소 기사 생산량과 자체 기사 생산 비율을 강제하고 있다. 관련해 최 교수는 “무한정 기사 생산은 우리 사회와 언론 환경에 좋지 않고, 기자들의 정신건강과 생활 환경에도 좋지 않다. 무엇보다 좋은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밀려난다. 추격하듯 레이싱하는 기사가 아니라 공들여 쓰는 기사를 쓸 수 있도록 기사 건수 제한을 두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나아가 최 교수는 수익 다각화를 이루지 못한 국내 언론계 현실을 고려해 포털 콘텐츠 제휴 입점 제도에서 '뉴스 콘텐츠 저작권' 개념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관련해 호주 정부가 대형 플랫폼에 뉴스 콘텐츠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고, 이에 대한 메타 등 반발에 '계약 거부 시 정부가 직접 과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사례 등을 참고해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발 물러나 있는 유튜브, 플랫폼으로서 책임 물어야
유튜브의 경우 가십 뉴스 정보의 원천이 되는 동시에 언론사가 선정적인 2차, 3차 콘텐츠를 생산하는 창구로 쓰이고 있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강화 등이 거론되는데, 규제 일변도의 대응은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방심위원을 지낸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언론인권센터 이사장)는 “연예뉴스를 연예뉴스로만 분류할 수 없다. 사건 사고는 사회 뉴스가 될 수도 있고 고 장자연 사건의 경우 정치 뉴스도 될 수 있다. 연예뉴스 심의를 강화한다면 필연적으로 경제, 정치, 사회 뉴스 등에 대한 심의도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튜브 플랫폼의 책임도 떼어놓을 수 없다. 심영섭 교수는 “유튜브는 한국의 행정규제기관에서 문제 있는 영상이라고 의결해 주면 자기들이 지울 수 있다는 식으로 계속 얘기한다. 그건 가이드라인을 달라는 거다. 그들이 (책임에서) 도망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율적으로 뭘 실천할지 명확히 해달라는 것인데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그걸 한 적이 없다”며 사이버렉카 대응에 관한 정교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허찬행 교수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언론 보도로 인한 조정, 중재를 신청하고 반론권을 요청할 수 있는 것처럼 유튜브에도 그런 분쟁 해결의 장치들이 필요하다. 형사 소송 등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 플랫폼의 책임이라는 건 있어야 한다”며 “문제를 인식했을 때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의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p>[관련기사 ① 유튜브, 연예뉴스 핵심 취재원이 되다]
[관련기사 ② 쯔양 “온라인 공간 안전해질 수 있도록 언론 역할 기대”]
[관련기사 ③ '정론 언론'의 두 얼굴, 자회사·채널에선 '연예 렉카' 같았다]
[관련기사 ④ “매일 조회수 순위” 한 달에 기사 수백 건, 취재 윤리는 사치]
[관련기사 ⑤ 연예뉴스 보도 가이드라인부터 기사 건수 제한까지… 대안을 찾자]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허위조작정보 금지법 법사위 통과...국힘 “입틀막법 강행” - 미디어오늘
- 콘텐츠 시상식서 “빅데이터님 감사합니다” 수상 소감 나오는 시대 - 미디어오늘
- [속보] 법무부, 방미통위에 “YTN 민영화 승인 취소 판결 항소 포기 지휘” - 미디어오늘
- YTN 그래픽 디자이너 차별, 항소심도 “불법” - 미디어오늘
-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기후저널리즘 “뾰족하게 논란 일으키자” - 미디어오늘
- 워너브라더스 인수전, 넷플릭스가 주도권 가져간다 - 미디어오늘
- 정희원 피고소인 “‘스토킹’ 왜곡 2차가해…‘받아쓰기’ 심히 유감” - 미디어오늘
- [속보] 헌재 조지호 경찰청장 파면 결정 “국회권한 침해 헌법 위반” - 미디어오늘
- [단독] ‘112억 선행매매’ 기자, 서울경제서 ‘특징주 기사’ 문제 있었다 - 미디어오늘
- 서울 집값 12.17% 급등에 언론 “文정부 집값 급등기 재현?” - 미디어오늘